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의 우버 사이트 ‘심의중지’ 의결, 타당한 판단 – 시정요구는 헌재 결정대로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에 한정되어야

by | Oct 20, 2014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혁신과 규제 | 0 comments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우버 사이트 ‘심의중지’ 의결, 타당한 판단

시정요구는 헌재 결정대로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에 한정되어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2014년 10월 7일, 제59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우버’ 사이트에 대하여 ‘심의중지’를 의결하였다. 우버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서비스를 요청하면 인근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연결하여 주는 서비스이다. 기술 플랫폼을 이용한 주문형 개인기사 서비스로서 택시를 잡기 힘든 서울 시내에서 편리하게 고급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서울시는 우버코리아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고발하였고 현재 검찰 수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서울시는 방심위에 우버 사이트를 차단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방심위는 우버의 영업 형태가 위 법령들을 위반하는 것인지가 명백히 확인되지 않고,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심의중지’를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우버의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 혹은 최소한 수사기관의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버 사이트에 대한 차단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심위의 이러한 결정은 신중하고 타당한 것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우선,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인터넷상 표현물 등)에 대하여 방심위가 불법성 여부를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경우, 행정기관인 방심위의 유권적 판단은 곧 유력한 근거가 되어 사법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방심위로서도, 해당 판단이 추후 불법성 여부에 관한 타 국가기관의 판단과 어긋나게 되는 경우, 신뢰의 하락이라는 불이익은 물론이거니와 정보 차단 및 정보에 기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법기관이 아닌 방심위가 정보의 ‘불법성’을 판단하고, 이의 금지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통신심의제도 자체가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행정기관은 사법기관과는 달리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그 판단이 자의적이거나 행정‧정치권력의 편의대로 내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불법성의 판단 등 법률의 적용은 사법부에 일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심의제도는 행정기관이 어떠한 사법심사 없이도 정보 내용의 불법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국가보안법 위반과 같은 불법성 판단이 애매한 표현물도 다수 심의되어 문제는 더욱 크다.

또한 이는 비단 정보 내용의 규제나 표현의 자유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정보’(표현물)의 불법성 판단 및 금지는, 정보를 이용한 혹은 정보가 의욕하는 ‘행위’에 대한 불법성 판단 및 금지로 이어진다. 우버 사이트의 심의는 곧 우버의 영업행위에 대한 불법성을 판단하는 것이고, 만일 이에 대하여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곧 사업자의 영업 및 소비자의 선택권 등 국민의 사적 경제생활의 규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정보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출현할 새로운 서비스들의 규제 위반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도 방심위가 사회적 논의의 여지가 있고 불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정보들에 대하여 이번 결정과 같이 심의를 자제하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기를 기대한다.

 

2014년 10월 20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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