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주는 정말 저작권법을 위반했을까?

by | Oct 11, 2016 | 오픈블로그, 지적재산권 | 6 comments

공현주는 정말 저작권법을 위반했을까?

글 | 남희섭(오픈넷 이사)

 

배우 공현주 씨가 지난 금요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브릿지 존슨의 베이비’ 엔딩 장면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저작권법 위반이란 호된 비난을 받았다. 배우라는 사람의 저작권 인식이 형편없다는 질타가 이어지자, 소속사는 즉각 게시물을 삭제하고 공개 사과까지했다. 필자가 보기에 공현주 씨를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 모두 코미디다. 영화배급사가 나서서 이미 삭제하였으니 더 문제삼지 않겠다고 아량을 베풀고 이번 일을 계기로 관객의 저작권 인식이 바뀌고 극장 문화가 자정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는데, 이런 코미디가 또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현주 씨는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영화 배급사는 문제삼을 수도 없다. 아량을 베풀고 말고 할 일도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작권법이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침해하는지, 잘못된 저작권 상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얘기를 하면서 영화 한 장면을 사용했다고 형사처벌한다면 처벌하는 법률 자체가 이상한 거다. 영화 장면을 영화관에서 찍었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사용했건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

공현주 씨가 위반했다고 얘기되는 저작권법 조항(제104조의6)은 미국 저작권법 제2319B조를 그대로 가져다 온 것이다(미국은 2005년 저작권법 개정(U.S. Family Entertainment and Copyright Act of 2005)으로 이런 조항을 만들었다). 미국법이 우리 저작권법에 그대로 이식된 계기는 한미 FTA다(제18.10조 제29항). 이 조항은 영화를 통째로 “녹화”하는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전체는 아니라도 거의 대부분을 녹화한 것은 포함된다). 당시 미국영화협회(MPAA)는 불법 DVD와 같은 유형물에 의한 저작권 침해로 연간 약 4조 원(35억 달러)의 피해를 입는데, 이른바 캠 버전이 피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다). 영화 시사회나 개봉 첫 주에 캠 버전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P2P를 통해 공유되어 막대한 피해가 생긴다며 법 개정을 호소했고 미국 의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입법경위에 비추어보면, 저작권법에서 처벌하려는 도촬은 원래 영화를 대체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공현주 씨가 찍었다는 사진은 영화를 대체할 정도가 아니다. 이 사진을 보았다고 영화를 보려던 사람이 영화관 가기를 포기할까? 오히려 홍보 효과를 높여 영화사에게는 호재라는 평가도 있다. 영화를 대체할 수준이 아닌 도촬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미국 의회 기록을 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미국 저작권법 개정 당시 미하원 보고서는 카메라나 피처폰, 기타 사진촬영 장비를 이용하여 상영중인 영화의 스틸 사진을 찍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고 그럴 의도도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여기)

영어 원문은
“The Act would not, and is not intended to, reach the conduct of a person who uses a camera, picture phone, or other photographic device to capture a still photo from an exhibition of a motion picture.”

공현주 씨의 일로 알려진 저작권법 조항의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첫째, 다른 위반행위와 달리 도찰행위에 대해서는 미수에 그쳐도 처벌한다. 미수에 그쳤다는 말은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둘째, 공정이용과 같은 저작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래 영화 전체를 허락없이 녹화해서 인터넷으로 공유하면 복제권 침해와 전송권 침해다. 별도의 규정이 없어도 저작권자는 피해를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복제권 침해나 전송권 침해는 형량도 5년 이하로 도촬행위 형량 1년 이하보다 더 세다. 그럼 왜 도촬행위에 대한 별도의 벌칙 조항이 생겼을까? 바로 복제권이나 전송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적용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처벌 규정을 만들려면 문제의 행위가 매우 중대한 사회적 법익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캠 버전이 그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당사자인 영화산업계가 캠 버전으로 인한 피해를 과장해서 미국 정치권을 로비해 이상한 법이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이게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사회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코디미 같은 일이 너무나도 진지하게 벌어지고 있다. AT&T 연구원들이 쓴 2003년 논문을 보면, 미국영화협회의 주장과 달리 실제로 영화 불법복제물 77%가 영화산업계 내부자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이 문제를 지적한 캐나다의 가이스트 교수는 BBC에 기고한 글에서 MPAA가 미국의회를 로비한 것을 쇼로 치부하며, 만약 정치인들이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못하면, 이 쇼는 끔찍한 종말로 치달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하였습니다.(2016.10.11.)

6 Comments

  1. 저작권법

    저작권법 제136조의6은 어디서 나온 조항입니까? 그리고 저작권법 제104조의6에 따르면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등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하여 노고하하거나 공중송신하여서는 안됩니다. 공현주씨의 행위는 이에 해당하며 시사회도 ‘상영 중’으로 볼 수 있기에 제137조 3의3호 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현주씨는 저작권법 제30조로 인해 항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쓴 남희섭이란 분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잘못된 정보를 쓰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Reply
    • 오픈넷

      제104조의6으로 수정하였습니다.

      Reply
    • 남희섭

      법 조항은 제가 잘못 적었네요. 오류를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공현주 씨의 행위를 “녹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미 FTA와 미국법에는 영화의 일부(“any part thereof”라는 표현이 있지만 우리 법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일부를 적용 대상으로 명시한 미국법 하에서도 사진을 찍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입법 취지입니다.

      사적이용 항변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른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도 적용되지 않구요. 제가 언급한 미의회 보고서에도 공정이용 항변이 적용되지 않지만 공정이용에 해당할 경우에는 검찰이 재량권을 발휘하여 기소하지 말라는 권고가 나옵니다.

      함부로 잘못된 정보라고 얘기하지 마시고, 원글에 있는 정보와 자료들을 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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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유인

    남희섭변리사님의 의견은 미국의 도촬에 대한 해석으로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 저작권법 규정이지 한국 저작권법 규정이 아닙니다. 한국저작권법에 따르면 미수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분을 도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주장하시는 것은 미국 저작권법에 따른 주장이지 대한민국 저작권법에 근거한 주장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즉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도촬하여야 형사처벌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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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희섭

      미국법의 attempt to use가 우리법에 미수범 처벌 규정에 해당하는 겁니다. 국내 저작권법 개정 당시 녹화기기를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행위를 미수로 볼 것인지 예비행위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국내 저작권법으로도 영화 한 장면 찍은 것은 미수라 보기 어렵고, 도촬 규정의 취지가 캠버전 막자는 것이므로 캠버전처럼 원래 영화의 소비를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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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유인

    저작권법 님도 그 도촬을 사적이용이다라고 주장하시는 것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행위를 사적이용이라고 주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촬에 대해서는 사적이용이 적용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저작권법의 의도라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즉 인터넷에 공개되지 전에 사전에 녹화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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