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7.15 KrIGF 행사 “메타버스 내 인권확대”에서 박경신 이사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관련 글로는 “상상의 자유와 메타버스의 독립성”이 있습니다.
메타버스 내에서의 아바타들의 행위를 실제 행위와 동일시하여 처벌하겠다는 법안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의 (가상)행위를 오프라인에서 일어난 것처럼 규제해야 하느냐’라는 거대담론은 폐기되어야 한다. 규제타당성이 분야마다 다르고 적용하고자 하는 법 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저작권의 경우 아바타를 통해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창작자의 행위가 독창적인 표현물의 성격을 띄는 한 저작권이 인정되어야 하고 아바타를 통해서든 오프라인에서든 타인이 그 표현물을 공중 앞에서 모사(copy)하는 것은 저작권침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형법 중 살인죄의 경우 아바타를 죽이는 것(즉 가상행위)은 오프라인에서 죽이는 것과 살인죄가 보호하려는 법익 상에서 큰 차이를 띄기 때문에 다르게 볼 수 밖에 없다. 성범죄의 경우는 범죄의 종류에 따라 나뉠 수 밖에 없는데 육체적 존엄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경우는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아바타들간의 행위에 적용하기 어렵다. 물론 성범죄의 경우 육체적 존엄성 외에도 N번방법의 적용대상인 ‘불법촬영물(소위 “리벤지포르노”포함)’들처럼 성적 프라이버시가 보호법익이 되는 경우도 있고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상의 아동성학대물(소위 “아동포르노” 포함)도 보호법익은 정신적 존엄성인 경우가 있어 아바타들간의 행위라고 할지라도 규제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성범죄는 특성상 기본 육체적 행위 즉 성관계 자체 보다는 ‘동의’, 행위자 연령 등 성관계를 둘러싼 콘텍스트가 유무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메타버스에서는 이 콘텍스트가 변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바타가 메타버스 내에서는 아동으로 설정된 아바타에게 성적 노출을 하도록 유도한 경우, 해당 아동아바타의 이용자가 50대 남성인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삼으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보호되는 인권은 온라인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2012년 이후 UN인권이사회가 반복하고 있는 결의문은 온라인에서의 가상행위를 오프라인의 실제 행위와 동일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을 특별한 공간 즉 정보전파가 빨라서 또는 익명성이 강해서 또는 정보의 양이 많아서 등등의 이유로 위험한 공간으로 정의하고 위정자들이 오프라인과 달리 강력하게 규제하려는 성향에 일침을 놓고자 하는 취지이다. 즉 시위 등이 발생하면 인터넷 전체를 차단한다거나 똑같은 표현물인데 인터넷을 통해서 유통되면 강하게 처벌하는 성향을 말한다. 또는 프라이버시 역시 온라인이라는 이유로 쉽게 침해될 수도 있다는 이론에 반대하는 취지이다. 그런데 온라인의 행위를 오프라인의 행위와 동일시하여 처벌하겠다는 욕심은 결국 아바타 및 이용자에 대한 증거수집을 위한 개인정보 축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온라인프라이버시는 더욱 침해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실명제도 온라인에서의 언사에 과도한 위협을 느끼면서 온라인의 감시체제가 확대된 결과물이었다.
핵심은 실제 사람의 인권이지 전자신호에 불과한 아바타의 인권이 아니다. 아바타의 행위는 사실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표현이며 상상이다. 물론 표현과 상상도 처벌이 될 때가 있고 해악을 발생시킬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을 때이다. 결국 온라인의 행위는 오프라인의 사람 즉 진짜 사람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형사처벌의 문제와는 별도로 문화상품으로서의 메타버스 문제가 있다. 실제 메타버스 규제를 외치는 사람들의 입법취지를 살펴보면 메타버스에서의 아바타를 보호하겠다는 것 보다는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면서 아바타임을 빙자로 도덕적 해이 상황에서 많은 비윤리적 행위들이 이루어질 경우 오프라인 상의 비슷한 행위들을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인 것으로 보인다. 표현이 타인에 대한 폭력을 촉발하는 위험을 막자는 규제 즉 일종의 혐오표현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내에서의 다양한 행동들이 평가될 때 콘텍스트가 매우 중요하다. 어느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타인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고 나쁜 일이기도 하다. 배틀그라운드, 그랜드떼프트오토 등을 생각하면 쉽다. 결국 위와 같은 폭력적인 메타버스 행위들이 실제 행위를 촉발시키지 않도록 현실감, 이질감 등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은 게임회사의 역할이다. 게임의 내용이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할 가장 큰 동기를 가진 것도 게임회사이고 이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것도 게임회사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형사처벌을 포함하는 공적규제보다는 자율규제에 기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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