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7-18일 태국 방콕에서 NoC(The Global Network of Centers of Internet and Society)의 연례 학술 컨퍼런스가 열렸다. 오픈넷을 대표해 참석한 박경신 이사는 전세계 도처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후퇴의 현상과 민주주의 수호에 디지털 기술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인공지능 기술의 개선과 규제에 있어 대학의 역할에 대한 박경신 이사의 논의):
박경신 이사는 인터넷과 사회의 관계를 단순히 기술과 사회의 관계로 일반화하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인터넷은 제공하는 정보와 소통의 힘이 권력을 분산시키고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그리고 재스민 혁명과 같은 정치적 변화는 인터넷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물론 인터넷이 독재 정부에 의해 선전 도구로 활용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필리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이용한 레드태깅이 발생하고, ISIS는 트위터 등을 통해 인력을 모집하며, 트럼프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폭력을 조장하고 허위 정보를 확산시킨다. 그러나 박이사는 인터넷이 사람들을 민주화하는 것과 국가를 민주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다뤄져야 하며, 자유로운 표현을 제한하는 ‘방어적 민주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연합의 DSA(디지털 서비스법)는 콘텐츠에 대한 사전 검열을 피하면서도, 통보된 불법 콘텐츠에 대해 중재자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 방향을 제시한다. 반면, 독일의 NetzDG는 콘텐츠 삭제 실패에 대해 자동적인 책임을 부여해, 많은 합법적 콘텐츠가 삭제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 후퇴는 NetzDG의 영향을 받은 사례이다.
박이사는 인터넷이 익명성, 전 세계적 확산, 빠른 전달 속도 등의 특성을 통해 기존 권력을 도전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 정부보다 개인의 역량을 신뢰하게 만들며, 이는 국가의 민주화를 위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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