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19. 3. 12.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행위의 경우 ‘부수적으로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김병기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88898)과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김병기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8899)에 대한 찬성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본래 ‘공공의 이익’이란 개념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형사처벌 여부나 표현의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기 부적절하다. 나아가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오로지’ 또는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어야 죄가 성립되지 않는데, 이와 같이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와 그 비중을 판단하는 것은 더욱 추상적인 작업이다. 이로 인해 공익성이 인정되는 표현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된 사례가 있고, 처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사전에 크게 경직, 위축된다는 폐해가 있다.
본 개정안이 도입되면 표현행위자의 입증 부담이 완화되고, 공공의 이익과의 관련성을 인정받기만 하면 동기의 비중을 따짐이 없이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어, 공익과 관련된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보다 넓게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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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및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개정안의 요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김병기 의원 대표발의, 188898)과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김병기의원 대표발의, 18899)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행위의 경우 부수적으로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임.
2. 현행 규정의 문제점
현행 형법 제310조는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공익 목적’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규정하고 있음. 판례는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1]고 판시하고 있음. 그러나 ‘오로지’라는 문언과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판례의 태도로 인해 공익성이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을 한 경우를 가중처벌 하고 있으며, 위 형법 제310조와 같은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은 없음. 다만 판례가 ‘비방의 목적’ 판단에 있어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다”[2]고 하여, ‘비방의 목적’ 여부 판단에 있어서 주요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고려하고 있음.
본래 ‘공공의 이익’이란 개념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하여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기 부적절함. 즉, 범죄의 성부 및 표현의 자유의 허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써 ‘공공의 이익’이란 개념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및 명확성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음.
나아가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오로지’ 또는 ‘주요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어야 죄가 성립되지 않는데, 이와 같이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와 그 비중을 판단하는 것은 더욱 추상적인 작업임.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제70조 제1항) 위헌소원 사건[3]의 반대의견에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잘못한 행위를 한 행위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의 목적도 함께 수반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도 함께 강해지기 때문에,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판하려는 목적과 비방할 목적이 서로 공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표현이 이루어진 제반 사정과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어느 목적이 더 주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항상 명확하다고 볼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일수록 공개로 인한 공공의 이익과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비난의 목적이 동시에 커지게 될 수도 있어 오히려 공개할 공익이 큰 행위일수록 비방할 목적이 더 커지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을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는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고 보고 있는데, 비방할 목적과 공공의 이익이 항상 상반되는 관계에 있지 않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법원의 설시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가지고 있는 불명확성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음.
대리점이 제약회사의 갑질을 고발한 글[4],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업주를 고발하는 피켓시위[5], 세입자가 건물주의 갑질을 고발한 글[6]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은 사례들이 있음. 여성단체가 국립대 교수의 연구실 제자 성추행 사건을 고발했다가 원심에서는 유죄판단을 받고 상고심에서야 무죄로 판단된 사례도 있음.[7] 이처럼 일응 공익성이 인정될 수 있는 표현행위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사전에 크게 경직, 위축될 수밖에 없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의 발설을 막음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의 명예는 진정한 명예라기보다 결국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허명’ 혹은 ‘위선’으로서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음. 이러한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명예훼손죄는 폐지 추세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2015)[8]와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2011)[9]도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정식으로 권고한 바 있음.
3. 본 개정안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을 감소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임
본 개정안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과의 관련성이 있다면 형사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임. 일견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라도, 표현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를 따져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는 현행 규정의 위와 같은 위헌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또한 현행 법조항과 판례에 따르면 표현행위자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점 및 주요한 동기가 비방의 목적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입증해야 하고, 처벌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어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위축하는 효과가 심대함. 그러나 본 개정안이 도입되면 표현행위자의 입증 부담이 완화되고, 공공의 이익과의 관련성을 인정받기만 하면 동기의 비중을 따짐이 없이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공익과 관련된 사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보다 넓게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1] 대법원, 2016. 5.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2]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8812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도6036 판결 등
[3] 헌법재판소, 2016. 2. 25. 결정 2013헌바105, 2015헌바234
[4]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97 판결
[5]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3912 판결
[6]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0. 22. 선고 2018고정1820 판결
[7]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2137 판결
[8] Human Rights Committee,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fourth periodic report of the Republic of Korea”, Adopted by the Committee at its 115th session (19 October–6 November 2015)
[9] Frank La Rue (2011),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Mission to the Republic of Korea”(A/HRC/17/27/Add.2), UN Human Rights Council, 21 March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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