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 토렌트 사이트 접속 차단 명령

유선 인터넷 접속 94%를 차지하는 6개 망 사업자를 상대로 토렌트 사이트 차단 명령

KAT 이미지영국 고등법원은 2월 28일 영국 음반산업협회(BPI) 등 10개 음반사가 인터넷 망 사업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P2P 방식의 파일 공유 사이트(KAT(Kick Ass Torrents), H33T, Fenopy)에 대한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다(판결문은 여기). 사실 이런 명령은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영국 법원은 이미Newzbin 12 사건과 The Pirate Bay 사건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사건의 피고인 인터넷 망 사업자(British Telecom, Everything Everywhere, TalkTalk Telecom, Telefonica UK, Virgin Media)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망 사업자에게 일정한 행위(접속 차단)를 하도록 명령을 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영국 저작권법 제97A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고등법원은 자신의 서비스가 타인의 저작권 침해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실제로 알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를 상대로 명령(injunction)을 할 권한을 갖는다. 여기서 서비스 제공자가 실제로 알았다는 사실은 가령 저작권자의 통지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이 조항은 영국법에만 있는 독특한 조항은 아니고, 유럽연합의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유럽연합 회원국 법률에 모두 반영되어 있다. 유럽연합의 정보사회 지침(또는 저작권 지침)은 저작권 침해에 이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자(intgermediary)를 상대로 한 금지명령을 보장하고 있다(제8조 제3항). 그런데 이러한 중개자를 상대로 한 금지명령은 한-EU FTA 협정문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유럽이나 영국에서만 문제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다.

한-EU FTA 협정 제10.48조는 저작권 침해 뿐만 아니라, 상표권 침해와 지리적 표시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중개자를 상대로 한 금지명령이 가능하도록 한다. 중개자가 누구인지는 각국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지만, 침해 상품을 배달하거나 배포하는 자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중개자에 포함되도록 하였다. 그래서 가령 KT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KT의 망을 이용하여 영화 토렌트 파일을 공유하는 경우 저작권자는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상표권을 침해하는 물품을 배송하는 택배회사를 상대로 상표권자가 배송 금지 청구를 할 수 있다(실제로 독일 연방대법원은 독일 특허권을 침해하는 MP3 플레이어를 배송하는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특허권자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다. 판결문은 여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이트는 P2P 파일 공유 사이트로 토렌트 파일 검색 기능과 마그넷 링크 제공 기능을 제공했는데 원고들은 이 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거나 이용자의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를 망 사업자들이 취하도록 요구했다. 법원이 이러한 요구를 인정하려면 이 사이트를 이용한 저작권 침해가 있어야 하고, 그 사실을 피고인 망 사업자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법원은 이용자의 침해와 사이트 운영자의 침해를 검토했다. 먼저 이용자의 침해에 대해 법원은 이용자들이 토렌트 파일을 이용하여 음악 콘텐츠를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였으므로 원고의 복제권을 침해하였고, 토렌트 파일을 업로드한 이용자는 음악 콘텐츠를 공중에게 제공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공중송신권(right to the communication to the public)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특히 업로드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들도 음악 토렌트 파일을 업로드하도록 부추겨 이를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록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업로드 행위로부터 상업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사이트 운영자의 침해 여부는 직접 침해와 간접 침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직접 침해 여부에 대해 법원은 사이트 운영자가 음반을 공중송신하여 저작권을 직접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보통 웹 사이트 운영자는 이용자들이 저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에 저작권을 직접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국 법원은 이 사건에서 사이트 운영자들은 단순히 수동적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음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된 시스템을 제공했으므로 음반의 공중송신 행위를 했다고 보았다. 그런데 판결을 한  Arnold 판사는 이 부분에서 자신이 없었던지 사이트 운영자의 직접 침해에 대한 판단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사이트 운영자들은 간접 침해(authorization) 또는 공동불법행위책임(joint tortfeasance)을 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렌트 사이트를 통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나면, 피고인 망 사업자가 침해 사실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에게 여러차례 통지를 하였기 때문에 침해 사실의 인식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가에 대해 영국 법원은 오스트리아 법원이 유럽법원에 회부한 사건[1]에서의 질의에 대한 해석으로 대신했다. 그래서 차단 명령이 망 사업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초래하는지, 차단 명령을 쉽게 우회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환원시켜, (1)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은 망 사업자들이 이미 취하고 있는 기술적 조치이므로 비용이 얼마 들지 않고, (2) 우회의 용이성에 대해서는 실제로 소수의 이용자만 차단하더라도 차단 명령은 의미가 있으며 실제로 과거의 차단 명령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2]는 점을 들어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원고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차단 명령은 필요하며, 지적재산권자의 이해는 사이트 이용자들의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이용자들은 수많은 적법한 사이트를 통해 저작물을 얻을 수 있으므로)는 것이다.

[1] UPC v Constantin, C-314/12, 이 사건은 사적복제 또는 일시적 저장의 허용 여부가 복제 원본의 적법성에 따라 달라지느냐가 핵심이었다.
[2] 이탈리아에서 The Priate Bay 사이트 차단 명령으로 73%의 접속 감소가 있었고, 영국에서도 The Pirate Bay는 차단 명령 전에는 사이트 순위가 43위였지만 차단 명령 후인 2012년 11월에는 293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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