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자동완성기능 및 관련검색어의 명예훼손 문제

“안철수”라는 이름을 치면 “룸살롱”이 뜬다거나 하는 연관검색어 또는 검색어자동완성 기능의 명예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연관검색어나 검색어자동완성기능은 검색엔진운영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종되는 것이라 수많은 검색엔진이용자들이 이용했던 검색어들을 바탕으로 검색엔진이 학습을 하여 검색어의 일부만 입력이 되면 그 검색어의 나머지를 예측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런데 처음 입력된 검색어가 사람의 이름이고 검색엔진이 제시한 나머지 검색어가 불명예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 마치 검색엔진이 그 사람과 불명예스러운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적시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일본 사례

한 남성이 자신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면 특정 범죄행위를 지칭하는 추가검색어가 제시되며 이 추가검색어를 선택할 경우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들이 소환된다며 구글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2013년 4월15일 도쿄지방법원은 이에 대해 구글에게 추가검색어를 삭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명령은 추가검색어의 제시 자체가 명예훼손행위로 인정되었다기보다는 추가검색어 제시를 통해 소환된 게시물 자체가 명예훼손물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명예훼손물의 전파를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사례

프랑스저작권협회는 구글이 “Torrent”, “rapidshare” 또는 “megaupload” 등의 파일공유사이트의 이름을 추가검색어로 제시함으로써 저작권침해를 돕고 있다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2년7월 프랑스대법원은 위 추가검색어들을 삭제할 것을 명령하였다. 즉 영화의 제목을 치면 “torrent”란 단어가 추가로 제시되고 그대로 검색을 하면 해당 영화의 불법복제물이 검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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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법원은 구글이 저작권침해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는 없으나 구글이 위의 추가검색어들을 삭제할 경우 불법복제물을 찾는 사람이 “torrent”란 단어를 수동으로 입력해야만 해당 영화의 torrent파일을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저작권침해가 조금이라도 더 어려워진다면서 법익의 형평성에 있어 구글이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법원은 “완전무결한 효율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즉 영화제목이 입력되면 위의 추가검색어 외의 새로운 추가검색어들이 불법복제물로의 연결고리로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완전히 차단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 사례 역시 추가검색어제시 자체가 가진 문제보다는 추가검색어제시를 통해 매개되는 다른 행위 즉 불법복제물 획득을 방조한다는 취지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이태리 사례

이태리의 2개의 비영리단체들과 그 회장들은 원고들의 이름이 구글의 연관검색어기능과 자동완성기능에 의해 “sect”, “scam” 또는 “plagiarism”과 연결되어 명예가 훼손된다고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3년 3월25일 밀라노법원은 구글이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우선 원고들은 구글이 게시자(content provider)로서 명예훼손 여부와 관련없이 원고들의 삭제요청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아마도 우리나라의 임시조치 제도나 미국의 notice and takedown과 비슷하게) 법원은 구글이 게시자가 아니라 단지 전자상거래지침(E-Commerce Directive) 제15조의 캐싱 서비스 제공자(caching provider) 즉, 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정보제공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능을 할 뿐이라고 판시하였다. 법원은 추가제시검색어들은 구글에 의해 체계화되거나 조직되거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단어들의 이용사례들과 빈도수를 통계학적으로 재현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캐싱 서비스 제공자인 구글은 법원의 명령이 있을 때만 삭제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또 법원은 동 법원은 위와 같은 추가검색어의 제시가 실체적인 명제의 적시라고 볼 수 없고 ‘구글의 사유(思惟)’의 표출이라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검색결과 페이지의 하단에 제시되는 연관검색어는 검색결과 내의 웹페이지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단어들이고 검색창에 제시되는 자동완성어들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입력했던 검색어들의 제시일 뿐 “명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2011년 2월 12일 스위스의 Jura Cantonal Court의 판결을 인용하였다.
이태리 피네롤로(Pinerolo) 법원도 2012년 4월에 “체포” 또는 “수사”와 연관검색된 사람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단 2011년 3월에 밀라노법원은 “사기(truffa)”, “사기꾼(truffatore)”과 연관검색된 사람에 대해서는 구글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이 당시 구글은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hosting provider)라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호스팅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은 제3자가 제공한 정보에만 해당할 뿐 추가검색어 제시는 구글 자신의 행위의 결과이기 때문에 면책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분석]

2013년 3월 밀라노 법원의 다음 판시가 인상적이다.

“동 법원은 위와 같은 추가검색어의 제시가 실체적인 명제의 적시라고 볼 수 없고 ‘구글의 사유(思惟)’의 표출이라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 . (1) 검색결과 페이지의 하단에 제시되는 연관검색어는 검색결과 내의 웹페이지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단어들이고 (2) 검색창에 제시되는 자동완성어들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입력했던 검색어들의 제시일 뿐 ‘명제’라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박경신은 사기꾼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는 게시글들만 많은 경우에도 구글은 ‘박경신’에 대한 연관검색어로 ‘사기꾼’을 제시한다. 이러한 연관검색어 제시를 박경신에 대한 명제라고 해석한다면 “박경신 이름이 나오는 글에는 사기꾼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A)”라는 명제로 볼 수 있다. 또는 “박경신은 사기꾼”, “박경신은 사기꾼 아닌가” 등을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면 “박경신”을 치면 자동완성어로 “. . 은 사기꾼. . .”이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자동완성어 제시를 박경신에 대한 명제라고 해석한다면 역시 “박경신이 사기꾼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B)”라는 명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위의 (A)와 (B)를 “박경신은 사기꾼이다”와 등치시켜 명예훼손으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될 것이다. 우선 (A)는 단순한 통계의 제시일 뿐이며 어떠한 해석도 불가하다. “절대로 사기꾼이 아닐 것 같은 사람 100인 목록”이라는 제목의 글들에 “박경신”이 등장해도 “사기꾼”이 연관검색어로 뜰 것이기 때문이다. 또 (B)의 경우에도 대표적으로 명예훼손에서 질문의 제기와 명제의 적시는 명확히 분리되어 전자는 명예훼손의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데 (B)는 질문의 제기일 뿐이거나 어떤 질문이 많이 제기되었는지에 대한 통계일 뿐이다.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무엇을 질문하는가를 알려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질문제기 현황을 알려줘도 명예훼손이 된다면 우리는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 자체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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