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정말 아청법 예방조치를 소홀히 했나
글 | 박경신(오픈넷 이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
① 자신이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서
(1)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거나 (2)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즉시 삭제하고, 전송을 방지 또는 중단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정보통신망에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발견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거나 발견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키고자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관련 대통령령 제3조 제1항은 발견하기 위한 조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 이용자가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의심되는 온라인 자료를 발견하는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상시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
2. 온라인 자료의 특징 또는 명칭을 분석하여 기술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로 인식되는 자료를 찾아내도록 하는 조치.
기소장을 보면 첫째, 아청물을 발견하기 위한 조치(신고 쉽게 받도록 하기, 금칙어 사용)와 둘째, 발견된 파일의 유통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 두 가지 모두 못했다고 한다.
카카오같이 큰 회사에서 왜 위반 가능성을 미리 알지 못했을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시행령 3조1항2호에 나오는 ‘자료의 명칭이나 특징’(파일명, 해쉬값, DNA)에 따라 아청물을 찾아내기 위해서 여성가족부에 아청물DB를 달라고 요청했다. 아청물DB가 있으면 파일명, 해쉬값, DNA를 추출해서 동일한 요소를 가진 파일들을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그런 DB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서 난색을 표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찾아가 보라고 했다. 방통심위는 ‘음란물 DB’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카카오는 ‘아청물’보다 폭이 넓은 ‘음란물’을 차단 삭제할 법적 의무는 없을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음란물 DB는 논란이 되었었듯이 성기만 등장하면 음란물로 규정될 정도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카카오스토리가 아니라 단체카톡방에 운영자를 지정하여 카페처럼 영구적인 게시물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즉 네이버 밴드의 대항마로 만들어진 비공개서비스인 카카오그룹이다. 이런 사적인 공간에서 음란물 필터링을 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음란물과 달리 아동포르노는 사적으로 주고받아도 아니, 소지만 해도 범죄이기 때문에 이것을 걸러내야 할 의무가 카카오그룹에도 적용될 수 있고, 그래서 DB가 필요했다. 하지만 국내 어디에도 믿을만한 DB가 없는데 어떻게 찾아내란 말인가?
아청물 신고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아청물을 신고하려고 하면서 실제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언론에서는 5번 클릭을 해야 보낼 수 있어서 어려웠다고 하는데, 네이버는 공개 게시물을 다뤄봤던 회사이다. 카카오톡은 은밀한 대화창구이고 단체토크방은 참가자가 많을 뿐 은밀하긴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아청물 신고기능을 쉽게 해놓는다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지 않은가? 은밀한 방에서는 아청물의 유통만 가능한 게 아니라 범죄모의도 할 수 있고 가능성은 무한하다. 결국, 메시지마다 옆에다가 “범죄신고”버튼을 달아놓으라는 것인데 그게 온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다. 밴드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꼭 밴드처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처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발견된 아청물의 유통을 차단하는 부분은 카카오가 얼마나 잘 했는지 모르겠다.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현저히 곤란하지 않은 한 반드시 차단’하라는 것인데, 발견된 아청물의 DNA를 추출해서 일일이 대조하는 기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카카오그룹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들의 DNA를 일일이 추출하여 대조하게 되면 그만큼 웹트래픽이 엄청나게 발생하게 되는데 카카오톡의 서비스 특성상 이것이 가능했을까?
“특징/명칭” 필터링도 어려웠고 신고를 쉽게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것도 형사처벌감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유일하게 남는 시나리오는 DB 없이 아청물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잘못밖에 없다. 이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인터넷회사 문 닫으라는 소리나 같다.
첫째, 게시물을 직접 보는 방법 밖에 없는데 카카오가 여러분들의 카톡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프라이버시 침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상 감청에 해당되어 도리어 그런 노력 때문에 감옥에 갈 수 있다. 둘째 알고리즘 분석? 필터링 전문업체 주식회사 뮤레카 김태하 팀장에 따르면 그렇게 해서 음란물이든 아청물이든 찾아내는 기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인터넷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커다란 회사부터 힘없는 개인까지 누구나 세상 모두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 세상 모두에 한마디 하려면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허락을 얻어야 했다. 그런 허락 없이 힘없는 개인도 세상 모든 다른 힘없는 개인들에게 한마디 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힘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자유를 보호한다면 불법적인 게시물도 당연히 올라올 수 있음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올라온 수많은 게시물 중에서 불법적인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인터넷회사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이통사들에게 범죄모의가 이루어지는 통화를 차단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리수이다. EU전자상거래지침이 소위 일반적 감시의무를 정보매개자에게 부과하지 못하도록 한 (제25조) 이유도 그것이고 미국의 아동포르노법이 아동포르노물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신고의무가 게시물들을 감시해야 할 의무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해명조항까지 두고 있는 이유이다(미국연방법 제18장 제2258A조).
게시물을 직접 보지 않고 아청물 여부를 걸러내는 기술이 언젠가는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이 부족하다고 처벌을 하게 되면 인터넷업체들은 일부러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다. “상당한 주의를 게을리하지”만 않으면 면책이 되기 때문인데 괜히 그런 기술을 개발해놓았다가 그 기술의 실행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해서 책임을 뒤집어쓰느니 그런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는 것이 더 유익한 일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조치를 정해놓고 그것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도 모르면서 성과를 내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법들인 전기통신사업법 22조의3(소위 ‘딸통법’), 저작권법 104조 등도 모두 비슷한 문제가 있다. 결국 ‘기술적 조치’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하는 엄청나게 위헌적인 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위 글은 뉴스타파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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