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 <2> 저작권 침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
글 | 박지환(오픈넷 변호사)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형사처벌은 당연한 것?
[질문] 비영리단체가 블로그 글에서 시사, 보도 목적으로 저화질의 ‘섬네일(thumbnail)’ 사진 이미지를 이용(복제)하였는데, 해당 사진의 저작권자가 복제권 침해를 이유로 비영리단체 담당자를 형사 고소하였다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아야 하나?
저작권을 소유권과 유사하게 이해한다면 아래와 같은 대답이 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처벌되어야 한다.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형사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러나 위 질문의 답은 놀랍게도 아래와 같다.
[답] 실제 수사기관은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불기소처분함
(위 사례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1. 저작권에 대한 프레임 – “소유권과 구별되는 개념”
저작권법 제35조의3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 저작물을 이용(복제 등)할 수 있다며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저작권을 소유권에 비유한다면 남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저작권법의 공정이용 조항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의 ‘표현’이다. 그렇지만 내가 남의 표현을 그대로 복제한다고 해서 그 표현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소유권과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또한 위 사례에서 소개된 ‘공정이용’ 조항에서 드러나듯 저작권 제도는 사회적 맥락에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의 권리를 조화롭게 추구하고 있다. 소유권이 소유권자의 절대적인 권리만을 추구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따라서 소유권의 개념에 기대어 저작권 침해행위를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비유하는 것은 저작권의 배타적 요소만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으로 지양해야 한다.
2. 형사처벌에 대한 프레임 – “모든 재산상 이익의 침해에 형법이 항상 개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재산상의 이익의 침해에 대해서 다른 불법요소(강도, 사기, 배임 등)가 고려되는 경우가 아니면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남겨두고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지적재산권을 이용’했다는 것만으로 손쉽게 가벌성을 인정해서는 안된다.
-전현욱, “지적재산권과 형법정책”, 경원법학 제3권 제2호(2010.8.)
[질문]의 사례에서 비영리단체의 행위로 인해 저작권자에게 재산상 이익의 침해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 가능하다. 또한 형법이 개입하기 전에 민사적 방법으로 우선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우리 형법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지적재산권 보호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행 저작권법처럼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든 저작권 침해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불변의 진리이거나 당연한 명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의 재산권적인 성격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획득되었듯이, 저작권 침해의 형사 처벌 역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일 뿐이다. 사회적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새로운 합의에 의해 변경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 – 새로운 프레임에 대한 이해로부터
소유권과 관련된 ‘도둑’ 비유는 더 이상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을 논의하는 주된 프레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모든 재산상 이익의 침해에 대해 형법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도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이 두 가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의 개선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
형사 고소를 활용한 저작권 합의금 장사가 다시 엄중한 사회 문제가 되었고, 경미한 저작권 침해를 비범죄화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2015년은 저작권 합의금 장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저작권 침해 형사처벌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 오픈넷은 총 5회에 걸쳐 과도한 저작권 합의금 요구 사례 및 입법적 해결 방안에 대한 글을 연재합니다.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동시 연재하고 있습니다.
[연재] 자살까지 부른 저작권 합의금 장사는 언제 멈출까?
<4> 메르스 방역 방해하면 징역 2년, 저작권 침해하면 징역 5년
<2> 저작권 침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
사례1.
A라는 장애인 만화가가 있다라고 가정해 봅시다.
A는 양손이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입으로 펜을 쥐어 남들보다 10배의 시간을 들여서
만화를 그렸고, 어렵사리 네이버에 웹툰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A가 그린 만화가 네이버에서 유료화 서비스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A가 그린 만화 한 회의 가격은 300원에 책정 되었다.
사례2.
B라는 일반인 만화가가 있다. 태어날 때 부터 웹툰을 그리는 데는 도사였다.
10분이면 웹툰 한 회분을 그려낸다.
역시 네이버에서 유료 서비스 하기로 했고, 한 회당 300원이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어쨌거나 두 사람이 그린 웹툰은 한 회당 300원이다.
그러나 A가 그린 웹툰과, B가 그린 웹툰의 가치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금액의 가치가 아니라 노력의 가치가 다르다는 얘기임)
저작물이 100원이던 1000만원이던 그 노력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냐는 것이다.
100만원 이하의 저작권 침해가 불법이 아니라면,누가 창작활동을 할 것이며,
자신의 저작물을 대중에게 공개하겠냐는 것이다.
기준 없는 무분별한 합의금 청구는 분명 문제이긴 하나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저작자들의 권리에 제한을 거는 것는 말이 안된다.
본
좋은의견 감사드립니다.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저작권 침해 역시 “불법”입니다.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해당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개입(형사처벌)하는지 여부 만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저작물이 시장경제 하에서 유통이 되는 이상
창작자의 노력이나 창작물의 진정한 가치과는 무관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화폐단위로 그 가치가 환산되는 부분은 슬픈 현실입니다.
결국 창작자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문제는
시장경제 하에서의 저작권 제도 특히 재산권의 보호만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저작권 제도에 대한 보완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작권 제도 보완적 논의는 아래 링크 참조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1323193
http://ipleft.or.kr/main/node/2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