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김용원 상임인권위원의 알 권리 탄압이 도를 넘었다. 그는 법과 절차에 따라 정보공개된 인권위 조사보고서와 회의록을 두고, 이를 공개한 공무원의 배후를 색출하고 징계해야 한다며 위협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에게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정보공개를 위축시키는 행위로, 시민의 알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사건의 발단은 정보공개청구에서 시작된다. 채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하다 항명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박정훈 대령(해병대 수사단장)의 피해구제를 위해 작년 8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군인권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따라 지난 5월 22일 해당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는 박정훈 대령이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보고서의 내용과 달리 진정은 기각되었고, 이에 김용원 위원의 독단적인 ‘날치기 기각’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자 김용원 위원은 조사결과보고서의 공개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9조의 규정에 따라 인권위의 의결 없이 진정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을 왜곡해 해석한 억지 주장일 뿐이다. 해당 법률은 인권침해 진정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사와 조정과 심의과정에 한해서 비공개를 규정한 것이며, 이마저도 인권위 의결이 있을 때에는 공개할 수 있다. 정보공개법은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ㆍ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공개를 두고 불법 운운하는 보고서는 이미 조사/조정/심의가 종료된 것이다. 국가인권위법에 따라서도 정보공개법에 따라서도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은 여론 및 의사 형성을 위한 기본적인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25년 넘게 정보공개법을 운영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공공정보는 공개가 원칙이며, 공공기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작성을 완료한 보고서는 비공개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책임성과 문제의 시정을 위해, 조사와 그에 기반한 의결이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검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정보이다. 또한 인권위 회의 및 회의록 공개는 오랜 국내외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로, 인권위에서의 결정이 인권기준이 아닌 인권위원의 개인적 편견에 따른 것이 되지 않도록 하고 인권 현안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심지어 2017년 인권위 혁신위원회의 권고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히려 공개를 문제라고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며,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할 법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원 위원은 보고서 공개 후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풀이를 하며 인권위 본래의 책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는 정보공개 여부를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알 권리를 제 맘대로 주무르겠다는 얄팍한 속셈일 뿐이다. 알 권리는 사람에 따라 기준과 잣대가 달라질 수 없는 보편적 권리이다.
인권위는 모든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보공개는 시민의 기본권 실현을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금 김용원 위원은 인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인권을 침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성실하게 정보공개에 임한 직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며 위협하고, 진실을 은폐하며 알 권리를 탄압하는 김용원은 인권위원직에서 조속히 사퇴해야 할 것이다.
2024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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