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손지원(오픈넷 변호사)
오픈넷은 2025년 2월 24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5 라이츠콘의 사이드 이벤트인 미디어디펜스 주최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했다.
‘미디어디펜스’는 언론 활동으로 각종 위기에 놓인 전 세계의 언론인, 언론매체들을 위해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인권단체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적 위협으로부터 언론을 보호하여, 언론이 공익을 위한 보도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미디어디펜스의 주요한 목적이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논의 주제는 두 가지로 나뉘어졌는데, Group 1은 “Defamation against journalists and other forms of litigation(언론인을 향한 명예훼손 소송 및 기타 소송 형태)”에 대해서, Group 2는 “Combatting Surveillance – legal implications of surveillance technology on freedom of expression, privacy and civil society(감시와의 싸움 – 감시 기술이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시민사회에 가져오는 법적 의미)”에 대해서 논의했다.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와 윤홍기 연구원은 기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소송적 위협과 관련한 Group 1 논의에 참여했다.
본 논의에는 네팔, 한국, 키르기스스탄, 캄보디아 등의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각국의 상황을 공유했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네팔의 활동가는 현재 네팔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명예훼손을 5년의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범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과 실명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며, 이러한 법제가 언론,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임을 우려하였다.
손지원 변호사는 현재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한 언론에 대한 형사적 탄압이 심각하게 자행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한국 명예훼손 법제의 문제점을 공유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부나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냈다가 형사 고소, 고발을 당하거나 수사를 받은 언론사가 14곳에 이르며, 압수수색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명예훼손죄뿐만 아니라 건조물침입죄나 개인정보보호법 등도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
“한국은 명예훼손죄가 매우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최고 7년의 징역형까지 규정되어 있고,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다. 공익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면책되는 규정이 있지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이기 때문에 고소나 수사를 사전에 막을 수 없다. 고소하는 측에서도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기대한다기 보다는 일단 형사적 위협을 통한 위축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의 명예훼손죄는 제3자도 고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대부분 여당이나 보수단체, 대통령 지지단체 등에서 고발하고 있다. 한국은 연간 약 3만 건 정도의 명예훼손 고소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만연해있다”
“한국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자들의 약 30%가 취재나 보도로 인해 실제로 법적 소송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등의 사실을 전했다.
캄보디아의 활동가는 캄보디아는 형사 명예훼손죄 제도가 없기 때문에 민사소송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기자들에 대한 형사적 탄압 수단으로는 선동죄나 프라이버시 침해죄가 대신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명예훼손 법제는 공익 목적인 경우 면제되는 규정이 없어서 더욱 문제라고 했고, 키르기스스탄 역시 선동죄가 기자들에 대한 형사 탄압 수단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죄는 언론인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많이 남용되고 있으며, 중요한 사회 이슈를 전달하는 언론 활동에 대한 위축효과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한국의 명예훼손죄가 최대 징역 7년까지 처벌될 수 있고, 연간 명예훼손죄의 고소, 고발건수가 약 3만 건에 이른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 논의는 언론에 대한 법적 위협의 문제와 이에 대한 대응과 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나아가 어떠한 방식의 대응과 지원이 더 필요할지를 논의하는 시간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지원뿐만 아니라, 언론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법제 자체를 바꾸는 법률적 도전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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