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불신 증폭시키는 방통심위의 유병언 시신 사진 규제 – 국민의 알 권리 위한 정보라도 혐오스럽다면 모두 못 봐

by | Aug 13, 2014 | 논평/보도자료,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국민 불신 증폭시키는 방통심위의 유병언 시신 사진 규제

국민의 알 권리 위한 정보라도 혐오스럽다면 모두 못 봐

 

경찰청은 지난 7월22일, 전남 순천에서 40여일 전에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회장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세월호의 실소유주로서 참사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유병언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국민들을 황망하게 하였고 더불어 수많은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제41차 통신심의소위(2014. 7. 24.)와 제45차 통신심의소위(2014. 8. 7.)에서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 사진을 노출한 정보 총 86건을 ‘사람에 대한 육체적 고통을 사실적·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잔혹 또는 혐오감을 주는 내용’임을 이유로 시정요구(삭제, 접속차단) 의결하였다.

해당 시신 사진은 시신이 사망한 지 채 20일이 안 되었다는 경찰 발표에 비해 시신의 부패 정도가 너무 심하게 진행되었다는 점, 상의가 말려 올라가고 다리가 곧게 펴져 있어 인위적인 개입을 의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시사하고 있다.

게시자들은 대부분 단순히 이미지만을 게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날카로운 분석과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을 병기하고 있으며 여러 이용자들과 댓글로 토론을 나누고 있는데, 이 역시 모두 삭제 조치되었다. 국민이 사회적 이슈를 직접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할 자유, 그리고 이를 통한 알 권리의 실현과 연결되는 가치 있는 정보들을 단순히 ‘혐오’스럽고 ‘유해’하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부당한 처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본 시신 사진은 적용된 심의규정 그대로 ‘사람에 대한 육체적 고통을 사실적·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정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본 규정은 문리적으로 해석하여 생명 경시로 이어질 수 있는 과도한 가학·피학적 행위를 선동하거나 미화한 표현물에 적용됨이 옳다. 시신 사진이 잔혹하다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규제될 수 있다면, 광주 5·18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시신 사진, 퓰리처상 수상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전쟁 현장의 사진 등 사회고발적 메시지가 있는 이미지들 역시 본 규정을 이유로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심의규정의 취지라고 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의규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혐오성’, ‘잔혹성’, ‘유해성’ 등의 개념은 판단주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매우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인데,이러한 개념을 심의기준으로 하여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남용할 위험이 있어 위헌의 소지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2012년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대상 정보인 “불건전정보”는 “정보통신망법 규정이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정보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하였다(2001헌가13, 최병성 사건). 이번 방통심위의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법해석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지난 4월 29일 제29차 통신소위에서는 세월호에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이 깨끗하였다는 취지로 시신의 일부(발 등)을 노출한 프랑스 방송 동영상을 링크한 정보 역시, 동 규정을 근거로 삭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신고인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유언비어 유포 등의 우려를 이유로 신고하였는데, 사무처가 해당 규정을 인용하여 삭제 건의를 한 것이었다. 당시 2기 통신소위원회에서 몇몇 위원의 반대로 삭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난·사건 현장의 각종 이미지들을 통한 고발성 글들에 대하여, 심의규정의 추상적 기준을 적용해 사실상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 표명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방통심위의 이와 같은 조치로 국민들의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첫 시정요구인 제41차 의결은 24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유 전 회장의 시신 사진의 유포를 확인하고 경위를 수사중이라는 발표와 함께 통신소위원회의 긴급안건으로 상정되어 15건이 처리된 것인데, 불법정보가 아님에도 단순히 잔혹·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긴급안건으로 처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본 안건 심의과정에서 삭제에 찬성한 위원 중 일인은 ‘무분별한 의혹제기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보’이기 때문에 규제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발언하기도 하였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수사 공권력에 대한 비판과 의혹제기를 차단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무리한 심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번 방통심위의 부당한 시정요구로 자신의 게시물을 삭제, 차단당한 이용자들은 오픈넷에 연락하면 손해배상 및 행정소송에 있어 무료변론을 받을 수 있으며 방통심위의 관련 법령을 개선하기 위한 헌법소송에도 참여할 수 있다.

 

2014년 8월 13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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