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경찰 기소의견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 – 학교성평등교육, 어디로 가야하나? (2019.11.15.)

2019.11.15.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이 주최한 “학교성평등교육, 어디로 가야하나? – 광주시교육청의 도덕수업 사법처리를 통해 본 현실과 과제” 토론회가 전교조본부 4층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에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이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경찰 기소의견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발제했다.

[발제문]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경찰의 기소의견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

광주의 중학교 도덕교사인 배이상헌 교사가 ‘성과 윤리’ 단원 수업 중 성평등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광주시교육청에 의해 수사의뢰와 직위해제를 당한지 벌써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경찰은 지난 9월 배이상헌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말았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사건을 성비위로 판단하고 성급하게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처분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교육 영역의 특수성과 전문성, 수업을 위해 채택된 자료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고려한다면 해당 사건은 성비위 사건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 처분을 내린다면 교육 영역 전반에 대한 악영향은 물론이고 교사의 재량권 위축으로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스쿨미투와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과 비난을 초래할 소지도 있다. 따라서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는 하루빨리 중단되어야 하며 광주시교육청은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학교로 복직시키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학교내 성희롱의 개념과 유형

당사자가 직위해제된 이틀 후인 7월 25일에 열린 학교 성고충위원회는 광주시교육청의 판단과 달리 성비위 혐의사실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또한 당사자는 자신이 성비위 혐의로 수업에서 배제된 것을 알게 된 다음날인 7월 19일에 광주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교권침해 구제 신청을 하였고, 직위해제된 이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당시의 수업 내용을 공개하는 등 해명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지속하였다. 교사단체와 시민단체 역시 광주시교육청의 판단에 언론 매체를 통해 거듭 이의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의 제기에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성비위 매뉴얼에 따라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성고충 민원을 접수, 전수조사하고, 성비위 혐의 사실을 확인, 해당 교사를 피해 호소 학생들과 격리한 것일 뿐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광주시교육청의 답변과 응대에 대한 신뢰는 이 사건을 성비위사건으로 볼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사건을 성비위사건으로 분류할 것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교육부에서 배포한 「학교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과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한 학교관리자 연수자료인 「교원 성비위 징계처분 사례 및 판례」를 통해 성희롱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해당 자료가 제시하고 있는 유형과 사례를 살펴보자.

교육부에서 배포한 성비위매뉴얼인 「학교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에서 학교내 성희롱·성폭력은 학교 내 구성원 간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인 언행을 일방적으로 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강간, 추행, 성희롱 등 성을 매개로 일어나는 모든 신체적·정신적·언어적 폭력을 포괄함”이라고 성희롱과 성폭력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학교내 성폭력은 형법을 기본으로 하며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고, 성희롱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아동복지법」,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법적 근거를 둔다. 성폭력은 관계법령에서 범죄의 유형이 열거식으로 정리되어 있어 개념규정을 대신하고 있으나, 성희롱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해당 매뉴얼에서는 학교 내 성희롱을 ‘학교 내 구성원 간에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나아가 학교 내 성희롱의 대상이 아동·청소년일 경우,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1] 및 관련 판례에 근거하여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수치심,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건전한 성적 가치관의 형성 등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개념을 정의한 후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교원 성비위 징계처분 사례 및 판례」 역시 위의 매뉴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료집에서 성희롱은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더불어 학생대상 성비위의 사례와 징계처분의 결과를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사례는 아래와 같다.

[사례1] 고등학교 교사가 회식 중 기숙사에 있던 여학생에게 전화를 하여 외박하라고 하면서 “너랑 자고 싶다. 보고 싶다”라고 이야기 하고 문자를 보내 성희롱 ☞ 징계처분 결과 : 파면

[사례2] 교사가 술을 먹고 아르바이트하던 가게 앞에 쓰러져 있는 여학생에게 강제로 손을 깍지 끼고 데려가서 “너랑 자고 싶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여 성희롱 현행범으로 체포 ☞ 징계처분 결과 : 해임

[사례3] 중학교 교장이 수학여행 중 버스안에서 여학생 1에게“백화점에서 옷 한 벌 해 줄테니 남아서 데이트하자”라고 말하고, 여학생 2에게 “너 가슴크다”라고 말하고, 여학생 3에게 “얼마나 컸나 안아보자”라는 등의 언동을 하여 성희롱 ☞ 징계처분 결과 : 해임

[사례4]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복도를 지나가는 여 교사를 가리키면서 “저 여자 제가 놀다버린 여자입니다.”라고 말하고, 방학 중 쌍꺼풀 수술로 학교에 못나온 또 다른 학생에게 “너 산부인과 갔지?”라고 말하고, 또한 맨발로 슬리퍼 신은 학생에게 “너 섹시하다”라고 말하는 등 상습적으로 여학생과 여교사들에게 성희롱 ☞ 징계처분 결과 : 해임

[사례5] 중학교 교사가 핸드볼 선수인 여학생들에게 “섹시하네, 야하다, 속옷은 무슨 색이냐”등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언어를 사용하여 성희롱 ☞ 징계처분 결과 : 해임

위의 유형별 예시와 사례는 교사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의 구체적인 상황과 언행, 실행방법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학교내 교사에 의한 학생대상 성희롱은 학교 내외부에서 교사가 한정된 범주의 그룹이나 개인을 특정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들에게 성적 언동을 하여 학생이나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 학생의 의지에 반하여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특정한 호칭으로 부르거나 스토킹하거나 개인연락처로 문자나 영상, 사진 등을 보내는 등의 행위, 수업의 내용과 무관한 성적 언동을 하는 것, 신체나 외모에 대한 평가나 여성에 대한 편향된 평가를 일삼아 여성이나 여성의 신체는 물론이고 성도덕에 관해 그릇된 인식을 유발하는 행위 등으로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의 본질과 남은 문제

앞의 논의로 돌아가면, 애초 이 사건은 사건을 구성하는 형식적인 요소들에 의해 성비위사건으로 분류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본 사건은 ‘성과 윤리’라는 성에 관한 지식을 다루는 수업에서 성을 주제로 한 수업교재에 불편함을 느낀 몇몇의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가 성이라는 문제와 분리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비위로 접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건의 시발을 조금 더 따져보면, 본 수업에 대한 이의 제기는 사실 올해가 아니라 지난 해 이미 한 차례 학생들에 의해 제기되었다고 한다(교재, 교재를 감상하는 여건, 교재를 상영하는 주체인 교사의 성별 등[2]). 이 학생들이 올해 해당 수업을 재수강하게 되었는데, 자신들이 지적한 지점들이 시정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은 표면상 성이라는 문제와 연루되었기 때문에 성비위 사건으로 분류된 것이지 사건의 본질은 교사가 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멸시하여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는 성희롱이 아닌 수업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수업의 내용적 측면들을 따진다면 이 사건은 성비위사건으로 분류할 수 없으며, 그렇게 보아서도 안 된다. 성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바로 수업의 내용이며(그가 수업시간 중에 발설한 성에 관한 내용은 모두 수업의 내용과 직결된 것이다), 수업을 위해 채택된 자료인 엘레노르 푸리아의 영상 역시 수업의 내용과 무관한 음란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엘레노르 푸리아의 영상인 〈억압받는 다수〉(2010)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과 성관계가 완벽하게 역전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재 우리의 현실을 미러링하고 패러디한다. 영상은 남성으로 태어났기에 남성이 살아가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위협과 굴욕, 멸시를 가상의 스토리로 대리체험해보라는 것과 이것이 여성이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을 짧고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이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감독은 폭력 장면과 거친 언설을 여과없이 재현하거나 오히려 과장한다. 영화의 직설적 화법은 영화의 의도 전달을 용이하게 해 수용층의 폭을 확장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미러링의 특성상 현실의 암담함과 참담함이 잔인하게 반복된다는 것과 문제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영상 자체, 감독이 현실의 문제를 재현하기 위해 채택한 재현의 방식과 이 방식으로 인해 영화 내용에 거북함을 느꼈을 학생들이 있으리라는 가정은 쉽게 할 수 있다. 성인들도 미러링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거부감은 영상의 정치적 급진성 때문인 것이지 영상의 음란성 때문은 아닌 것이다. 영상이 수업의 목적에 부합하고, 배이상헌 교사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해당 영상을 학생들에게 상영한 것이 아니므로 교육부에서 배포한 「학교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는 물론이고 서울시교육청에서 배포한 학교관리자 연수자료인 「교원 성비위 징계처분 사례 및 판례」에 제시된 성희롱의 개념 정의나 제시된 성희롱 사례·유형별 예시에서도 본 사건에 해당하는 유형을 찾을 수 없다. 경찰 기소의견의 근거가 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불평등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불쾌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 영상을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낀 불쾌감이나 불편함이 문제라면 성적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서 필연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신체나 생식기를 설명하기 위해 신체의 이미지나 생식기의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A가 아닌 사건을 A를 해결하는 절차대로 하고 있으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광주시교육청의 응답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다만 해당 수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들이 지적했던 사항 중 하나가 배이상헌 교사에게 성인지적인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이 문제제기는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바는 없다. 공식적인 문제제기의 창구가 없어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고, 교육청을 통해 사건을 민원형식으로 접수할 수밖에 없었다면 학생들이 고충을 쉽게 토로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는 학교 차원에서 행해진 성고충위원회가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이 성비위는 아니나 교사가 성인지적감수성 향상을 위해 일정시간의 교육을 이행할 것을 권고한 결정 사항과 일치한다. 그러나 성인지적인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성비위 교사로 징계하거나 아동복지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부분은 성고충위원회가 권고한 바와 같이 별도의 교육과정이나 연수를 통해 해결하면 될 사안이다.

교육청이 수업배제 조치를 취했으나 교사가 불복하고 수업을 강행한 것이 학생들에게 위협을 주었기 때문에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2차가해 내지는 학생들에게 위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왜 수업강행이 이루어졌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신고를 접수받은 교육청은 당사자 학생들과 당사자 교사를 분리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배이상헌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였다.[3]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에게 사건의 경위를 알려주면 고발한 학생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학교와 교육청은 교사 본인에게 사건 경위를 알리지 않았다. 이에 배이상헌 교사는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수업배제 결정에 불복해 수업을 강행했다. 본 사건을 여성주의 단체에서 스쿨미투로 연결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때부터라고 한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광주시교육청은 어떤 교사가 성비위로 연루되기만 했다면 혐의 없음으로 판결이 나더라도 해당 교사들에 대해 행정상으로 반드시 징계처분을 내려왔다고 한다. 때문에 그간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교사들의 불신이 차곡차곡 쌓여왔다고 한다. 배이교사의 수업 강행은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속사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누군가에게 배이 교사의 대응은 위협적으로 비춰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수업강행이 학생들의 입장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배이 교사에게도 책임은 있다. 결국 학교내 성폭력·성회롱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를 결여한 그러면서 과도하게 권위주의적인 광주시교육청의 행정절차, 이 기관을 불신한(불신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의 대응과 이 대응이 의도치 않았으나 필연적으로 지목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관계자가 이 대응에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을 고려해 여성단체들이 학생 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일이 진행되어 왔다.

스쿨미투의 잣대는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현재 이 사건에 대해 학생이 제기한 문제의 입장과 반대되거나 다른 견해는 그 학생에 대한 가해로 해석되거나, 본 사건을 페미니즘의 광풍, 스쿨미투의 부작용으로 간주하는 입장이 서로의 의견을 고수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추이를 섬세하게 읽지 않고 사건의 두 당사자인 학생과 배이 교사 사이의 갈등과 대립에 초점을 과도하게 맞추는 시각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센터, 광주여성장애인연대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이 사건을 스쿨미투로 간주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배이상헌 교사를 비롯해 그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을 스쿨미투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사가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수업 도구, 자료를 택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로 엄중한 원칙을 가지고 스쿨미투 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 하였다.[4] 이에 대해 교사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학부모 단체들도 나서서 성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에서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채택된 영상을 보는 것, 해당 수업을 진행하면서 겪었던 불편함과 수치심을 성희롱으로 겪은 불편함과 수치심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문제 삼으며 스쿨미투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5]

광주시교육청의 주장과 달리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수업 도구와 자료를 택한 것은 성비위도 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역시 스쿨미투가 될 수 없다. 재차 말하지만 성 욕구를 채우기 위해 해당 자료를 상영하였다면 성비위가 될 것이나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수업의 자료를 택했다는 것은 유화를 막 그리기 시작한 학생에게 반 고흐의 작품을 주고 그리라고 한 것 혹은 철학 수업시간에 고도로 현학적인 철학자의 책을 탐독하라고 과제를 내어준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제의 난이도 여부는 교육청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 분야의 전문가인 교사들이 모여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학교 성고충위원회 역시 수업자료 선택시 학년별 수준에 대한 고려가 더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렸으나 해당 사건에 대한 성비위의 여부는 근거없음으로 결론내렸다.

여러 가능성을 언급하며 본 사건을 스쿨미투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하자면, 수업의 특성상 지식과 의견의 전달의 전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거나 학생들에게 쉽게 수업의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제공하는 자료는 어느 정도 일방적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민원의 내용 중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성적 위력이나 위력을 행사해 수업을 강행했다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을 스쿨미투 사건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또한, 학습 교재로 인해 불거진 불쾌감을 권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 역시 있는데, 이 역시 수업이나 강의와 같은 지식전달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다. 해당 사건을 성적 위계의 문제나 젠더 폭력, 성폭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접근은 성폭력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적용하므로 문제적이다. 성폭력의 범주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확장하게 되면 학생과 교사나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과 같이 지식이나 의견을 전달하거나 지시를 내려야하는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모두 성폭력으로 간주할 가능성을 높여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6] 이와 같은 접근은 궁극적으로 스쿨미투의 원래 취지를 왜곡시켜 이 운동에 대한 불필요한 적대감만을 높일 우려가 높다. 스쿨미투의 본질은 교사가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권을 이용해 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등의 언행으로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야기하는 것을 고발하고 이들이 실질적인 처벌을 받도록 만드는 실천운동이다. 스쿨미투의 정의범주를 좁힐 필요가 있다.

광주여성연합이 본 사안을 스쿨미투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시점과 스쿨미투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광주시청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광주여성연합이 본 사안을 스쿨미투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 시점은 배이 교사가 수업배제에 불복하고 수업을 강행한 시점부터이다. 광주여연은 방학이 끝나는 8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의 내용과 피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해당교사 측의 문제제기 방식은 학생들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없었”으며 배이 교사와 교사를 지지하는 모임이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하는 언급들이 문제제기를 한 학생들을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 미숙한 학생”이라고 보이게 할 수 있으며 논쟁의 구도를 교육청과 교사의 대립으로 한정해 본 사건의 본질인 해당 교사의 수업에 대한 학생의 문제제기를 지워버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광주교육청 역시 “피해자 보호를 빌미로 침묵”하고 “해당 교사에게 소명 기회”를 주었는가 의문스러우며, “침묵하며 경찰조사에만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피해자 보호가 아닌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광주여연은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가름하자는 비판을 한 것으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수업의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지적한 것이 사건의 본질인데,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본질이 잊히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 지점은 중요하다. 사건의 본질은 수업 자체에 대한 불만이었을 것인데 그 구체적인 지점에 대한 내용은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을 보호하면서도 그들의 문제제기를 어떻게 공론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당사자의 문제제기는 곧 2차가해 혹은 피해자를 권위로 짓누르는 ‘남성적인’ 행위로만 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성희롱과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은 이 사안을 스쿨미투로 보는 것은 스쿨미투 운동에 불신을 초래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스쿨미투 취지를 왜곡시킬 소지가 다분하므로 조심스러워야 할 것이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광주시교육청은 배이 교사의 직위해제 취소와 복직을

일부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꼈다고 해서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의해 보장되는 교사의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해당 영상은 ‘성과 윤리’라는 단원 수업을 위한 학습자료로 선택된 것이며, 자료의 선택은 교사의 재량이다. 교사가 음란물, 명예훼손물, 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을 배포했다면 법적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수업을 위해 합법적인 자료를 선택했다면 사회 상규에 어긋나거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라 해도 학교 내에서 교육전문가들을 포함하는 교육의 당사자들이 학습 자료 선택의 옳고 그름에 관해 자주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옳다. 수업을 위해 어떤 자료를 선택할 것인가는 교육철학과 교육윤리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논쟁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경찰이나 검찰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비전문적인 판단으로 전문적이고 특수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자료로 활용된 영상이 어떤 수업의 어떤 목적과 목표를 위해 채택되었는지와 같은 지점들은 무시한 채 신체의 노출 정도, 폭력 재현의 수준과 방식 같은 1차원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에 근거해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법적 처벌을 시도하고 있어 영상자료가 비윤리적인지를 진지하게 다투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형사처벌은 교육의 영역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인 개입이 되어 정권이 지향하는 이념과 취향에 좌우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법적 처벌이 현실화된다면 교사들이 수업을 위해 채택하는 자료의 범위는 현저하게 축소될 것이다. 법적 처벌은 교사들에게 위축 효과로 작용해 수업 내용 구성과 학습자료의 범위를 자발적으로 검열하고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사중단을 촉구하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 광주시교육청 역시 사태해결을 위해 형사처벌에 의존해 배이상헌교사를 직위해제하였다면 이를 취소하고 교육당사자들 사이의 논의부터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7]


[1] 제17조(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4. 1. 28.> 2.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아동복지법」.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www.law.go.kr/%EB%B2%95%EB%A0%B9/%EC%95%84%EB%8F%99%EB%B3%B5%EC%A7%80%EB%B2%95

[2] 2019년 11월 10일 정오경 전교조 회원인 모교사와의 통화로 알게 된 내용이다.

[3] 배이상헌 교사에 대한 수업배제와 경찰 수사의뢰, 직위해제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배이상헌 교사가 수업배제를 통보받은 뒤 이에 불복해 수업을 강행하여 교육청이 수사의뢰를 하고 직위해제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데,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세 개의 조치를 동시에 취한다는 교육청의 통보는 배이상헌 교사에게 보낸 내용증명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4] http://gj.nocutnews.co.kr/news/5192207

[5] 김우리(2019. 08. 05). 광주학부모단체 “성교육을 성범죄로 몰았다”. 광주드림. http://m.gjdream.com/news_view.html?uid=498092&ref_url=http%3A%2F%2Fwww.gjdream.com%2Fv2%2Fnews%2Fview.html%3Fnews_type%3D202%26code_M%3D2%26mode%3Dview%26uid%3D498092 (검색일: 2019년 11월 10일). 전소영(2019. 10. 01). ‘남녀 미러링 영화 상영’ 교사 성비위 논란 온도차.. “교권침해” vs “성인지감수성 결여”. 투데이신문. http://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665 (검색일: 2019년 11월 10일).

[6] 오경미(2019. 10. 01). 성평등 영화 상영 교사에 대한 경찰 기소의견을 비판하는 이유. 슬로우뉴스. https://slownews.kr/74302 (검색일: 2019년 11월 10일).

[7] 오경미. 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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