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미얀마의 작은 민주주의, 큰 민주주의

by | Mar 28, 2022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04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이하 “포스코”) 미얀마 서쪽 해저에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 시추(이하 “슈에가스전”)에 성공하였고 2013년부터 전량 중국에 수출하면서 매년 3-4천억원의 이익을 송금받고 있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유일한 성공사례이다. 하지만 개발경제학에는 “자원의 저주”라는 이론이 있다.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일수록 이를 점유하고 치부하는 세력들의 발호로 그리고 고급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채굴산업이 국내 경제를 지배하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도리어 더디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보편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미얀마에서 포스코는 자원의 저주의 주요한 매개자로 거론되고 있다. 작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비자금의 5-12%를 포스코가 슈에가스 사업을 통해 조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슈에가스전에서 2019년 기준 4,4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포스코는 슈에가스전 컨소시엄의 51% 지분을, 미얀마석유가스공사(이하, “MOGE”)는 15%를 가지고 있으니 MOGE 이익금은 그해만 1,299억원으로 추산된다. MOGE는 포스코와의 생산물분배계약에 따라 이익참여 외에도 국가지분, 로열티 등을 수령해서 2017-2018년 회기 기준 약 2천 4백억원(현재 환율 기준)을 수령했다(PWYP보고서). MOGE는 수령액을 약 55%를 현금으로 보관하여 2018년에는 잔고가 약 5조 6천억원에 이를 정도였으며 이 금액은 군부세력의 비자금으로 이용되어온 것으로 추정되고있다.(NRGI보고서) 2021년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세력의 자금줄로 의심되는 가운데 2011년 부분민주화 이후 이 계정의 폐쇄를 명령한 NLD 소속 재무장관은 2021년 쿠데타 이후 면직 체포되었고 군부시절 부총리 출신 인사로 교체되었다(PWYP보고서). 군부세력의 비자금은 크게 보면 전현직 군장성들이 소유주로 되어 있는 MEHL의 연간배당액 평균 1조원(국제앰너스티 보고서) MOGE 연간수령액 1조 6천억원(PWYP, 2021년 2회기 기준)이 대부분이다. 결국 최근 숫자로 보면 연간 군부비자금 수입의 10% 정도를 포스코가 내고 있다. (참고로 미얀마정부 2020년 전체 예산이 13조원밖에 되지 않는다.)

오픈넷을 포함한 국제인권기구들은 이 때문에 작년부터 POSCO와 같은 해외에너지기업들이 MOGE에의 이익금 등의 지급을 동결 또는 에스크로(제3자에게 공탁)하라는 요구를 해왔고 실제로 또다른 가스전인 야다나가스전 파이프라인 콘소시엄(주간사: Total, Chevron(과거의 Unocal))은 연간 6백억의 이익배당을 중단하였다.

또 국제인권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유럽연합은 지난 2월 MOGE에 대한 거래중단제재(sanction)를 하였는데 유럽연합 소속 기업들은 이제 반드시 미얀마에서 투자철회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너지기업들이 이익배당 중단을 하더라도 군부가 계약위반에 따른 청구를 할 수 없게 된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제재처럼 2차제재(secondary sanctions)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포스코의 유럽연합내 위상에 따라 포스코도 MOGE와의 계약에 있는 불가항력 조항(제20조)을 근거로 이익배당 동결 및 공탁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포스코는 작은 민주주의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슈에가스전 사업을 위해 해저매장가스를 중국기업 주도 콘소시엄이 운영하는 육상파이프라인에 공급하는 가스터미널을 짝퓨섬에 건설하였고 이를 위해 2009-2010년에 현지 농민들로부터 토지사용권을 인수하였다. (참고로 미얀마는 사회주의국가로서 명목상 토지소유권은 국가에 있고 사용권만이 거래된다) 하지만 당시 군부독재 하에 이루어진 인수과정에서 농민들은 의미있는 협상을 할 수 없었다. 군부는 과거에도 여러번 강제로 토지사용권을 박탈했었고 슈에가스전 환경운동가들이 체포 구금되었었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국제인권클리닉은 야다나가스전 사업에서 군부가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 콘소시엄 주간사였던 미국 Unocal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하버드대, 버지니아대 로스쿨 클리닉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경험을 벤치마킹하여 2016년 포스코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쨕퓨농민들을 대리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실망스럽게도 1심에서 재판관할권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피고 소재지의 법원이 피고에 대해 관할을 갖지 않는다는 판결은 법리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민사소송법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다른 피고의 핵심주장은 포스코가 토지사용권 취득을 한 것이 아니라 MOGE가 국가수용을 했다는 것인데 사용권매매계약서의 당사자 란에 엄연히 포스코가 서명을 하고 MOGE는 증인란에 서명을 했다. 국가수용시 따라야 할 토지국유화법을 따르지도 않았다. 당시에 외국인이 토지사용권을 직접 인수할 수 없었지만 불법취득을 했다는 것이 현지 법률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포스코와 MOGE사이의 계약서에도 포스코가 토지점유자들에게 “합리적인 보상”을 해줄 의무주체로 명시되어 있다. 포스코가 미얀마의 큰 민주주의와 작은 민주주의에 기여할 중요한 기회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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