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로힝야 학살 7주기, 미얀마 군부 규탄 한국 시민사회 공동성명서

by | Aug 30, 2024 | 공지사항,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2024.8.23. 주한 미얀마 대사관 근처 일신빌딩 앞, 로힝야 학살 7주기 기자회견 (사진=사단법인 아디)

오늘, 우리는 로힝야 학살 7주기를 맞아 다시금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7년 전, 미얀마 정부와 군부는 오랜 박해 끝에 로힝야인들 대상으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이로 인해 로힝야족 수만 명이 학살당했고, 수십만 명이 고향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끔찍한 반인륜 범죄에 대해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로힝야인들은 피해자 구제와 시민권을 보장하는 안전한 귀향을 보장받기는커녕 지연되는 정의 속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다.

그 날의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서 오히려 되풀이되고 있다. 미얀마에 남아 있는 로힝야인들은 여전히 착취와 차별로 고통받고, 미얀마 군부와 라카인족 무장세력인 아라칸군(Arakan Army) 간의 내전이 격화되면서는 중화기까지 동원하는 양측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미 라카인 지역 부티다웅과 마웅도우 타운십에서만 로힝야족 민간인 수천 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말고 보호하라는 국제인도법의 명백한 위반이다. 

또한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 강제징집을 통해 라카인과 로힝야 공동체 간의 불신, 공포, 증오를 조장하면서 아라칸군의 로힝야 대상 방화 공격, 무차별 총격, 참수 등 집단학살 증언까지도 나오고 있다. 몸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하는 로힝야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방글라데시 정부가 추가 난민 수용 불가능 입장과 함께 국경을 걸어 잠가 피난처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까스로 캠프로 들어온 로힝야 피난민들은 난민 지위 인정과 인도 지원 접근이 불투명해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 난민들 역시 난민캠프에서 극심한 인도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마다 급격히 줄어드는 국제사회의 재정 지원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권을 보장하는 귀환이나 재정착 기회 등 뚜렷한 대책이 없어 목숨을 걸고 위험한 항해에 나서는 로힝야 난민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채, 로힝야 집단학살을 여전히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에 대한 시민권 보장과 안전한 귀환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드러난 증거들은 이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이 미얀마 군부에 있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의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은 미얀마 군부의 퇴진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얀마 군부는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통해 로힝야인들의 시민권 보장과 안전하고 존엄한 귀환을 보장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2017년 집단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의 로힝야 대상 추가적인 만행을 막기 위해 내전의 즉각 중단과 민간인 공격, 로힝야 대상 집단학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로힝야 난민에 대한 인도지원 지속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로힝야인들의 인도적 위기에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는 로힝야 학살 이후에도 합작투자로 전쟁 범죄자와 이익을 도모한 한국 기업 문제를 사실상 방관하는 등 정부가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에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 정부는 이를 깊이 성찰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향후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가 군부 운영 기업이나 로힝야족 인권 침해 상황에 연관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다하고, 관계가 확인된 경우에는 제재와 철수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로힝야 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로힝야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시민사회는 로힝야 학살 7주기를 맞아 집단 학살 피해자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이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형으로 자행하는 반인도범죄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로힝야인들의 인권이 회복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연대할 것을 다짐하며  미얀마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라. 

하나,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 난민에 대한 시민권을 보장하는 안전한 귀환과 정착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라. 

하나, 국제사회는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양측의 내전 중단과 모든 민간인 대상 공격 즉각 중지, 아라칸군의 집단학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

하나, 국제사회는 방글라데시 캠프와 라카인주의 로힝야족에 대한 식량, 의료 등 인도지원 보장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철저한 조치를 취하고, 로힝야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한 지원을 적극 확대하라.

2024년 8월 23일

연명 단체: 사단법인 아디, 난민인권센터, 참여연대, 피스모모, 신대승네트워크, 제주다크투어, 생명안전시민넷, 해외주민운동연대, 실천불교승가회, 다른세상을향한연대, 공익법센터 어필, 제주평화인권센터, 경북북부 이주노동자센터,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무악동성교본당, 사단법인 오픈넷,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주노동자센터 이웃살이 (총 20개 단체)

[관련 글]
[미얀마지지시민모임] 미얀마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불복종운동 지지 8888 항쟁 36주년 기념 기자회견 개최 (2024.08.08.)
[미얀마지지시민모임]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 저항 3년,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한국 시민들은 계속 함께 할 것이다 (2024.02.01.)
[미얀마지지시민모임] 미얀마 군부 대표 무기 수출 행사에 초청한 한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 개최 (2023.05.18.)
[미얀마지지시민모임] 미얀마 군부를 대표하는 주한 미얀마 대사를 무기수출행사에 초청한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2023.05.12.)

0 Comments

Submit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최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