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차별하는 ‘외국인 전용’ 본인확인 개편안에 관한 오픈넷의 입장

by | Sep 5, 2014 | 논평/보도자료, 혁신과 규제 | 0 comments

내국인 차별하는 ‘외국인 전용’ 본인확인 개편안에 관한 오픈넷의 입장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9월 3일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하여 외국인에게는 인터넷 사이트 이용 시 본인인증 의무를 완화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올해 초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 전용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보겠다는 발상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미 오픈넷은 지난 2014년 3월 25일 ‘외국인 전용’ 공인인증서 정책은 자국민의 인권은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외화벌이를 하려고 하는 북한에서나 통용될 수준이라는 반박 논평을 낸 바 있다. ( https://opennet.or.kr/5973 )

 

(1) 자국민 차별하는 한국 정부 – 문제는 후진적 인터넷 규제 그 자체이다.

이는 차별이다. 외국인은 ‘신용카드번호’나 ‘생년월일’만 요구하더라도 본인확인이 이루어지는데, 왜 대한민국 국민은 같은 방식의 본인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위 정책의 목적은 ‘외국인의 국내 인터넷 콘텐츠 이용 증대’로 보이고 현재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갈라파고스적 규제로 ‘인트라넷’이 되어버린 우리 인터넷 현실을 생각하면, 정책의 도입 목적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후진적인 인터넷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국인의 국내 인터넷 이용 증대만 노리다 보니 차별적인 ‘외국인 전용’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2) 본인인증이 진정으로 필요한지부터 재검토하라.

이번에 정부가 외국인에게 허용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신원정보가 요구되는 ‘본인인증’이 아니라 ‘연령확인’에 불과하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본인인증이 진정으로 필요한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현재 대표적으로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진흥법”)이 본인인증을 요구하고 있는데, 해당 법령상 본인인증 규제가 청소년보호가 그 목적이라면 본인확인이 아닌 ‘연령확인’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령은 연령확인을 넘어서 본인인증을 요구해왔는데 이번에 외국인의 편의를 이유로 외국인에 대해서만 완화하겠다는 것이니, 이는 정부가 나서서 본인인증 규제가 기본권 침해적이며 불필요하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제 인터넷에서 내국인들도 자신이 외국인을 자임하며 간편한 ‘연령확인’을 통해 콘텐츠에 접근하려 할 텐데 이는 또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도대체 이렇게 복잡한 본인인증 규제는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이며, 또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인터넷상 ‘외국인 전용’ 정책 문제의 구체적 사례는 www2014 행사의 해프닝을 다룬 슬로우뉴스의 http://slownews.kr/21948 기사 참고)

 

(3) 청소년 보호는 모든 연령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본인인증보다 기본권 침해가 적은 수단으로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다시 ‘청소년 보호’가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PICS 합헌결정(2001헌마894, 첨부 판례 참고)에서 본인인증 수단이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오히려 ‘필터링 기술’을 이용한 청소년 보호 수단은 청소년 보호라는 입법 목적달성에 적합하며 기본권 침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결국 인터넷상에서 모든 국민에게 본인확인 의무를 부과해서 달성되는 청소년 보호 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정보접근권(알 권리)’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본질적인 것이다.

 

(4) 대한민국 국민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라.

정부의 외국인 전용 본인인증 완화 정책으로 외국인의 정보접근권과 문화향유권은 보장될지 모르나, 대한민국 국민의 인터넷상 정보접근권은 계속 침해된다. 본인인증 규제로 인하여 국민들은 익명으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익명 표현의 자유의 침해를 근거로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듯 표현의 자유의 전제가 되는 정보접근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본인인증 규제는 위헌적이다.

 

(5)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 과다 집적, 유통이 문제다.

또한, 무분별하게 강제되는 본인인증은 인터넷 사업자로 하여금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집적하게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위헌적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에서 정확히 예언한 바 있고, 실제로 2014년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의 주범은 본인인증을 위해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집적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외국인의 개인정보는 중요하므로 보호되어야 하지만 본인인증 규제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계속 그대로 두겠다는 생각인가?

 

(6) 위헌적인 본인인증 규제를 철폐하고 인터넷 사업자에게 연령확인 수단에 대한 자율적인 선택권을 허용하라.

이런 취지에서 사단법인 오픈넷은 이미 청소년보호법(2013헌마354)과 게임산업진흥법(2013헌마517)상 본인인증 규제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문제가 많다고 인정한 본인인증 규제는 외국인에 대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법령 개정을 통해 규제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

요컨대 정부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법령에 의한 ‘본인인증’을 강요하지 말고 업체 스스로 사업 목적에 필요한 수준에서 이용자의 연령정보 및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개인정보보호 법령에 따라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면 된다. 이것이 대한민국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접근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길이며, 후진적인 ‘외국인 전용’ 정책 남발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2014년 9월 5일

 

사단법인 오픈넷

 

<첨부 판례> 헌법재판소의 본인인증 규제에 대한 판단(2001헌마894)

“한편 청소년을 인터넷 유해매체물로부터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고시의 전자적 표시 외에다른 방법이 채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것이거나,신용카드 정보를 통하거나, 공인인증서에 의한 전자서명제도(전자서명법 참조)를 이용하여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방법은 타인의 신상정보를도용할 우려가 있고,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는 신용카드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위험이 있고신용카드가 없는 성인은 이용할 수 없으며, 공인인증서에 의한 전자서명은 아직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대체방법들에 의한 비용 부담은 대부분 인터넷사이트운영자가 지출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고시의 전자적 표시방법 외에 위와 같은 방법들이 청구인과 같은 정보제공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덜 제약하면서도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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