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활동을 비판하면 “유언비어” 유포인가?
– 오픈넷, 당국 비판으로 수사 및 재판 받게 된 국민에게 법률구조 제공키로
지난 6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세월호 현장 책임자가 시신수습을 막고 있다”는 요지로 잠수부들이 대화한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 대화를 캡쳐하여 인터넷에 유포한 김모 씨가 해경 간부에 대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실형 1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정부는 국민을 지키는 구조활동에는 매우 느리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유독 유언비어라는 철 지난 어휘를 앞세워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엔 매우 신속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구조활동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마음에서 당국을 비판한 글들을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오픈넷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세월호 구조활동에 대한 당국비판 때문에 국가기관 또는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게 된 사람들에 대하여 법률구조를 제공하고자 한다.
1. 소위 “허위사실”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정권유지를 위한 억압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말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되어서는 아니된다. 오로지 명예훼손, 사기 등과 같이 피해를 발생시키는 허위 만이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허위인 말이라 할지라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덜 밝혀진 진실을 유도해내는 긍정적인 반작용을 불러일으켜 진실의 발견에 기여하는데, 피해가 명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한다면 진실이나 진실에 가까운 말까지 모두 위축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허위사실 유포죄는 수많은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정권유지를 위해 진실된 비판을 억압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는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1호가 그 예이다. 바로 이러한 취지로 헌법재판소 역시 소위 ‘미네르바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으며 이때 표면적으로는 ‘공익’의 불명확성이 이유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단순 허위’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고 명백한 공익의 훼손이나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결정에 다름 아니다.
2. 정부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칼끝을 거두고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 운운을 중단하라.
수사당국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로 인해 ‘해경’ 등 국가기관이나 공직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표현물 게시자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수사를 개시하였고 일부는 구속 수감되어 있는 상황이다. 방송에 출연하여 해경이 구조 활동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 홍가혜 씨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게시한 김모 씨에 대한 구속수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의 표현으로 인하여 당시 해경의 구조 활동이 실제로 방해를 받았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김모씨가 해당 글을 올린 4월 16일에는 해경이 실제로 민간 잠수사들의 구조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한 정황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의 표현을 해경 조직이나 소속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으로 볼 수도 없다.
이미 대법원은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고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에 관여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그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곧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고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이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홍가혜 씨나 김모 씨를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을 죄목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죄목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 유신시대의 유언비어 유포죄를 부활시키는 것과 다름 없다.
3. 한선교 의원이 발의한 유언비어 유포죄는 위헌이다.
한선교 의원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재난 관리, 긴급 구조 활동과 관련해 방송이나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표현’에 대해 국가형벌권을 작동시키려면 침해되는 법익이 분명히 존재해야 하며, 처벌되는 표현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미네르바법 위헌결정과 같은 이유에서 한선교 의원의 유언비어 유포죄는 처벌되는 표현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침해되는 법익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위헌이다.
4. 인터넷에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자유를 허하라.
이번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나 유족의 명예를 훼손시켰거나 모욕한 표현은 국가형벌권으로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오픈넷은 ‘유언비어 금지’라는 낡고 허술한 칼자루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기관이나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모든 시도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표현의 자유가 더 두텁게 보장되어 비리에 대한 고발이 더 자유로왔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는 미연에 예방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론이 정부기관의 구조활동에 대해서 초기부터 자유롭게 보도했더라면 구조활동의 질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에 대한 표현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제 2의 참사를 불러올 것이다.
오픈넷은 세월호 구조활동에 관해 정부기관을 비판하였다고 하여 국가기관이나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게 된 피해자들에 대해 법률구조를 제공할 것이며 앞으로도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정책이나 법령을 개선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4년 6월 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사단법인 오픈넷 02-581-1643,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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