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옥죄는 저작권법, 그냥 두고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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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핵심으로 합니다. 헌법재판소도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 매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99헌마480).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인터넷의 개방성과 표현촉진성을 저해하는 수많은 규제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저작권 삼진아웃제”와 “필터링 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삼진아웃제가 헤비 업로더만 잡는다고? 천만의 말씀

삼진아웃제는 저작권 침해로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침해 행위를 반복할 경우 행정부(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위원회)가 이용자 계정을 정지시키는 제도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7월 세계 최초로 저작권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는데, 당시 유럽을 비롯한 몇몇 나라도 제도 도입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프랑스만 같은 해 11월부터 삼진아웃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삼진아웃제는 법원 판결이 아닌 행정부의 조치로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프랑스도 처음에는 행정부의 명령을 통해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계정 정지와 같은 기본권(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을 행정부가 제한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불어원문).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한국의 삼진아웃제는 이용자의 계정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게시판 삼진아웃제는 어떤 나라도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부는 삼진아웃제가 ‘불법 복제물 유통의 효율적 차단’, ‘콘텐츠 산업 육성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하며, 극소수의 사람만 규제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문화부의 규제영향분석서). 즉, 온라인에서 저작권 침해물을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이른바 “헤비 업로더(heavy uploader)”가 규제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정부는 헤비 업로더와 전문전인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 인해 매년 2조원이 넘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당시 문화부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헤비 업로더의 수를 약 천 명 정도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삼진아웃제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주장과 달리 삼진아웃제의 규제 대상은 헤비업로더가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임이 드러났습니다. 삼진아웃제 때문에 행정부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실제로 계정정지를 당한 이용자 계정은 무려 47만 개나 됩니다. 2009년 당시 천 명에 불과하던 헤비 업로더가 3년만에 갑자기 급증하였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실제로 계정정지까지 당한 이용자들 중 저작권 침해물을 전문적으로 유통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이용자는 침해액이 고작 9천원에 불과한데도 계정정지를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정정지를 당한 이용자 408명 중 침해물의 게시횟수가 10회 미만인 이용자가 무려 167명이나 됩니다. 인터넷에 타인의 저작물을 올린 횟수가 열 번도 되지 않는 이용자가 41%나 되는데, 삼진아웃제를 어떻게 헤비 업로더 규제 제도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주장이 말이나 됩니까?

인터넷 접속권은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까지 얘기되고 있습니다. 아주 경미한 저작권 침해 행위에 불과한 경우까지 행정부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터넷에서 “아웃”시키는 이런 무시무시한 제도는 이제 없애야 합니다. 유엔의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2011년 보고서에서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이용자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유엔의 특별고문관과 달리 삼진아웃을 당할지도 모르는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단순한 우려 표명 이상의 뭔가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를 저작권 경찰로 만드는 필터링 제도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 Online Service Provider)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저작권법은 OSP를 저작권법의 집행자로 만들고 저작권 경찰 역할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법 제104조입니다. 이 조항은 일부 서비스 제공자를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특수 OSP)로 규정한 다음,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인터넷을 필터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필터링 제도는 2006년 도입 당시 “네티즌 죽이기 법안”이라 불리며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심지어 정보통신부조차 OSP의 ‘영업상 자유 제한’, ‘과도한 경제적, 기술적 부담 우려’, ‘사적 커뮤니케이션 제한 우려’로 반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우상호 의원과 문화부가 끝까지 고집하여 필터링 제도를 입법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이런 제도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를 특수 OSP와 일반 OSP로 구분한 다음 특수 OSP에게 저작권 경찰 역할을 하도록 강요하는 발상은 어떤 나라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나라들은 OSP의 필터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경우 OSP에게 자신의 서비스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지 감시할 일반적 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유럽연합 전자상거래지침 제15조 제1항). 미국에서도 OSP를 저작권 침해 책임에서 면책시킬 때 이용자의 불법 행위를 감시해야만 면책되도록 조건을 달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미국 저작권법 제512조(m)).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필터링을 금지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을 위해 OSP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저작권법 개정

인터넷을 옥죄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저작권 삼진아웃제와 인터넷 필터링 규제를 없애려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의안원문, 최재천의원실보도자료). 오픈넷은 최재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의 기초작업을 함께 했으며, 앞으로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보공유연대, 인터넷기업협회와 함께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EFF를 비롯한 외국의 정보인권단체와 연대하여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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