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2. 7.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도종환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7440)에 대한 검토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출했다.
개정안의 1) 저작권 계약 자유 원칙의 수정(안 제59조-제61조) 부분은 적용범위 확대 및 정당보상청구권의 도입과 소멸시효 규정, 정보제공청구 규정, 적용 제외 규정의 수정 내지 삭제가 필요하며, 2) 경미한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 제외(안 제205조 제1항) 부분은 현행법이 경미한 저작권 침해행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법을 악용하는 자들에 의한 “합의금 장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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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 의견서
I. 저작권 계약 자유 원칙의 수정(안 제59조부터 제61조까지)
1. 주요내용
1) 창작자와 저작물 이용 사업자 간의 계약상의 지위가 불균형하거나 저작물 이용으로 인한 수익 전망에 대한 정보가 비대칭한 경우가 많아, 창작자가 이용자에게 저작재산권을 필요 이상으로 양도하고 이후의 수익 분배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 그런데 현행법은 저작권 양도 계약에 어떠한 절차나 한계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저작재산권의 특성에 맞게 저작권 계약 조항을 정비할 필요함.
2) 이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양도의 대가로 받은 금액과 양도받은 저작권의 이용으로 인한 수익 간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저작자가 양수인에게 추가적인 수익의 분배(보상)를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그러한 청구권의 행사를 실효성 있게 하기 위하여 저작자의 양수인에 대한 정보제공청구권을 함께 규정하는 등 저작권 계약에 대하여는 계약 자유 원칙을 일부 수정하는 조항 신설.
2. 검토의견: 수정
가. 서론
본 개정안 조항들은 원 저작물 창작자나 외주제작사와 구매자 사이에 현격한 협상력의 격차로 인해 원 창작자가 저작물 시장에서 정당하고 공평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저작권 계약의 현실을 고려하여, 시장에서의 창작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를 가능케하고, 이로써 창작자들의 창작 의지를 높이고 저작권 보호의 근본목적인 문화 창달에도 기여하기 위한 것임. 저작권 계약에서의 계약 자유 원칙을 수정하여 원 저작물 창작자의 창작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 사후적 조정 가능성을 규정한 본 개정안 부분의 취지는 찬성하나, 입법목적을 더욱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임.
나. 적용범위 확대: 위 개정안 규정은 저작재산권 ‘양도’뿐만 아니라, ‘이용 허락’이나 ‘배타적 발행권’ 등을 설정하는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함.
실질적으로 창작자와 저작재산권 구매자 사이에는 ‘(독점적)이용 허락’이나 ‘배타적 발행권’ 설정 등의 형식으로 수익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많음. 창작자의 창작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도모한다면 저작재산권 양도의 경우뿐만 아니라, ‘이용 허락’이나 ‘배타적 발행권’의 설정 등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함.
다. ‘현저한 불균형’ 개념의 추상성으로 인한 문제
안 제59조 제1항은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 추가보상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저작물 이용에 따른 수익 중 일부를 ‘현저하게 불균형하지 아니한 비율로 보상받도록 약정한 경우’에는 추가보상청구가 불가능하다고 규정하여, ‘현저한 불균형’ 개념을 추가보상청구권 행사의 기준으로 삼고 있음.
사정변경 원칙에 따른 사후적 조정 가능성을 명문화한 것은 찬성하나,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에 권리의 성부를 의존시키면 권리관계 당사자가 본인의 법률적 지위를 명확히 알 수 없어 권리를 행사하기 곤란하고 판단자의 자의에 따라 권리 인정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
따라서 추후 수익의 불균형 여부와 무관하게, 민법 제104조를 반영하여 계약 체결 당시부터 계약 당사자 지위의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였다면 계약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계약을 무효화하고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보상청구권을 함께 도입하여 보완하여야 할 필요가 있음.
라. 소멸시효 규정, 정보제공청구 규정, 적용 제외 규정의 문제
안 제59조 제2항은 추가보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저작재산권이 양도된 날’로부터 10년으로 정하고 있음. 그러나 추가보상청구권은 ‘대가와 수익간의 현저한 불균형이 생긴 경우’에 발생하는데, 권리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양도된 날’로 설정한 것은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에 대해 소멸시효 기간을 진행시키는 것과 다름없어 소멸시효 제도의 원칙을 위배하여 부당하게 권리 행사 기간을 축소하고 있는 것임. 또한 저작물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걸맞는 수익이 창출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의 간격이 있는 사례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소멸시효 기간을 보다 장기로 설정할 필요가 있음.
안 제60조의 정보제공 청구에 대하여 양수인 등이 이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 저작자가 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임.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적용을 제외하도록 한 안 제61조는 합리적인 법적 근거 없이 저작자를 차별하고 있는 것으로 평등권에 위반되어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함.
II. 경미한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 제외(안 제205조 제1항)
1. 주요내용
1) 저작권 침해행위는 예외 없이 형사처벌이 가능하여 권리자 보호 측면에서는 강하지만, 사적 재산권 침해에 대하여 국가 형벌권이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에서는 형사 소송을 합의금이나 민사적 배상의 방편으로 무기화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국민들이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처벌 위협을 과도하게 받아들여 오히려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과 문화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어 왔음.
2) 이에 책임 비난의 정도에 비추어 가벌성이 있는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일부 축소시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배수배상제도 및 조정우선주의를 함께 도입함으로써, 경미한 저작권 침해 분쟁에 대해서는 형사적 수단 보다 민사적 구제수단을 통한 해결을 유도하고자 함.
2. 검토의견: 찬성
가. 저작권 침해행위 형사처벌의 현황과 문제점
(1) 현황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저작권 침해 고소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고소 건수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에는 무려 10만 건에 육박하기도 했음. 이후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등을 도입하면서 고소 건수가 줄었으나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고소된 사건 중 정식재판에 회부된 건은 0.2% 정도에 불과함.
- 2008년에 90,979건의 사건이 접수되었으나 불과 8건만이 구공판이었고 구약식도 접수 건의 4.4%에 지나지 않았으며(3,983건), 나머지 약 96%는 불기소 처분되었음(86,996건).1
-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통계를 보면 여전히 불기소 처분 비율이 90% 이상으로 나타나며, 그 중 “공소권없음”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저작권자와의 합의를 하여 고소 취하로 사건이 종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임.
[침해사범에 대한 검찰 처분 현황]2
- 가장 최근인 2019년 통계를 보면3 10,502건 중 구공판이 117건(1.1%), 구약식이 1,021건(9.7%)이며, 8,329건(79.3%)은 불기소 처분을 받아 불기소 처분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임을 알 수 있음.
이런 현상은 주요내용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매우 경미한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고소 및 형사처벌이 가능한 저작권 제도가 소위 “합의금 장사”에 악용되고 있기 때문임.
- 일부 권리자들과 법무법인은 친고죄인 점을 악용해, 침해의 의심이 있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한 후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침해된 저작물의 가액 대비 수십배, 수천배의 금액으로 합의할 것을 강요함. 가령, 비영리단체 홈페이지에 사용된 사진 한 장에 대해 저작권자가 합의금 100만원을 요구(정품 가격의 1,480배)한 사례, 비영리여성단체가 블로그에 사용한 사진 한 장을 이유로 합의금 120만원을 요구하다 거부되자 형사고소한 사례(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 비영리 평화단체의 행사 홍보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해 저작권자가 정품 가격의 4배인 250만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한 사례 등이 있음.
- 폰트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4 2019년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교육현장에서 겪은 폰트 저작권 분쟁이 모두 756건이 된다고 함.
(2) 문제점
현행 저작권법은 침해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가장 강력한 공권력인 형벌권의 행사를 가능하게 하여 선량한 청소년 및 일반인들을 범죄자 취급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음.
-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에서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또는 청소년 저작권침해 고소 사건 각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없음.
- 저작권 침해가 확실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수사기관이 종용하는 대로 자백을 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순순히 수용하는 경우가 많음. 그러나 1) 기소유예 처분은 죄가 인정된다는 선언임은 물론 그 자체로 기록에 남아 관리될뿐더러, 2)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확실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음. 게다가 3) 저작권자들은 수사기관을 통해 법원의 ‘영장’ 없이도 IP주소에 연결되어 있는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하여 민사소송에 활용하고 있음.5
또한 사법당국의 노력과 국민의 세금이 더 중요한 범죄 수사에 사용하지 못하고 개별 권리자의 사익 추구에 낭비되고 있음.
저작권 침해에 대한 권리자의 민사적․행정적 구제수단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으므로, 형사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형사처벌은 보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함.
나. 결론
현행법은 경미한 저작권 침해행위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법을 악용하는 자들에 의한 “합의금 장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함.
- 경미한 위반행위에 대한 고소남발, 청소년 피해자 양산과 같은 문제점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입법부 및 행정부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음.
- 학계에서도 현행 저작권침해죄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형벌의 예방적 위화 효과가 없고 민사로 해결가능한 경미한 침해행위에 형사적 제재가 집중되어 오히려 법의 경시, 형벌의 위하력에 대한 불감증 초래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거나, 수많은 청소년의 범죄화 우려, 일반공중의 심리적 반발 초래를 지적함.
안 제205조 제1항은 여러 면에서 위와 같은 고려들을 잘 반영하고 있으므로, 이상과 같이 찬성하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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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건의 90% 이상이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저작권 침해가 없거나 처벌할 필요가 없는 매우 경미한 침해라는 점을 보여줌.
-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통계, 2020년 제9권 통권 제10호
- 대검찰청 「2020 범죄분석」
- “폰트 무단사용해 저작권법 위반” 메일에 당신이 할 일, 2019. 5. 10.자 오마이뉴스
- (사)오픈넷은 한 소설 저작권자가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설 저작물을 다운받았다고 주장한 231명에게 1인당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의 일부 피고들을 법률지원한 바 있음.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속칭 합의금 장사를 위한 공동소송을 제기해 피고인들을 시달리게 하는 것은 민사소송의 본질에 맞지 않아 위법하다”라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함. 저작권자는 민사소송 제기 전 피고들을 형사고소하였다가 대부분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피고들의 주소확인을 위하여 사실조회신청을 하여 그 주소 확인에만 1년여가 낭비되었음. (https://opennet.or.kr/1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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