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 감시, ‘투명성 보고’ 중요한 이유
글 | 오픈넷
슬로우뉴스가 오픈넷과 함께 정보통신 분야에서 2015년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할 법과 꼭 막아야 할 법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1. 저작권 삥뜯기 방지법 고! vs. S/W 특허법 스톱!
2. 삭제는 메일로 복원은 소송으로? 임시조치 개악을 막아라!
3. 사이버 사찰 방지 vs. 감청 설비 의무화
4. 국민 20% 감시, ‘투명성 보고’ 중요한 이유
투명성 보고, 필요하다
감시와 검열도 때론 불가피하게 필요한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감시와 검열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즉각 중단되거나 적절한 권한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투명성 보고’란?
불가피하게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는 제도가 있다면 그 제도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어떤 절차로 수행되는지, 그 절차를 수행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상세히 밝히는 것이다.
- 국가가 감시, 검열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는가.
- 국가가 감시, 검열의 권한을 남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가.
- 국가가 무엇을 감시하고 그 감시의 결과로 무엇을 이루었는가.
- 국가가 무엇을 검열하고 그 검열이 어떤 절차로 진행됐는가.
- 사업자가 이용자의 통신 정보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제대로 된 현황을 알지 못하면 문제가 무엇이고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없다. 만약 일반 국민이 통신 감시의 현황과 절차에 무감각하면 국가나 사업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도 점점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될 것이고, 감시와 검열은 관행이 되어 사회 전체를 억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 감시와 검열 현황에 대해 알아보자.
엄청나게 진행 중인 통신 감시와 검열 현황
우선 통신 감시부터 살펴보자. 아래의 자료는 통신 계정수 기준으로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1년간 이루어진 여러 형태의 통신 감시다.
전 국민 20% 이상은 통신 감시의 대상
- 통신제한조치(감청, 실시간 통신 내용 확인): 6,487명
- 통신사실확인(위치, 시간, 상대방 송수신 내역 확인 등): 12,878,527명
- 통신자료제공(이용자 신원정보): 10,771,978명
숫자를 보면 전 인구의 20% 이상이 감시의 대상이다. 놀라운 숫자다.
이번에는 검열의 현황을 알아보자.
삭제, 차단, 임시조치는 수십만 건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행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삭제, 차단의 시정요구 건수는 2014년 한 해에만 132,884건이다. 포털 등이 하는 임시조치는 이보다 2~3배가량 더 많은 20만~30만 건으로 추산된다.
참고로 임시조치는 정부가 직접 검열을 결정하여 내려지는 조치는 아니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검열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시조치’라는 제도의 성격을 보자. 임시조치란 누구나 타인의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주장하면 포털 사업자가 가입자의 게시글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상태로 돌리는 조치다. 따라서 국민이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프로세스를 정부가 “제도”로 강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가가 허용한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볼 수 있다.
“감시”에 관한 투명성 보고
현행 – 공개 현황의 세부 항목이 부족하고, 압수수색은 아예 공개하지도 않는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사들로부터 통신 정보 제공 현황을 보고 받아 이를 정리하여 총 건수, 계정수 등을 연 2회(반기) 공개하고 있다. 방심위의 통신심의는 분기별로 시정요구 건수와 ‘대강’의 사유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지금 공개하는 것은 위에서 보다시피 단순 수치에 불과하여, 정부의 감시 요청이 적절한 권한으로 행사되고 있는지 정부가 하는 감시 행위의 정확한 평가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각 감시 건별로 통신감시의 목적(혐의)이 무엇인지, 확인사항이 무엇인지, 기간, 범위는 어떠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압수수색’을 통한 통신 감시 현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번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공개한 투명성보고서에 따르면, 계정수 기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2012년 약 29만 5천 명, 2013년 약 63만 5천 명, 2014년 약 42만 7천 명의 통신 정보가 취득된 것으로 나타난다. 계정 수를 집계하지 않은 카카오를 제외하고도 2013년 이후 연간 약 50만 명의 통신정보가 압수수색된 것인데, 카카오의 것까지 포함한다면 수치는 더욱 어마어마할 것이다.
2014년만 기준으로 보면, 이들 사업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요청으로 조치된 계정 수를 다 합쳐도 약 1만 4천개인데 압수수색으로는 40만 명 이상의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인터넷 감시에 있어서는 통신사 서버 압수수색이 가장 주력으로 쓰이는 수단임이 확인되었다. 이런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공개되지 않고 있는 압수수색을 이용한 통신감시 현황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개정안 – 현황의 세부 내역도 공개하고 압수수색 내역도 공개하자.
2014년 12월 9일 정청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제한조치(전기통신의 감청),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압수수색 현황을 기재한 대장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연 2회 미래부에 보고하고, 그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래부에서는 총 건수, 계정수만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각 개별 감시 건의 내용을 담은 ‘대장’을 기초로 정부의 감시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다음과 같은 중요한 내용이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통신 감시의 목적(죄명, 혐의)
- 감시 대상 (접속지, 대화내용, 상대방 번호, 신원정보 등)
- 감시 일시 혹은 감시 협조 일시
- 감시 범위
당사자나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자나 정부가 적절한 범위 내에서 정보를 요청하고 전달하는지를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압수수색’ 부분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통신 감시의 실체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열”에 관한 투명성 보고
현행 – 정확한 게시글 차단 건수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
임시조치 ‘제도’로 인한 게시글 차단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임시조치는 누구든지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만 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정보를 30일 동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의 인터넷 정보의 사전검열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제도에 따라 국내 4대 인터넷 포털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차단한 인터넷 게시물 건수는 82만여 건이다. 2008년 대비 2012년의 인터넷 게시물 차단 건수는 300% 가깝게 늘어났다. 하지만 임시조치에 대한 보고 의무 규정이 없어, 이 제도의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은 관련 통계조차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다음카카오의 투명성보고서에는 개인의 신고로 콘텐츠를 게시 중단한 건수도 공개하였고, 이 중에서 ‘명예훼손’ 부분이 ‘임시조치’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그렇다면 2014년에만 116,261건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개정안 – 임시조치와 관련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자
2013년 12월 20일 유승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서비스 사업자가 임시조치 보고서를 작성하여 매년 2회 방통위에 보고하고 방통위는 이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픈넷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단순한 차단 건수 외에도 임시조치 신고인이 정치인과 같은 공인이거나 병원, 음식점 등 법인사업자인 경우에는 그 사례의 개요와 조치건수, 총비율 등도 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시조치제도가 공인이나 사업자에 의해 남용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임시조치 제도로 인한 게시글 차단이 얼만큼 이루어지고 있는지, 나아가 제도가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남용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보의 공개, 투명성 보고로 시작하자
국가가 범죄 예방이나 국민의 안전 등을 위해 수행하는 적절한 감시와 검열은 사회 보호를 위한 수단일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감시, 검열은 반드시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같은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저점 더 과도한 감시나 검열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으면 루머가 돌고 제2의 피해, 제3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전혀 발생하지 않을 사회적인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국민은 스스로 정부의 이러한 활동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검열과 관련한 규제를 정부가 잘 지키고 있는지를 항상 견제하고 살펴봐야 한다. 즉, 정부의 감시, 검열 권한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지, 사업자가 소비자의 권리를 잘 보호하는지 우리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투명성 보고”가 필요하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2015. 0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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