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통법’ 및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 시행 주의보
–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공포 및 시행에 부쳐
4월 14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공포되었으며, 동 시행령은 오는 4월 16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과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2월 24일 오픈넷은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에 입법예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검토의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의 개정이유를 보면,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법률 제12761호, 2014. 10. 15. 공포, 2015. 4. 16. 시행)됨에 따라…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의 내용 등을 구체화하며,…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개정이유만 보아서는 시행령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법인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두 가지 감시의무가 포함되어 있어 위헌적이다.
그 중 하나는 소위 “딸통법”이라고 불리는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의 음란물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화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통사 청소년유해매체물 차단수단 제공 및 설치 강제에 대한 것이다. 오픈넷은 상기 의견서에서 두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했으나, 공포된 시행령은 입법예고안에 비해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
1.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하는 “딸통법”
신설된 시행령 제30조의3에 의하면,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는 불법음란정보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다음의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1. 정보의 제목, 특징 등을 비교하여 해당 정보가 “불법음란정보”임을 인식할 수 있는 조치
2. 사업자가 제1호에 따라 인식한 불법음란정보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정보를 이용자가 검색하거나 송수신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
3. 사업자가 제1호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법음란정보를 인식하지 못하여 해당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 해당 정보를 이용자가 검색하거나 송수신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
4. 사업자가 불법음란정보 전송자에게 불법음란정보의 유통 금지 등에 관한 경고문구를 발송하는 조치
(1) 합법정보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 침해
먼저 음란물을 인식하는 조치는 음란물 DB에 기반한 필터링을 염두에 둔 것이나, 법으로 강제될 만큼 정확한 불법음란물 DB는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드는 것도 시간·비용·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불법음란물인지 합법적 성표현물인지 여부는 맥락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매일 무수히 쏟아지는 “야동”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와 민간 필터링 업체가 육안 검사를 통해 DB를 축적하고 있지만, 최근 레진코믹스 차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통심의위의 음란물 판단 기준에 대해 논란이 많으며, 또한 이러한 판단을 사적 영역에 맡긴다면 합법적인 성표현물까지 과도하게 포섭될 위험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이들 DB를 이용한다고 해도 면책되지 않기 때문에 “야동”이라면 무조건 차단할 동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합법적 성표현물에 대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까지도 침해한다.
게다가 검색어 제한 조치의 경우 제호가 정해진 저작물과 달리 음란물에 국한되는 검색어를 특정할 수 없어 합법정보의 검색 및 송수신 마저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섹스”나 “성기”란 단어조차도 음란물에 국한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없다(예: 미드 섹스앤더시티, 영화배우 안성기). 결국 음란물 유통 방지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으면서, 합법정보의 공유는 크게 제한되는 것이다. 또한 제3호에 의하면 사업자가 해당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에는 바로 차단을 해야 하는데, 어떤 경우가 “발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기준이 없어, 결과적으로 음란물이 유통되기만 하면 사업자를 단속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
(2) 사업자의 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이러한 조치들은 저작권법 제104조 특수유형 OSP가 취해야 할 조치들과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방통위는 불법정보인 음란물과 합법정보인 저작물의 유통 방지 조치를 동일하게 규정하면서 권리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는 저작물과 달리, 음란물은 아무런 요청 없이도 사업자가 선제적으로 인식해서 차단할 것을 전제하고 있다. 게다가 시행령 [별표 3]에 의하면 부가통신사업자 등록 단계에서 위 기술적 조치를 (1) 24시간 상시 적용하고, (2) 사업자의 모든 복제‧전송 관련 장비 및 서비스에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모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은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라고만 하여 일반적 성격의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 사업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게다가 기술적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뿐만 아니라 등록 취소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웹하드와 P2P 사업자의 영업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3) FTA 위반이자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반적 감시의무
또한 기술적 조치의 상시 적용은 한-EU FTA에서 금지하고 있는 일반적 감시의무의 부과에 해당한다. 사업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를 금지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며, 한-EU FTA의 기반이 된 유럽연합의 전자상거래지침(Directive 2000/31/EC)은 모든 불법정보(저작권 침해 정보, 음란 정보, 아동 포르노물)에 대한 일반적 감시의무를 금지하고 있다. 오픈넷이 성안과정에 참여한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 원칙(https://opennet.or.kr/8732)도 정보매개자에게 적극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가 금지되는 이유는 사적 검열에 의한 온라인 표현의 자유 침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정보게시자가 아닌 제3자인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비례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작권법 제104조 제2항에 의해 특수유형 OSP의 범위는 국회에 의해 통제되는 법률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고시에 의해 정해진다. 비록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동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 앞으로 행정기관의 판단에 의해 특수유형 OSP의 범위가 유튜브, 앱마켓, 클라우드 서비스 등 모든 정보공유 플랫폼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우버 사건과 같이 중립적인 특정 기술 또는 플랫폼이 불법정보의 유통에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앞세우는 지금 정부의 태도로 보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2.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7 제1항은 이통사가 청소년과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및 음란정보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제2항에서 차단수단 제공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령 제37조의8 제2항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 따라 차단수단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절차에 따른다.
1. 계약 체결 시
가.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에 대한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의 고지
나. 차단수단의 설치 여부 확인
2. 계약 체결 후: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차단수단이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매월 법정대리인에 대한 그 사실의 통지
※ 차단수단은 청소년유해정보차단 SW를 말하는데, 시행령은 정부 배포 “스마트보안관” 등 앱의 형태로 되어 있는 수단을 전제하고 있다(이하 “차단 앱”).
(1)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및 기본권 침해 우려
시행령은 음란물 차단에 더해, 스마트폰을 통해 유통되는 청소년유해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통사가 청소년용 스마트폰에 차단수단을 설치하고 상시 감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차단수단을 ‘제공’만 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시행령에서는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가 우려되는 ‘설치여부 확인’ 및 ‘통지’ 의무를 추가해 시행과 즉시 위헌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설치여부 확인의 어려움
시행령은 이통사가 차단 앱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온라인쇼핑 등 비대면 거래의 경우 이통사가 청소년 고객의 스마트폰에 앱을 선탑재하여 발송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효과적인 확인 방법이 없고, 이통사로부터 스마트폰을 직접 구매하지 않는 이른바 자급제폰이나 외산폰의 경우에는 그마저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3) 부모의 교육권과 청소년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법정대리인조차 차단수단 설치 여부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는 것은 부모의 교육권에 대한 침해이다. 물론 대다수의 부모들이 차단 앱 설치에 동의할 것이라고는 하나, 차단 앱 자체에 보안 문제나 스마트폰 구동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거나 혹은 자녀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서 차단 앱 설치를 거부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령에서는 부모의 동의를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계약 체결 후에 발생한다. 이통사는 차단 앱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 법정대리인(주로 부모)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이통사는 차단 앱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상시 감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된다.
(4) 개인정보의 집적 및 유통도 문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도 문제다.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의 차단수단 제공 흐름도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결국 계약은 이통사와 청소년이 체결하지만, 위 흐름도에 따르면 차단수단 개발사가 차단수단 삭제 여부를 파악해서 문자 등으로 고지를 하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는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집적 및 유통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5) 비용부담 주체 문제 발생 및 SW 생태계 악영향 우려
시행령은 차단 수단의 설치를 의무화하면서도 비용 부담의 주체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한 바 없어 이용자의 비용부담 방식도 문제다. 지난 10일 방통위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장은 무료인 “스마트보안관”의 설치를 권장하겠지만, 차차 유료의 민간 차단 앱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간 차단 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월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저소득 가정의 경우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정부가 무료 차단 앱을 제공하는 경우 SW 산업의 경쟁 및 기술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오픈넷은 개정 법과 시행령의 시행 경과를 지켜보고 위와 같은 위헌의 의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의 제기 등 법적 수단을 검토할 것이다.
2015년 4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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