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 저작권자만의 권리인가?

2012년 초부터 유럽연합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정보보호법안(Data Protection Regulation)에서 이른바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가 시도되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입법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바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2013년 2월 12일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통신망에 자신의 서비스를 게시한 자는 언제든지 해당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된 저작물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이 요청을 받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지체없이 해당 저작물을 삭제하고 즉시 신청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 법안을 과연 잊혀질 권리의 입법화라 할 수 있을까? 원래 잊혀질 권리는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에서 파생된 것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삭제요청권을 말한다. 그런데 이노근 의원안은 개인의 식별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저작물이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왜 수많은 개인들 가운데 유독 저작권자에게만 이런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자기가 게시한 저작물은 저작권의 침해물도 아닌데 이걸 삭제할 권리를 저작권의 하나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

잊혀질 권리를 저작권의 한 형태로 입법하려는 태도의 문제점은 더 있다. 저작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권리이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소멸하여 그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한시적 권리이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를 누구에게 돈을 받고 판다거나 일정한 기간 동안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저작물이 드러내는 개인 정보와 저작권자는 다른 경우도 많다. 가령 내 사진은 나의 저작물이 아니라 사진을 찍은 사람의 저작물이다. 결국 이노근 의원안은 나를 식별할 수 있는 유력한 개인 정보인 사진을 삭제할 권리가 나에게 있지 않고 촬영자에게 있도록 했으므로 잊혀질 권리로서는 별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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