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 소프트웨어는 특허에서 제외하기로

뉴질랜드 정부는 5월 9일 특허법을 개정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은 특허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특허법에 컴퓨터 프로그램은 발명이 아니며, 제조물의 일종도 아니라는 조항을 두는 것이다(제10A조 신설: a computer program is not an invention and not a manner of manufacture for the purposes of this Act). 많은 나라들이 특허법의 보호대상을 “발명”으로 정의하고, 발명의 유형으로 기계, 장치, 제조물, 물질, 방법(process)들을 열거하는데, 뉴질랜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은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IT 업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까지 지지했던 이번 개정 조치로 인해 앞으로 뉴질랜드에서는 어떠한 소프트웨어도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왜냐하면 개정안은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computer program as such)”인 발명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를 발명에서 제외하는 태도는 뉴질랜드가 처음이 아니고, 유럽에서 이미 확립된 것이다[1]. 근데 왜 뉴질랜드의 이번 개정조치가 소프트웨어를 특허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할까?

유럽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의 해석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 자체”를 매우 좁게 해석하여 사실상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이 특허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에서 제외하려던 당초의 취지가 훼손되었고 그 주범이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란 용어였던 것이다. 유럽특허청과 독일 법원을 중심으로 이런 해석론을 구축해왔는데, 여기에 반기를 든 곳은 영국 법원이다. Aerotel 사건에서 영국 법원은 유럽특허청의 해석론은 일관성도 없고 무형의 어떤 것만 발명에서 제외된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였다고 비판하면서, 발명에 해당하지 않는 컴퓨터 프로그램인지 여부는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에 어떤 기술적 성격의 공헌을 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영국 특허청은 2007년 11월 심사실무를 변경하여 모든 컴퓨터프로그램 특허 출원을 거절하기도 하였다.

뉴질랜드의 특허법 개정안은 이러한 영국 법원의 입장을 입법화하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특허에서 제외하였다고 평가한다. 법안에 따르면 발명이 실제로 기여한 공헌이 오로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라면 그 발명은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라고 명확히 하고, 특이하게도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에 해당하는 것과 해당하지 않는 사례와 해석론을 법안에 명기해 두었다. 가령 기존 세탁기의 세탁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발명이 실제로 공헌한 부분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탁기의 작동에 있으므로 이 프로그램은 발명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어떤 등록을 위한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발명의 실제 공헌이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므로 이 발명은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에 해당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다.

이 예를 보면 뉴질랜드에서 소프트웨어를 특허에서 제외했다기 보다 일부 소프트웨어 즉,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만 특허에서 제외했다는 평가가 더 정확할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소프트웨어 특허가 기술 혁신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정쩡한 결론에 도달한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의 방식과 크게 벗어나는 법 개정을 할 경우 국제조약(TRIPS 협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전 세계 동향

컴퓨터 프로그램의 법적 보호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저작권법, 특허법, 영업비밀보호법, 계약법에 따른 보호를 하고 있다. 저작권에 의한 보호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합의가 있었고 트립스 협정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어문 저작물의 하나로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허 보호는 이를 직접 다루는 국제조약도 없고 명확한 국제적 합의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보호할 것인지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1987년 조사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국가는 32개국(전체 조사대상국 106개)이었고, 2010년 조사에서는 64개국이며 아프리카 지적재산권기구(African Intellectual Property Organisation), 유라시아 특허기구(Eurasian Patent Organisation), 유럽특허청도 컴퓨터 프로그램을 발명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알고리즘을 특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에 명시한 국가도 9개라고 한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를 최소한 공식적으로라도 발명에서 제외하는 것이 점차 국제적 합의(consensus)를 형성해가고 있으며, 소프트웨어는 특허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많은 국가의 특허법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 특허법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명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관해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발명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어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인지, 기술적 사상의 창작인지를 기준으로 특허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우리 특허법은 발명을 2가지(물건 발명과 방법 발명)로 나누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은 물건인지 방법인지 분명하지 않아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기록된 매체를 특허대상으로 간주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이 물건의 발명처럼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런데 최근 특허청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 소프트웨어 특허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물건의 발명의 하나로 명시하는 특허법 개정안을 준비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문화부가 반대하여 실현되지 못하였으나, 개정안의 내용이 [우리 특허법이 줄곧 그랬던 것처럼] 일본 특허법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것이라 앞으로 이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굳이 특허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특허청 자체의 심사실무를 변경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물건의 발명처럼 취급할 수도 있다.

특허청이 준비했던 개정안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정보통신망을 통헤 제공하는 행위도 특허권 침해로 규정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확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GPL로 대표되는 자유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을 재배포할 자유, 개량된 프로그램을 공동체 전체를 위해 배포할 자유를 근간으로 한다. 여기서 배포는 유체물의 점유 이전으로 제한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한 전송이나 송신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소프트웨어를 네트워크를 통해 배포하는 행위가 지금까지는 특허권 침해가 아니었지만 특허청의 개정안에 따르면 명백히 특허권 침해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소프트웨어 특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누가 어떤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몇줄의 프로그램 코드에 대해서도 특허 취득이 가능하며, 이와 기능이 비슷한 코드를 포함한 프로그램도 특허권 침해품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특허청의 개정안이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에 왜 위협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1] 유럽특허협약 제52조 제2, 3항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램 그 자체(programs for computers as such)”는 발명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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