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또다시 긴급 심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풍자 동영상을 ‘사회 혼란 야기’를 이유로 차단 결정했다. 허구임을 전제로 하여 대상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풍자물이 어떠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고 볼 수는 없음에도, 방심위가 본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풍자물을 차단한 것은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위헌적 검열이다.
차단 결정된 동영상은 <윤석열, 김건희 긴급체포 서울동부구치소 첫날밤>,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 패러디>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방심위는 원래 윤석열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들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긴급심의를 강행했다. 그러나 ‘구치소 첫날밤’ 동영상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구치소에 수감된 상황을 가정해 그림에 얼굴 사진만 합성해 제작한 가상 애니메이션으로 딥페이크물도 아닐 뿐더러 허구의 풍자물로 어떠한 사회적 혼란도 야기하지 않는다. ‘비상계엄 선포 패러디’ 영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영상을 짜깁기하여 윤석열이 “저는 이 비상게엄을 통해 국가의 사법 행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며 “저를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하는 내용을 편집한 영상이고, 영상 중간 딥페이크의 윤석열이 맥주를 마시는 장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상 역시 평균적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윤석열이 공개석상에서 그러한 행위나 발언을 할 것이라 믿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허구임을 전제로 한 풍자물로 보아야 하고, 심지어 “영상은 AI로 생성된 것이며 실제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있어 동영상 내용이 사실임을 오인하도록 만드는 표현물이라 볼 수 없다.
성폭력 딥페이크물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어떠한 영상을 ‘딥페이크’라는 이유만으로 차단할 근거는 없다. ‘명예훼손성 정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 심의규정 위반을 이유로 들 수 있으나, 어떠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허구임을 전제로 대상에 대한 화자의 조롱, 비판의 의견, 평가를 담고 있는 풍자물은 구체적 사실 적시를 요건으로 하는 명예훼손성 정보가 아닐 뿐더러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라고도 볼 수 없다. 나아가 ‘사회질서 위반’이라는 대제목 하의 ‘사회적 혼란 야기’ 심의규정 조항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표현물이 전체주의적 시각에서 부당하게 검열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성이 높은 독소조항이다.
방심위는 긴급심의까지 열어가며 이러한 독소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해 어떠한 사회 혼란도 일으킨 바도 없는 윤석열에 대한 풍자물을 차단 결정했다. 이는 윤석열이 곧 국가, 사회이며, 이에 불리한 표현물은 사회질서 위반,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위법, 위헌인 해석에 기초한 정치 검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불법 계엄을 단행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짓을 저지른 대통령을 조롱하고 풍자할 시민의 정당한 자유를 침해하는 것 역시 반민주적, 위헌적 행위다. 시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민주주의 사회의 질서를 더럽히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방심위다. 방심위는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한 반민주적, 위헌적 정치 심의, 정치 검열을 즉각 중단하라.
2025년 2월 21일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
공권력감시대응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사단법인 오픈넷,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장애포럼(가나다순)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