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금지법을 금지하라
글 | 오픈넷
소위 ‘우버 금지법’의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우버가 과연 공유경제 서비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공유경제 서비스가 아니라고 불법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우버 서비스에 대해 국회는 ‘우버 금지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과연 우버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게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좀 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걸까요.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2014년 10월 28일 대표 발의하여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안을 논의 중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이른바 ‘우버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우버 금지법 제안 이유, 주요 내용
- 2014년 현재 국내 택시는 총 25만 5천여 대이며, 이 중 약 5만여 대 정도가 과잉공급된 것으로 평가됨
- 택시의 과잉공급으로 택시사업자의 경영은 악화, 택시종사자의 수입 감소, 택시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택시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 반복
- 이런 상황에서 불법 ‘우버’가 택시시장에 진입해서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가중, 여객운수업 시장 질서를 훼손.
- 우버는 택시 등의 면허를 받지 않고 콜택시 영업을 하면서 자신들은 단지 운송행위의 알선행위를 한다고 주장
- 모바일 앱 등 인터넷을 통해 이런 불법행위를 알선하는 것도 규제, 처벌하도록 함
-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내려 여객운수업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자 함
각각의 법안 대표 발의 의원
- 김성태 (새누리당) – 의안번호 제1912152호
- 이노근 (새누리당) – 의안번호 제1912034호
-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 의안번호 제1912137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는 2015년 3월 10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소위 ‘우버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어제(4월 28일) 국토위는 전체회의로 우버 금지법을 의결했다. 현재 우버 금지법은 국회 절차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 법안은 인터넷을 통한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불법화하는 위헌적인 결정이다.
인터넷 이용한 플랫폼 서비스가 불법?
우버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의 본질은 ‘정보’와 ‘의사’가 교환되는 플랫폼 서비스라는 점에 있다. 플랫폼 서비스는 오프라인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오프라인 경제를 디지털화하는 혁신을 가능케 한다.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현재 시점에서 이 같은 플랫폼 서비스는 활성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불법화한다면 인터넷을 통한 혁신은 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우버의 플랫폼 제공 자체를 ‘불법 알선행위’로 볼 수 있을까?
게다가 어떤 행위가 단순히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람들까지 처벌하는 것은 경제적 약자들이 자원을 공유하여 경제생활을 영위할 자유를 위협한다. 최근 동료 학생들을 인터넷으로 모집해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통학버스 노선을 만든 대학생도 처벌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사적 자원을 공유하면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웹하드서비스업자들은 모두 저작권침해 알선죄로 처벌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웹하드에서는 합법적인 파일의 공유도 일어나므로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플랫폼은 플랫폼일 뿐 알선죄는 알선죄를 적용할 만큼 개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의 알선에만 적용되어야 한다.
우버 서비스가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을 침해한다?
일단 우버의 운송행위가 개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명백하게 침해하고 있을까. 기존의 택시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를 떠올려 보자. 택시의 탑승 거부나 합승 강요 등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용자가 많지만 제대로 나아지지도 않고 별다른 해결책도 없다. 많은 택시 이용자들은 눈 오는 새벽에 택시가 안 잡혀 1시간씩 기다렸다거나, 짧은 거리 운행은 원치 않다면서 불만과 욕설을 들은 경험, 분명히 빈 차인데 그냥 지나쳐 가는 택시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승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합승을 강요하는 경험 등 불쾌하고 부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우버 서비스는 기존에 불편한 마음으로 택시를 이용해야 하거나 아예 택시를 잡기 힘들 때 매우 유용한 면을 가지고 있다. 즉, 우버는 기존 택시가 무시했던 승객을 대상으로 아주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교환(공유)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독점에서 온다. 경제가 안 좋아 가망성 없는 자영업이나 힘든 비정규직으로 생존하는 분들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가계를 버텨내야 할 상황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집에 차가 한 대 있다면 주변에 사정이 조금 더 나은 친구나 친지들을 태워주고 저렴한 수고비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적 자원의 공유를 아예 법으로 금지하면서까지 기존 택시회사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강화하는 것 아닐까?
더욱이 우버금지법이 택시기사들의 생활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택시기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불법적인 사납금제도이다. 바로 최근에 불법 사납금제도 하에서 월급을 받지 못하고 일한 택시기사들이 택시회사를 상대로 임금체불소송에서 승소하였다. 불법 사납금제도에 대해서는 신고포상금제도도 만들지 않고 알선금지법도 만들지 않고 있으면서 우버금지법으로 택시기사들을 돕겠다는 것은 위선적이다.
- 서울신문 – 택시 ‘불법 사납금’ 피눈물 “안 낸다 버티면 해고당해”
- 경기일보 – 택시기사들 “초과 노동 임금 지급하라” 선전포고
- 미디어오늘 – ‘무한도전’도 못채운 ‘사납금’, 택시기사는 운다
적어도 ‘우버금지법’은 택시기사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택시회사들을 위한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일반인들로부터 콜을 받듯이 우버로부터도 콜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 않는다.
우버의 알선행위는 적극적인가?
알선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우버가 의사가 없는 이용자에게 ‘불법 알선’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행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우버는 온디맨드 서비스이다. 일단 우버를 이용하기 위해서 이용자는 자신의 의지로 앱스토어에서 우버를 찾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앱을 실행시켜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필요한 사람이 직접 우버 차량을 호출한다.
즉, 우버는 ‘알선’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서비스라기보다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단순히 정보와 ‘이용 의사’를 유통하는 공간을 제공한다고 해서 알선 행위라고 부를 수 없으며 국가 형벌권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건 상당한 무리가 있다.
전면 금지가 아니라 규제 디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버가 과연 공유경제의 영역에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유경제 그 자체는 택시 운송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양립할 수 있다. 현행법을 들여다봐도 카풀처럼 공유경제의 성격을 가지는 영역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다. 서울시는 유료 카풀 서비스인 “티클”(tikle.co.kr)을 2013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공유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행법이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한 유상 운송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택시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복리’의 증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섣부르게 우버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전면 금지시키는 법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현행법상 유상 운송서비스 규제가 공공복리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 아닌지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면 카풀과 같은 규제의 예외 영역을 더욱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기존의 유상 운송서비스에 부족한 점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떤 식으로 보완할 것인지 등 규제 디자인 자체를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공공복리가 증가한다면 얼마든지 예외가 가능하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지 서비스를 생각해 보자. 수년 전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지 서비스가 도입될 때 허가사업자인 이동통신사들이 택시 사업자들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자로서 허가를 받지 않은 회사가 자신들과 유사한 서비스인 메시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면 법이 허가제를 둔 취지가 형해화되고 이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이동통신사들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와 경쟁하기 위해 문자 요금을 인하하거나 면제하고,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Joyn; 조인)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과점 구조에 있던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을 일깨웠다. 소비자는 오히려 다양한 서비스를 더 좋은 조건에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의 후생은 증대했다.
이처럼 허가 사업자의 경쟁을 유도하여 결과적으로 공공성과 양립할 수 있고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서비스는 진입규제의 예외로서 폭넓게 인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서비스의 싹을 자를 것인가
“우버 금지법”은 공유경제 혹은 온디맨드 형태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원천적으로 처벌하려는 상당히 과격한 법안이다. 게다가 사업 초기 거의 특정 사업자를 표적으로 삼았다 할 만큼 아직 그 득과 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의된 법안이다.
게다가 이렇게 제대로 된 현황 파악 없이 이렇게 플랫폼 서비스의 사업자를 불법으로 규정해 버린다면 운송 외에 다른 영역의 새로운 시도에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것은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에서 취해야 할 장점도 파악하지 못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우버 서비스는 마약사범이나 폭력조직처럼 그 존재로 사람들의 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은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은 합리적인 경쟁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버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은 그 점을 지적해 보완하도록 하면 되고, 기존의 택시 서비스가 가진 단점들은 우버와 같은 신규 서비스를 통해 자연히 부각될 것이니 이를 통해 개선해 나가도록 유도하면 된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서 기존 사업자와 경쟁을 한다고 싹을 잘라버리는 방식이야말로 다가오는 미래를 눈감고 외면하는 처사일 뿐이다. 현재 운성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버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득과 실을 잘 파악해 사회 전체의 복리증진에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우버 금지법”과 “묻지마식 금지 법안”은 금지해야 한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2015. 04. 29.)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