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복희(고려대)
2022년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사단법인 오픈넷과 진보네트워크센터, 설훈 국회의원의 주최로 <인터넷상의 북한 매체 차단,북한에 대해 알 권리는 없다? – 알권리 침해 관점으로 보는 북한 매체 차단 문제> 토론회가 열렸다.
통일부는 최근 주요 업무추진 계획 중 하나로 북한 매체의 단계적 개방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한 매체 콘텐츠와 북한 웹사이트 등 북한발 정보를 이적표현물(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정보)로 분류하고 온라인상에서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발 정보에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 또는 미화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려우나, 북한발 정보에 대해 일반 국민의 접근을 차단하는 뿌리깊은 관행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정보접근권과 북한에 대한 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이 침해로 인해 우리 국민의 북한에 대한 보도, 연구 활동이 다른 나라에 비해 오히려 크게 뒤쳐지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본 토론회에서는 인터넷상 북한 매체 차단 관행이 일으키는 실제적 문제들과 헌법상의 알 권리 침해 문제를 짚어보고,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국가보안법 제7조의 해석, 개정 논의를 비롯하여 북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 보장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제적 방안을 논의하였다.
국회의원 설훈(이하 설 의원)이 기조 발언을 시작하며 토론회가 열렸다. 설 의원은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인터넷상에서라도 북한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야함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독립 북한 연구원 마틴 와이저(이하 와이저 연구원)이 북한발 정보 차단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사례중심으로 발제했다. 와이저 연구원은 차단된 북측 웹페이지와 북측 자료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자료, 북측의 정보 확인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2020년 이후 발생했던 대북 오보 사례를 언급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의 알 권리 보장과 북측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시민 활동,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소송 사례, 국가기관에 대한 진정과 민원 사례가 있어 북한 발 정보를 차단하는 위험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온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측에 관한 정보는 정부 차원에서 차단된 상황이다.
즉 북한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현 대한민국의 상황은 알 권리 침해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데 현실적 불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일례로 북한 인권에 대해 연구하고자 해도, 북한 인권 관련 자료 역시 인터넷상에서 막혀 있어 학술 담론의 축소와 연구 정확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됨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와이저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알 권리 보장법” 등으로 개인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등의 정책을 제안하며 결론을 대신했다. 이어서 토론이 시작되었다.
연합뉴스 한반도콘텐츠기획부장 장용훈(이하 장 기획부장)은 한국에서 발생한 오보에 대한 원인으로 관급 중심의 정보제공, 국가에 대한 국민 불신을 지적했다. 정부의 북한 정보 접근권 차단은 결과적으로 국익저해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접근 가능한 북한 정보가 대한민국에서만 차단되어 있다는 점이 이해 불가한 상황임을 언급했다. 북한의 자료가 한국민에게 실제 유해한가하면 장 기획부장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가 북한 방송에 대한 전면개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비 구축이 필요한 방송 개방에 앞서 북한 사이트 등에 대한 선제적 개방이 필요함을 주지했다.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전영선(이하 전 교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북한을 정확히 아는 것은 기본 역량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먼저 강조하였다. 이어서 북한 자료, 북한 방송, 북한 정보 개방을 하나의 정보권 차원으로 보기보다 영역을 구분하여 접근해야 함을 제의하였다. 특히 북한 자료 관리와 북한 정보 공개는 정책 추진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북한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먼저 우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현재 가장 핵심 이슈는 북한의 현재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접근하는 문제다. 해외에서 얼마든지 우회하여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대한민국에서 접근할 경우는 국가보안법으로 규제 가능한 일이 된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조와 미래 발전에 대한 기대 양면에서 어긋난다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정보를 전략 정보로 인식하고 적절하게 개방하는 방향을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북한 정보 개방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함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전 교수는 북한 정보 공개가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해도,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여러 논쟁을 피할 수 있도록 공개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장철준(이하 장 교수)은 북한 관련 정보에 대한 알 권리의 헌법적 위상을 중심으로 토론하였다. 장 교수는 ‘알 권리’라는 차원으로 북한발 정보 공개 촉구를 접근하는 것보다, ‘국익’이나 ‘국가전략’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리라고 언급하였다. 알 권리는 헌법 이론에서 다루는 기본권 차원을 넘어 정치적 맥락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즉, 북한 정보 제공에 대한 헌법적 판단은 통일과 남북관계의 큰 틀에 대한 고려와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알 권리라는 원칙으로 북한 정보를 공개할 시 불러일으킬 부작용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함도 언급했다. 결론적으로 장 교수는 정부 독점의 북한 관련 정보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변동시키기에는 어려울 것 같으나, 민간 영역의 제한적 알 권리 확대 주장을 해볼 수 있음을 제안하며 토론을 마무리하였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오병일(이하 오 대표)은 인터넷 검열과 북한 관련 정보의 검열을 중심으로 토론하였다. 오 대표는 북한 관련 정보 검열의 역사와 사례를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매년 1,000~2,000건의 콘텐츠를 삭제 혹은 차단하고 있음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오 대표는 북한 관련 콘텐츠의 인터넷 접근 제한의 문제점으로 국가보안법 자체(제7조)의 문제, 인터넷 행정심의의 문제를 꼽았다. 방통심의위나 방통위가 차단하는 콘텐츠의 범위에 국가보안법이라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내용은 제외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주무관 오수진(이하 오 주무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의 위헌성을 중심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오 주무관은 국가보안법 제7조 제 1항은 1991.5.31. 제7차 개정으로 추가된 주관적 구성요건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적용하고 있는 제한해석에도 불구하고 기존 기소된 사례들을 들어, 이 법안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해 여전히 법집행기관(특히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 및 남용의 위험성이 존재함을 언급하였다. 마지막으로 오 주무관은 분단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보가 매우 중요한 가치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사상,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므로 최대한 보장하여야 할 것임을 강조하며 토론을 마무리하였다.
이날의 토론회는 북한을 반국가단체나 적으로 상정하든, 같은 언어와 민족성을 나눈 통일과 화합의 대상으로 보든, 분단국가 상태에서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이 북한을 가장 잘 알아야 함은 명확함을 합의한 자리였다. 더불어 통일부의 정책이 앞으로 국민들의 북한 정보에 관한 자유로운 접근과 활용을 점차적으로 허용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 측면과 국익을 위한 실리적인 측면을 모두 챙길 수 있기를 바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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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안내] [국회 토론회] 인터넷상의 북한 매체 차단, 북한에 대해 알 권리는 없다?(9/22, 국회의원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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