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음원은 음반이 아니라고?

mm_logo지난 4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는 음원은 저작권법상 “음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단순히 사건 당사자인 현대백화점(피고)과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원고), 그리고 매장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뮤직에게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음악을 매장에서 배경음악으로 틀고 있는 수백만 자영업자를 일거에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판결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9년에 개정된 저작권법이다. 음악 저작권자에는 4종류가 있다. (1) 작곡가, (2) 작사자, (3) 음반제작자, (4) 실연자(가수). 원래 음악에 대한 공연권은 작곡가와 작사자에게만 있고, 음반제작자와 실연자에게는 없었다(가수와 같은 실연자는 라이브 공연에 대해서만 공연권을 가졌다). 그런데 2009년 개정 저작권법은 음반제작자와 실연자에게도 “판매용 음반”에 대한 공연권을 신설해 주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작곡가나 작사자와는 달리 보상금청구권만 갖도록 했다. 다시 말하면, 음반제작자와 실연자는 판매용 음반을 무단으로 공연하더라도 이를 금지할 권리는 없고, 보상금을 요구할 권리만 있다.

이 권리가 생기자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는 매장에서 음악을 사용하는 곳을 상대로 보상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백화점들이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그 동안 작사자와 작곡가(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작권료가 2배나 인상된 셈이다. 더구나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료를 낸 매장음악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던 음원에도 저작권료를 내야한다니 백화점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백화점 매장에서 매장음악 서비스를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하는 음원, 이것이 “판매용 음반”인가? 이 사건의 쟁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은 음반을 CD와 같은 유형물로 해석하여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음원은 음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판매용 음반에서 사용한 음원을 디지털로 변환한 음악 파일도 ‘판매용 음반’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저작권법 해당조문의 규정취지나 문언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각주 1: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판매용 음반’인지 여부를 그 음원이 판매용 음반에서 사용한 음원과 동일한 음원인지 여부가 아니라 ‘시판용’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다87474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저작권법 제76조의 2 및 제83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판매용 음반’은 ‘시판용 음반’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피고는 케이티뮤직으로부터 인증받은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한 후 케이티뮤직이 제공한 웹페이지에 접속하여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한 다음 케이티뮤직이 전송하는 음악을 실시간으로 매장에 틀었을 뿐 위와 같이 전송받은 음악의 음원을 저장하거나 재전송하지는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케이티뮤직이 음반제작자로부터 제공받은 디지털 음원을 저장한 장치는 저작권법에 규정된 음반의 정의에 비추어 음반의 일종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위 데이터베이스 저장장치 자체는 시중에 판매할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판매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피고가 케이티뮤직으로부터 음악을 전송받아 매장에 트는 데 있어서 ‘판매용 음반’을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4. 18. 선고 2012가합536005 판결문)

 

이 판결의 첫번째 문제점은 저작권법의 조항을 잘못 해석한 점이다.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음반은 일반적 의미의 음반과 다르다. 저작권법 제2조 제5호는 “음반”을 “음(음성·음향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음이 영상과 함께 고정된 것을 제외한다)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즉, 음반이란 유형물이 아니라 유형물에 고정된 것이란 추상적인 개념이다. 음반 저작권에 관한 기본 협약인 로마 협약도 음의 고정을 음반으로 정의한다(“phonogram” means any exclusively aural fixation of sounds of a performance or of other sounds). 여기서 음은 반드시 음악만 말하지 않고 소리이기만 하면 되며(가령 시를 낭송하는 걸 녹음한 것도 음반이다), 다만 뮤직비디오처럼 영상과 함께 고정된 음은 음반에서 제외된다(로마협약에서 “exclusively aural”이라고 한 것도 이런 취지이다).

판결의 두번째 문제점은 스타벅스 대법원 판결(2010다87474)을 잘못 적용한 점이다. 스타벅스 판결은 스타벅스가 특별히 주문제작한 CD가 “판매용” 음반인지가 쟁점이었고, 디지털 형태로 전송되는 음원에 대한 판결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현대백화점이 KT 뮤직으로부터 스트리밍되는 음원을 재생하는 행위와는 무관하다. 서울중앙지법은 스타벅스 대법원 판결에서 스타벅스가 주문제작한 CD에 들어 있던 음원이 판매용 음반에 들어 있던 음원과 동일한지 여부로 “판매용” 음반을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용 음반”을 유형물로 좁게 해석하였다. 이런 해석론을 고집하다 보니, 매장음악 서비스 제공자의 데이터베이스는 음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 데이터베이스가 시판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이 아니라는 코미디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느 누가 음원이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판매용으로 내놓고 서비스를 한단 말인가? 데이터베이스 저장된 음원이 판매용이면 이를 저장하는 매체에 불과한 데이터베이스 그 자체가 시판용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판매용 음반”을 판단한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인터넷은 콘텐츠가 매체와 분리되어 유통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번 판결은 이를 간과한 것이다.

이 판결의 마지막 문제점은 시건이 미칠 파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음원을 음반이 아니라고 보면, 일반 음식점이나 휴게 음식점(커피숍, 레스토랑)에서 음악을 트는 행위가 모조리 저작권 침해로 된다. 왜냐하면 저작권법은 “판매용 음반”에 대해서만 저작권이 제한되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매장은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이들이 졸지에 범법자가 되는 셈이다. 시중에서 파는 음악 CD를 사다가 매장에서 재생하는 행위는 적법하고, 인터넷 음악 서비스를 유료 가입하여 매장에서 재생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결론이 과연 타당한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문화부는 “음반”에 대한 정의 규정을 다듬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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