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오픈넷은 2024. 9. 3.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하여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종결 처리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공개법 개정안(행정안전부공고제2024-1114호)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행정안전부 공고 제2024-1114호]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주요 내용
본 개정안은 ① 정보공개청구인은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안 될 의무를 규정하고(안 제5조제3항), ② 정보공개 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안 제11조의3)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본 개정안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알 권리를 침해함
헌법재판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이전에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그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알 권리로 인정하면서 이러한 알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기본권임을 선언하였음(헌재 1989. 9. 4. 88헌마22 참조). 또한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에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문제의 내용을 제대로 알기 어렵고,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하면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고 정보의 공개청구권은 알 권리의 당연한 내용이 되는 것이다. 알 권리는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직접 보장되고 그 밖에도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항)와도 관련이 있다”고(헌재 2010. 12. 28. 선고 2009헌바258) 판시하여 정보공개청구권이 국민의 알 권리로 보장되는 권리라고 천명함.
한편, 헌법상의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한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적용대상자에게 장래의 행동지침을 제공하고, 집행자에게는 객관적인 판단지침을 제공하여 차별적이거나 자의적인 집행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임(헌재 1999. 9. 16. 97헌바73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본 개정안은 공공기관이 정보공개 청구를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사유를 판단하지 않고도 이를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알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임. 그러나 ‘부당’이나 ‘과도함’은 추상적, 주관적인 불명확한 개념으로 판단자인 공공기관, 정보공개심의회의 자의적 집행을 가능케 하여 헌법상 알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기준이 될 수 없음.
본 개정안의 제11조의3 제2항 각호에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역시 ‘부당한 이득’, ‘괴롭힐 목적’, ‘방대한 양’, ‘현저한 지장’이라는 불명확하고 추상적, 주관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어 판단자인 공공기관, 정보공개심의회의 자의적 집행을 예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임.
또한 제11조의3 제2항은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로 판단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허용 근거 규정일 뿐, 한정적·열거적 규정이 아니므로, 각 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가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종결 처리할 수 있음. 따라서 본 조항이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유로 제1항의 불명확성, 위헌성이 감소한다고 볼 수도 없음.
결국 본 개정안은 정보공개 청구가 종결 처리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사실상 공공기관의 자의에 일임하는 것과 다름없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높은 위헌적 법안임.
3. 본 개정안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알 권리를 침해함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한편, 본 개정안의 제안 이유는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하여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으므로, 비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최소화하고 정상적 정보공개 청구를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을 일부개정하려는 것”으로, 본 개정안이 보호하려는 공익은 이른바 ‘행정 효율성’이라고 볼 수 있음.
그러나 악성 청구, 정보공개청구권 오남용의 문제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함. 반복적 청구인 경우에는 현행 정보공개법 제11조의2에 따라 종결 처리할 수 있으며, 욕설, 비방이 있는 청구나 사실상 진정 내용일 때에는 ‘정보공개 청구’의 요건을 미비한 것으로 보아 각하 종결시키거나, 제11조 제5항 2호에 따라 “공개 청구의 내용이 진정·질의 등으로 이 법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로 보기 어려운 경우”로써 민원으로 처리하고,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유로 종결 처리가 가능함.
즉, 악성 청구는 악성 ‘민원’의 관점에서, 민원처리법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 할 것임. ‘행정 효율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알 권리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제정된 정보공개법에서 정보공개청구권과 알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정보공개법의 목적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익 균형성에도 어긋나는 규정이라 할 것임.
안 제11조의3 제2항 제1호는 “실제로는 해당 정보를 취득 또는 활용할 의사가 없이 정보공개 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것”을, 제2호는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을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의 경우로 명시하고 있음. 그러나 이와 같이 명백하게 파악할 수 없는 ‘청구인의 의도나 목적’과 같은 주관적 관념을 기준으로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합리하며 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일임하는 것과 다름없음. 또한 공공기관의 정보는 공적 자산이자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업무 결과로써, 원칙적으로 공개의 대상, 알 권리의 대상으로, 법상 비공개 사유가 없다면 마땅히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며, 청구인의 주관적 목적에 따라 그 공개 여부가 판단되어서는 안 됨.
제1호의 경우, “해당 정보를 취득, 활용할 의사가 없이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이득’을 얻으려 했다면 이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취득’, ‘활용’할 의사가 오히려 명백한 경우라 할 것어서, 본 호에 해석에 있어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큼.
제3호의 경우, “정보를 특정하지 않는 등 방대한 양을 청구하여 공공기관의 업무처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도 중요한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단지 청구량이 방대하고 정보공개에 소요되는 역량이 많다고 해서 이를 ‘부당’하고 ‘과도’한 청구로 보아 종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행정 편의적’ 관점에서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임.
결국 본 개정안은 행정 효율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공공기관이 행정 편의적인 관점이나 정치적 판단으로 정당한 알 권리의 행사인 정보공개 청구를 자의적으로 부당하게 종결 처리하여 알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높아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됨.
4. 결론
본 개정안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여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높은 위헌성이 심대한 법안으로 폐기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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