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복희(고려대학교)
헌법합치적 법해석을 향한 고민: 미디어 환경 변화를 맞으며
강사: 류영재(대구지방법원 판사)
일시: 2022년 11월 8일 화요일 오후 2시 / 온라인
2022년 11월 8일 오픈넷에서 기획한 월례 특강 <미디어 리터러시>의 제8강 “헌법합치적 법해석을 향한 고민: 미디어 환경 변화를 맞으며” 강연이 열렸다. 이 날 강의를 맡은 류영재 판사(이하 류 판사)는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해석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구체적인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터넷의 등장
류 판사는 민주주의 기본질서 확립의 기본이 되는 기본권이라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적 개념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는 국가 폭력에 대한 대항적 의미로 성립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헌법재판소, 즉 국가가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일반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기에, 류 판사는 이를 강조하였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언급하며, 인터넷이 국민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장으로 봤던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에서 의견 표출에 대해 규제를 저어하며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헌재 2002.6.27. 99헌마 480)고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진보적인 판시를 내린 바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공간을 정치적 자유가 가능한, 이상적 공간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미네르바 사건'(2008헌바157등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소원)에서 뚜렷이 찾아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논객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유포죄로 형을 집행받기에는 무엇이 공익인지, 무엇이 허위인지 국가가 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겼다. 류 판사는 이 판례가 인터넷에 대한 표현에 자유 신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헌재 2010헌마47 등)을 내렸다.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 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터넷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별개로 개인의 표현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죄는 더 강화되는 양상 역시 등장했다. 예를 들어, 악플에 대한 문제적 상황이 잦아져, 악플에 대해 모욕이나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류 판사는 이러한 악플에 대한 규제가 모욕 및 명예훼손죄와 맞지 않음을 언급하며, 악플의 경우는 표현의 자유 제한 관련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집단적 폭력, 상해죄를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것 역시, 혐오표현 규제 법안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모욕 및 명예훼손죄 적용의 확산을 지적했다. 류 판사는 인터넷 댓글에 대해서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신뢰도를 얻기 어려우므로 여론의 성격을 지닐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 댓글이 여론의 무게로 다뤄지고 있음도 문제라고 밝혔다. 류 판사는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를 삭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는 ‘잊힐 권리’와 연관된다.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례에서 개인의 사적 정보를 정보제공자가 삭제하도록 한 이후 대두된 것인데 대한민국에도 잊힐 권리를 지지하는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사업자에게 명예훼손 및 모욕, 불법정보의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요청에 따라 삭제 가능하다.
SNS로의 전환
SNS의 폭발적 사용으로 인해 대두된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짜뉴스로 인해 잘못된 정보와 악의적 정보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기존의 가짜뉴스의 주체가 레거시 미디어였다면 SNS사용자의 증가 이후는 개인으로 옮겨왔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SNS는 원래 쌍방향 의사소통, 기회의 균형성, 투명성, 저비용성,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일방적 정보 흐름 및 인지 편향 강화적 알고리즘으로 인해 사상의 자유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가 발견된다. 그러나 SNS가 보여주는 민주주의의를 저해시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SNS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형사처벌)보다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 및 비영리 단체의 자율규제, 알고리즘 공개 및 통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SNS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따지기 어렵다. SNS는 디지털 인격체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용 주체들의 사적 영역 및 공적 영역 경계선 긋기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SNS의 사용자는 자신의 발화가 개인적 내용이라고 생각하나, 발화 즉시 많은 이들에게 공개되므로 공연성이 충족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는 처벌 규제에 있어서 문제점을 확산시킨다. 류 판사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구별되지 않는 매체인 SNS에 대해 이전의 출판물 규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옳은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와 같은 SNS 시대에는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류 판사는 규제에 앞서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미디어 접근권의 문제
추가로 류 판사는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접근권의 문제도 연관하여 간략히 소개했다.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과 소통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체가 되었으므로, 미디어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표현 기회의 소외로 이어지고, 이것이 사회적 발언의 배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미디어 접근권의 문제가 표현의 자유와 연관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망중립성’의 개념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세대별 사용 매체의 차이와 그로 인한 편향성 증가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결국 초기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달리 현재 인터넷 표현의 자유는 SNS 발달로 인해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분리 불가능한 인터넷 사용 환경이 주를 이루는 현 상황에서, 국가 중심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표현의 자유 규제를 국가에 의한 형사책임, 법적책임이 아니라 자율적 책임, 사회적 책임을 지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것이 류 판사의 제안이었다. 동시에 자율규제 중심으로 가더라도 심각한 해악을 차단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보완책은 현실적으로 항상 제시해야 함을 강조하며 류 판사는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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