문체부장관에게 사이트 차단 명령 권한 부여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정청래, 2113512)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Dec 13, 2021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지적재산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사단법인 오픈넷은 12월 9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불법복제물등의  “접속차단”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고, 불법복제물 등에 대한 조치 명령 전 사전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정청래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3512)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법부의 판단 전 행정기관이 표현물(정보)의 “불법성”을 판단하여 유통을 금지시키는 제도는 행정검열적 성격을 띠고 있어 위헌의 소지가 높다. 나아가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안에 있는 합법정보까지 차단되는 과검열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더욱 신중해야 하는데, 저작권, 권리자 보호를 우선하는 경향성이 강한 행정기관에 사이트 전체 차단 권한을 부여하는 본 개정안은 과검열의 위험, 위헌의 소지가 더욱 높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의견제출 기회 부여 예외 조항은 의견제출 기회 부여 규정을 무력화시켜 행정의 절차적 적법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높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본 개정안은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저작권이나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복제물 또는 정보,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는 프로그램 또는 정보(이하 “불법복제물등”)에 대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불법복제물등의 “접속차단”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고, ② 불법복제물등에 대한 조치 명령 전 사전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불법복제물등 삭제명령 제도는 위헌의 소지가 높아 함부로 그 권한을 확장시키는 것은 지양되어야 함

사법부의 판단 전 행정기관이 표현물(정보)의 “불법성”을 판단하여 유통을 금지시키는 제도는 행정검열적 성격을 띠고 있어 위헌의 소지가 높음. 본 개정안의 기존 조항인 제133조의2, 즉,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불법복제물등에 대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직접 삭제등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 역시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할 것임. 국제적으로도 현행 저작권법 제103조와 같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저작권 침해 정보에 대한 자발적 조치를 유도하는 “Notice and Takedown” 제도 외에 행정부가 직접 저작권법 위반 정보를 삭제명령할 수 있는 제도는 찾아보기 어려움.

한편, 현행 법 제도하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저작권법 위반의 정보에 대하여 심의를 하고 삭제, 접속차단 등의 명령, 시정요구를 내리고 있음. 본 제도는 이중규제, 중복규제의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명령, 심의의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는 권리자 보호, 저작권 보호를 우선적 가치로 두는 성격이 강한 기관이라는 점 및 불법복제물등에 대한 신속한 삭제·차단을 위한다는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입법목적)를 고려할 때, 정보의 불법성에 대한 신중한 판단보다는 신고된 정보에 대한 삭제, 차단 위주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음.

이렇듯 기존 제도 역시 위헌성의 소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함부로 그 권한을 확장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함.

3. 개별정보의 집합체인 사이트에 대한 접속차단은 과검열의 위험이 높아 위헌의 소지도 더욱 높음

저작권법 제2조(정의) 제30호에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란 정보통신망 연결을 제공하거나 이용자들이 정보통신망에 접속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저작물등을 복제ㆍ전송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그를 위한 설비를 제공 또는 운영하는 자를 의미하여 통신사를 포함하고,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본 개정안 조항은 통신사에 대해 (해외) 사이트 자체를 접속차단하도록 명령하는 권한을 신설하기 위한 내용이라 할 수 있음.

그러나 개별 정보가 아니라 개별 정보의 집합체인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안에 있는 합법정보까지 차단되는 과검열의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따라서 사이트 전체를 불법정보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원칙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의하여야 함. 그럼에도 저작권, 권리자 보호를 우선하는 경향성이 강한 행정기관에 사이트 전체 차단 권한을 부여하는 본 개정안은 과검열의 위험, 위헌의 소지가 매우 높다고 할 것임.

4. 의견제출 기회 부여 예외 조항의 신설은 의견제출 기회 규정을 사실상 사문화시킬 우려가 높음

본 개정안 제133조의2 제7항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 복제ㆍ전송자, 게시판 운영자에게 원칙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사전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로, “1.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2. 의견청취가 뚜렷이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3. 의견제출의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을 명백히 표시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음.

그러나 본 개정안의 제안이유(입법목적)가 불법복제물등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도모하기 위함임을 고려할 때, 저작권자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긴급성이 인정된다거나, 해외사이트로 의견청취가 곤란하다는 이유 등으로 본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 대부분의 사건에서 사전 의견제출 기회가 부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로써 사전 의견제출 기회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될 우려가 높음. 또한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결국 문화체육관광부가 의견청취 절차의 필요성을 자의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도 위배될 소지도 높음.

5. 결론

행정기관에 사이트 차단 명령 권한을 부여하여 정보의 과검열, 과차단의 결과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고, 사전 의견제출 기회 부여 규정의 무력화로 행정의 절차적 적법성을 위협하는 본 개정안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등을 침해할 소지가 높은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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