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로 인한 피해 –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 1.5편

by | Mar 27, 2013 | 오픈블로그, 지적재산권 | 7 comments

원래는 1편에 이어 곧바로 2편을 쓰려고 했으나, 저작권보호센터에서 1편에 대한 답 글을 달아 이에 대한 반론을 1.5편으로 먼저 냅니다. 1편에 답글을 달아주신 저작권보호센터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먼저 저작권보호센터에서는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를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과학적인 조사 방법이고 “WIPO에서 제시한 조사 프레임을 활용하여 실시”한 것인지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설문 문항이 무엇이고, 어떤 답변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여 수치화했는지 보고서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표본집단을 통한 설문조사는 설문 문항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저작권보호센터의 조사는 “불법 행위”에 대한 설문이기 때문에 조사 대상자의 답변이 대상자의 실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 가능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중요한데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를 통해 전환율 추정치를 구해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를 산정한다면 저렇게 복잡해 보이는 수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환율과 단가만 알면 침해 규모를 쉽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고서의 수식을 보면 단순히 전환율 추정치만 사용해 침해 규모를 산출한 것 같지 않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에서도 확인을 해 준 것처럼 음악 분야의 전환율 추정치는 69.7%입니다. 그런데 정작 보고서에서는 다른 전환율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2012년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 272면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불법복제 음악물이 음악 분야의 합법저작물 시장을 침해하는 비율(합법저작물시장 침해율(건수 기준))을 살펴보면, 온라인 불법복제 음악물은 이용한 100곡 중 20.60곡이 온라인 합법저작물(디지털 음원)을 침해하고 있으며, 100개 앨범 중 55.10개 앨범이 오프라인 합법저작물을 침해하고 있다. 오프라인 불법복제 음악물은 구입한 100곡 중 10.96곡이 온라인 합법저작물을 침해하고 있으며, 100개 앨범 중 33.77개 앨범의 비율로 오프라인 합법저작물을 침해하고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음악 분야의 전환율(곡 기준)은 온라인이 20.6%, 오프라인이 10.96%입니다. 전환율 추정치 69.7%는 점점 더 의문이군요.

불법 규모와 합법 침해 규모는 별개다? 아니다?

불법 규모가 크게 줄었는데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가 변하지 않거나 늘어난 이유에 대한 저작권보호센터의 설명은 의혹만 더 키우고 있습니다. 양자가 서로 무관하다는 것인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불법복제물 시장규모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는 불법복제물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소비자의 ‘정품구매의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소비자의 ‘정품구매의도’는 소비자의 ‘구매력’과 ‘콘텐츠에 대한 수요’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그런데 구매력이나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매년 크게 변화하지 않으므로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규모는 불법복제물 이용량과 같은 그래프를 보이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 설명이 불법 저작물 시장이 얼마가 되었건 합법 저작물 시장의 피해 규모가 불변이란 설명이면 이는 획기적인 발견입니다. 그 동안 저작권 침해에 관한 여러 연구들이 저작물의 불법 이용이 합법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들인데 이제는 이런 연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불법 복제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무리 없애봐야 합법 저작물 시장에는 아무 영향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마 저작권보호센터에서 이런 주장을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불법 저작물을 내려 달라고 요창한 것만 3억 6천5백만개에 달한다는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보통 저작물의 불법 이용으로 인해 합법 저작물 시장이 받는 피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불법 이용 저작물의 가치(이용자가 평가하는 가치)가 정품 가격보다 높으면 피해가 발생하고, 불법 이용 저작물의 가치가 정품 가격보다 낮으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이처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영역은 불법 시장이 오히려 소비자 후생에 기여한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저작물의 가치가 정품 가격보다 높아야 불법 이용이 불가능해지더라도 이용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합법 저작물 시장으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이런 설명들을 합니다.
문제는 이용자가 평가하는 불법 저작물의 가치를 어떻게 알아 내느냐인데, 저작권보호센터는 그것이 정품 구매 의도로 표현되고 이를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 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작권보호센터의 보고서처럼 불법 저작물의 유통량이 7%로 줄어도 합법 저작물 시장 침해 규모가 그대로란 말은 나머지 93%의 불법 이용은 애초에 합법 저작물을 구매할 의사가 없던 자란 말입니다. 다시 말해 불법 이용 저작물의 가치를 정품 가격보다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합법 저작물 시장에 편입되지 않고 그래서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불법 저작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작물의 합법 구매를 포기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무려 69.7%에 달하는 전환율은 그럼 어떻게 된 걸까요?

36조 6천억원의 진실

1편에서 온라인 음악 불법 다운로드만 근절하면 무려 36조원이 생긴다고 한 이유는 불법 이용이 합법 이용으로 전환되는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보호센터는 불법 다운로드는 합법 다운로드로 전환되고 불법 앨범은 합법 앨범 구매로 전환된다고 가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불법이 완전히 근절되었을 때 불법 이용이 어떤 형태의 합법 이용으로 전환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발표한 가장 최근 자료인 “저작권 통계 2012년 2호”에 나와있는 음악 저작물 1개당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 52,600원을 적용했습니다. 이 수치는 음악 저작물의 합법 이용의 모든 형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저작권보호센터의 보고서를 확인하려고 했던 이유는 당시 저작권자단체들이 주최한 세미나 “공연권 및 사적복제보상금 제도에 관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작권보호센터와 문화부에 연락을 했는데 지금이라도 공식 요청을 하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하시니 절차를 밟도록 하겠습니다.

7 Comments

  1. keejeong

    복잡하네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합법저작물 침해규모란 불법이용자 중 합법저작물을 애초부터 이용하지 않았을 경우를 제외한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불법저작물 시장규모가 크게 줄었음에도 합법저작물 침해규모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약간 더 늘어난 이유는, 불법저작물 이용자 중 합법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사람의 비율(불법저작물이 있기 때문에 합법저작물 구매를 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듯합니다. (제 생각에는 두번째 파란박스 중 마지막 문장이 틀린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은, 설문지의 질문이 과거와 바뀌었기 때문에 “합법저작물 이용 의사가 있었다”는 응답 비율이 크게 늘어났거나, 실제로 저작권에 관한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러나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서) 그런 응답 비율이 크게 늘어났거나, 조사 과정에서의 어떤 다른 요인으로 인해 과거에는 솔직한 답변이 많았는데(공짜가 있는데 왜 돈주고 사냐? 난 계속 불법복제본 사련다) 지금은 그러지 않았거나(최소한 정품을 사려고 생각은 해봤다, 나 그렇게 뻔뻔한 놈 아니다) 등 여러가지로 짐작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저 통계자료는 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환율은, 역시 연차보고서만으로는 알아먹기가 참 힘듭니다만, 어떤 사람이 온라인 불법복제물을 이용하지 않고 정품을 샀다면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 샀을 수도 있고 오프라인에서 샀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 비율이, 불법복제물 100곡 중 20.60곡은 온라인에서 샀을 것이고, 100개 앨범 중 55.10개 앨범은 오프라인에서 샀을 거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앨범 1개당 10곡 좀 안된다고 보면 대략 70% 가까운 수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산정 방식이 올바른지 역시 설문지를 봐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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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eejeong

    저작권보호센터의 통계자료가 많이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은 공감합니다만, hurips님은 음악저작물 1개당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 52,600원을 적용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잘못하신 것 같습니다.
    저작권통계 2012년 2월호 중 어느 부분을 참고하신 것인지요? 위 통계자료 양이 많아서 찾아보진 못했습니다만, 아마도, 최종 소비자에게 징수하는 금액이 아니라 중간 유통업자에게 징수하는 금액의 평균치를 적용하신 것 같습니다. 예컨대 저작권자가 음반제작자에게 1곡의 수록을 허락하면서 징수한 금액, 온라인 서비스 업자에게 1곡의 스트리밍을 허용하면서 징수한 금액 등등의 평균치가 52,600원이라고 한 것을 그대로 적용하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음반이나 스트리밍이 저작권자와의 한건의 라이선스 계약을 토대로 무수히 많은 건수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작권보호센터에서 조사한 침해 건수에 52,600원을 곱한 것은 너무나 많이 부풀려진 것 같습니다. 상식적으로, 곡이 아니라 앨범 단위로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한장에 52,600원까지 하지는 않잖아요? 저작권보호센터에서는 온라인 저작물의 경우 133원을 적용헀고, 이것이 훨씬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벅스에서 음악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상으로는 체감상 더 낮게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저작권통계 자료 중 52,600원을 어디서 뽑으셨는지를 찝어주시면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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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rips

      저작권 통계 2012년 제1권 제2호의 15면부터 저작권 사용료 징수 현황이 나오고 17면에 관리 저작물 1개당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이 나옵니다. 음악 저작물 1개당 징수액 52,600원은 여기서 인용한 겁니다.
      이 금액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말씀하신 것처럼 과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문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불법이 합법으로 전환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온라인으로 다운로드를 못받게 될 경우 공연장에 갈 수도 있고, 원하는 노래가 들어 있는 앨범을 살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는 온라인 합법 다운로드로 전환된다는 가정이 타당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다양한 합법 전환 방식을 따로 다 산정할 수가 없어서 평균값을 적용한 것입니다.
      참고로 음악 분야의 권리유형별 저작권료 징수액은 저작권통계 85면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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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ejeong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하여 말씀드리자면, 저도 현행법이 대체로 권리자 쪽으로 치우져져 있고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입니다. 다만 세부적으로, 52,600원을 적용해서 36조원을 산출하신 것에 오류가 있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인용하신 저작권 통계 부분은 신탁단체가 징수하는 저작권사용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최종 소비자가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서 지불하는 금액이 아닙니다. 예컨대 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자로부터 신탁받은 음악에 대해서 벅스에게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징수하는 것과 같은 금액입니다. 음악 한 곡에 대해 벅스에서 파는 걸 허락하면, 벅스에서는 이걸 여러 소비자한테 팔잖아요? 반면 저작권보호센터 통계 자료에서 “침해 건수 1건”이라고 할 때에는 최종 소비자가 이용하는 복제물 1개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작권보호센터 자료도 “온라인 불법다운로드는 온라인 합법다운로드로 전환된다”고 보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273쪽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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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eejeong

    기본적으로 저는, 저작권 침해 실태가 부풀려져 있다는 hurips님의 말씀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냥 체감상, 느낌상 그렇다는 것이고, 그래서 저작권보호센터 통계자료가 있다는 걸 이 글을 보고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살펴봤습니다만, hurips님처럼 많이 실망했습니다.
    hurips님이 글을 쓰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작권보호센터나 BSA 통계자료가 엉터리다, 너무 부풀려져 있다, 이것만 말씀하고 마시려고 했던 건 아닌 듯한데요. 가치가 떨어지는 통계자료는 제쳐두고 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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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rips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1편 첫 문장에 나와 있는 것처럼, 피해 규모가 국내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권리자들이 의도적으로 부풀린 피해 규모가 객관적인 통계로 둔갑하여 저작권 침해를 저작권자 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로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과장된 피해로 인해 우리 저작권 정책에는 권리자의 이해가 과잉 반영되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것은 최종편으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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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ejeong

        최종편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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