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넷, ‘허위조작정보방지법’(정필모, 2100815)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Jul 6, 2020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7. 6. 헌법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위험이 높은 ‘허위조작정보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정필모 의원 대표발의, 2100815)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국회에 반대의견을 제출했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극 02-581-1643, master@opennet.or.kr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1. 개정안 개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필모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0815, 이하 ‘본 개정안’)은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정보를 매개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을 가진 행위로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또는 사실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를 규제 대상 “허위조작정보”로 정의하고 ②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허위조작정보를 지체없이 삭제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③ 삭제의무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개정안은 규제 대상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불명확하여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높은 법안임

헌법재판소는 “법률은 되도록 명확한 용어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은 민주주의·법치주의 원리의 표현으로서 모든 기본권제한입법에 요구되는 것이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것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케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케 한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2 참조),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므로 …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된다”(헌재 2002.06.27 결정, 99헌마480)고 판시하여 표현의 자유 제한입법에 대하여 보다 엄격한 명확성을 요구하고 있음.

본 법안은 규제대상 ‘허위조작정보’를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정보를 매개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을 가진 행위’,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언론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사실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능이 배제된 가운데 검증된 사실로 포장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음. 그러나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 ‘허구임을 오인’, ‘검증된 사실로 포장’ 등과 같이 추상적·주관적이며 불명확한 개념으로는 규제 대상 정보를 명백히 정의할 수 없음. ‘언론보도의 양식을 띤 정보’ 역시, ‘언론’이나 ‘보도’ 활동이 사실 전달, 논평, 분석 등 일반적 표현 행위들과 명백히 구분되는 활동은 아니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불명확함. 이러한 불명확한 정의 규정은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 표현주체인 국민에게도, 감시 및 삭제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사업자가 의무를 위반했는지 판단하고 과태료를 부과하여야 할 국가기관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

또한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한 표현물 규제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높음.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대게 일정한 사실의 주장자가 당시까지 해당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허위’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고, 사실의 존재는 증명하기 어렵거나 증거를 가진 측에 의하여 조작·은폐되어 끝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음. 따라서 어떠한 사실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종국적으로 판가름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행위를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헌법재판소 역시 위 전기통신기본법 위헌소원에서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다.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의 표현’임을 판단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뒤따른다”는 보충의견을 낸 바 있음.

3.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정보매개자)에 대하여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의무부과일 뿐만 아니라 사기업의 과검열을 부추겨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음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써는 삭제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대상 정보를 명백히 구분할 수 없음. 어떤 사실이 ‘허위’이고 ‘진실’인지 판별하는 것부터, 어떤 정보가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타자를 속이려는 기만적 의도성’을 지녔는지, ‘수용자가 허구임을 오인하도록’ 의도된 것인지, ‘사실검증’을 거쳤는지 등 표현주체의 의도나 사정까지 참작하여 허위조작정보를 분류해내고 삭제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음.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즉 정보매개자에게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제재하는 규율은 정보매개자가 제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논란의 소지가 있는 표현물을 차단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함. 이와 같이 정보매개자에게 정보에 대한 일반적인 감시(모니터링) 및 삭제의무를 부과하는 형식의 규율은 결국 정보매개자들의 과차단, 과검열을 부추기고 합법적인 표현물들까지 차단되어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국제기준상 금기시되고 있음(https://www.manilaprinciples.org/).

4. 결론

본 개정안은 추상적·주관적·불명확한 기준으로 규제 대상 ‘허위조작정보’를 정의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들의 표현물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삭제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검열을 부추겨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높은 위헌적인 법안으로 철회되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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