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문] 오픈넷 미디어 리터러시 2강 – 탈진실 시대의 팩트체크(정은령 센터장)

by | Jun 7, 2022 | 세미나자료, 오픈블로그, 오픈세미나,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김복희(고려대학교)

탈진실 시대의 팩트체크

강사: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일시: 2022년 5월 10일(화) 오후 2:00 – 3:30

장소: 온라인 (줌, 트위터 스페이스 병행 진행)

5월 10일 오픈넷에서 기획한 미디어 리터러시 월례 특강의 제2강 “탈진실 시대의 팩트체크” 강연이 열렸다. 강의를 맡은 정은령 센터장(이하 정 센터장)은 오늘 강연을 통해 미국에서 시작된 팩트체크의 기원과 변모 양상을 짚고, 한국에서의 팩트체크 현황과 팩트체크가 요청되는 전 세계적 상황, 팩트체크의 과정과 절차, 필수 요소 등을 두루 논했다. 강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팩트체크의 기원

먼저 정 센터장은 팩트체크가 현재와 같은 의미를 갖기 이전에, 1920년~30년대에 미국에서 언론기관에서 신문을 발행하기 전 정보의 정확성 파악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소개했다. 전통적인 객관주의적 전통에 따라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취재진이 취재 대상과 거리두기를 통해 ‘불편부당성’을 담보했다고 여겨져 정당화되어 왔다. 이때 주로 사용했던 취재 방식은 “인용”이었다. 그러나 이런 “인용” 방식의 보도가 뉴스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정보에 대한 판단을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이를 반성하며 언론의 역할도 변모하게 됐다. 정확하게 정보를 옮기는 것 위주였던 과거의 팩트체크가 진실성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현재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된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는 두 종류의 팩트체크가 공존한다. “내부적 팩트체크(Interneal Fact Check): 고전적인 팩트체크로서, 언론사 편집국 내부의 사전 검증 절차”와 “외부적 팩트체크(External Fact Check): 1990년대 이후의 현대적 팩트체크로 언론사 외 대학, 시민단체 등도 참여”가 그것이다.

2. 탈진실 시대와 허위정보

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단어는 ‘탈진실(Pos truth)’이었다. 여론을 형성하는 데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감정, 개인적인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임이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의 과정을 통해 확실히 되었다. ‘사실’이 여론의 형성에 주요한 요소가 되지 않으면서 “가짜뉴스 fake news”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가짜뉴스는 인류 역사상 언제나 존재해왔으나 현재 그 위력과 문제점이 커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 원인들을 꼽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미디어 산업 진입 장벽이 현격하게 낮아짐, △기술적으로 웹사이트 구축이 쉬워짐 △웹 콘텐츠 광고 수익 창출의 문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문제 △주요 미디어에 대한 뉴스 신뢰도의 지속적인 하락 △정치적인 양극화의 심화가 맞물려 가짜뉴스가 여론을 형성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짜뉴스의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에 대에 학술적으로 합의된 기준은 아직 없다. 다만 다수의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짜뉴스의 기본 구성 요소는 사실성(facticity)의 결여와 기만하려는 의도(intention to deceive)가 있다. 가짜뉴스는 이러한 두 구성요소의 정도에 따라 사실인 줄 알고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는 오정보(misinformaition)와 사실이 아닌줄 알면서도 악의를 갖고 공유하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과 구별된다. 정 센터장은 “가짜뉴스” 대신 “오정보”나 “허위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가짜뉴스는 허위정보가 야기하는 복합적인 문제를 적절하게 포착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위정보들은 그 내용에 있어서 전적으로 거짓이 아니라 사실과 조작된 정보들이 교묘하게 직조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뉴스라는 형식을 흉내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허위정보 문제가 정보 생산보다는 유통 즉 포스팅, 댓글달기, 공유, 트윗, 리트윗 등에서 빚어지는 것임을 간과하게 한다. 더군다나 가짜뉴스라는 용어는 정치적인 반대자들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반적인 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이어서 보건 이슈의 정치화, 음모론(코로나 관련), 특정 계층이나 인종에 대한 혐오 조장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허위정보 유형임을 지적했다. 이러한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법적, 행정적 규제, 기술적 통제, 사회적 개입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방법은 모두 지금으로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첫째로, 법적, 행정적 규제가 어려운 이유는 입법 목적과 규율 대상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 못할 경우,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 제한 시비가 생길 위험이 있다. 예시로 정 센터장은 21대 국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서 소개했다. 이 법은 악용될 경우 언론보도 위축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입법 중단 상태이다. 둘째로, 기술적 통제가 어려운 이유는 아직 제반기술 연구의 부족에 있다. 허위정보가 생산되는 양과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허위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방향성을 지닌 연구는 필요하다. 또한 인간 판정자의 자의성, 주관성을 뛰어넘으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에 원 데이터의 편견이 반영된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로, 사회적 개입이 어려운 이유는 가짜뉴스를 건건이 찾아내고 통제하는 방법만으로는 가짜뉴스를 줄어들게 만들 수 없다는 데 있다. 정보소비자이자 주권자인 국민들이 공적 사안에 대해 식견을 높이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결국 법으로 뉴스 생산 자체를 제재하기 어렵기에 정보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전문가집단으로서 저널리스트들의 역할이 재조명되어야 한다.

3. 팩트체크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에서는 2017년 19대 대선기간이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원년”으로 평가받는다. SNU팩트체크센터가 출범된 것도 이 시기였다. 정 센터장은 SNU팩트체크센터의 양적 성장, 질적 성장도 이때 이루어졌음을 상세한 통계(첨부 자료 확인)를 통해 밝혔다. 한국에서 팩트체크는 IFCN 준칙(Int’l Fackt Checking Network)—불편부당성과 공정성, 취재원 투명성, 자금과 조직의 투명성, 검증방법의 투명성, 오류가 있을 때는 공개적이고 정직한 수정—을 바탕으로 한다.

팩트체크의 순서는 간략히 요약하자면 ‘검증대상을 선정, 검증대상에 대한 조사, 기사를 작성, 판정, 반응 수용’이다. 팩트를 체크하는 순서를 소개하며 정 센터장은 중요한 원칙을 다시금 강조했다. 첫째로, 검증대상의 선정 기준은 사실적인 자료를 사용하여 검증할 수 있는지 여부와 정당한 공적 관심사와 관련 여부에 따라 결정한다. 의견은 검증대상이 되지 못한다. 조사과정에서 지켜야할 것들 중 중요한 것은 최초의 주장이 어디서 등장했는지 살피고, 원 주장자에게 자신의 주장에 대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있다. 이는 반론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조사방법이기도 하다. 둘째는, 투명성 원칙의 견지이다. 팩트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취재 과정과 취재원의 실명을 뉴스 이용자에게 밝혀야 한다. 통계, 연구논문 등 뉴스 이용자들도 접근가능한 공개적이고 독립적이며 1차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립적인 취재원을 확보해야 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는 서로 입장이 다른 다수의 전문가 혹은 관련자로부터 증거를 청취하여 겹치는 부분을 확인한다.

정 센터장은 팩트체크 못지 않게 바람직한 팩트체크 기사 작성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팩트체크 기사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작성되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 어떠한 일이 왜 발생했는지 맥락을 제시할 때 뉴스 이용자들의 이해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팩트체크를 해도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을 언급하며, 오류 발생시의 대처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주지했다.

4. 팩트체크와 시민

정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시민과 팩트체크의 현 관계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팩트체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이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는 시민들의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오보나 선정적인 뉴스, 편파적인 뉴스 역시 가짜뉴스라고 여기는 실정이다.

다시 한 번 가짜 뉴스 대신 허위정보나 오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하는 이유와, 허위정보나 오정보임이 밝혀졌을 때 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수정하는 언론의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라 할 수 없다. 팩트체크는 시민과의 대화이다. 시민들이 궁금해하고 어려워하는 사항들에 대해 팩트체크를 통해 알리는 것도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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