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문명중독법을 만들라

by | Feb 20, 2014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1 comment

국가가 중독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기관을 만드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또 게임중독이 존재한다는 것도 틀림없다.

그러나 이 기관이 다룰 대상중독을 규정한 조문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정확히 알아야 할 내용이라서 전재한다.

“1. ‘중독’이란 다음… 물질 및 행위 등을 오용, 남용하여 해당 물질이나 행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 알코올
나. …마약류
다. …사행행위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마. 그 밖에 중독성이 있는 각종 물질과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논리적으로는 대통령령을 통해 어차피 모든 종류의 중독이 관리 및 치료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이 기관은 게임중독도 관리 및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게임 등”은 알코올, 마약, 도박과 함께 법률에서 4대 중독의 하나로 지정한 것이므로 이 기관의 최우선적 업무분야가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결국 이 기관 내에 인터넷게임을 전담하는 국장급부서가 만들어져 이를 과도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홍보하는 캠페인을 할 것이고 과도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는 기준이 만들고 그런 사람들을 인사, 교육 등에 서 특별관리하는 매뉴얼들을 만들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인터넷게임 등’의 중독을 술, 마약, 도박 등에 대한 중독과 같은 선상에 두고 관리하려 하는 것에 반대한다. 인터넷게임이 술, 마약, 도박과 다른 점은 사상 및 표현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알코올, 마약, 도박은 사람들에게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커다란 쾌락을 가져다주더라도 이 세 가지는 그 존재 자체가 사람에게 크고 작은 해를 끼치는 본질을 가지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마약과 도박은 단 한번을 하더라도 불법이라서 순간의 실수로 실형을 사는 연예인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보고 있다. 알코올은 그렇지는 않지만 인간의 인지와 사고를 둔감하게 만드는 본질 때문에 적어도 청소년에게 단 한번이라도 제공하는 것은 불법으로 되어 있다. 인터넷 게임에는 그렇게 내재된 해악이 없다. 대체로 인터넷게임 등은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대부분 자기실현과 상호소통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자기실현과 상호소통”에도 중독될 수 있다. 하지만 인류문명의 원소들 중에서 중독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돈중독, 권력중독, 섹스중독을 보라. 인터넷게임 중독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책 너무 많이 읽는 사람은 독서중독, 그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그림중독. . .다시 말하지만 그런 중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과연 그런 중독을 술, 마약, 도박중독과 같은 선상에서 다룰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인터넷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불법 또는 청소년금지물질과 동일선상에서 나열하는 것은 인터넷게임에 심각한 낙인을 찍고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낙인효과는 중독치료에서 머물지 않고 인터넷게임을 규제하는 법률들을 정당화할 것이다. 과 은 인터넷게임이 청소년유해매체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유해매체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즉 ‘법정대리인’의 동의없이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에 도입된 제도라서 오픈넷에서 위헌소송을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지만 내년에 헌법재판소에서 다음 과 같은 판시가 나올까 두렵다. “인터넷게임은 에서 4대중독의 하나로 지정할 만큼 입법자에 의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인정된 바 있으므로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한 것은 정당하다.”

게다가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에서 “미디어콘텐츠”는 또 무엇인가? 여기서 미디어가 단순히 ‘매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매체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의미했을텐데, 그렇다면 글, 그림, 영상, 프로그램 등 사람들간의 소통의 매개물 또는 결과물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된다. 결국 “텔레비전중독”, “인터넷중독”, “커뮤니케이션중독”을 말하는 것이고 “소통중독”을 말하는 것이 되는데 말 많이 하는 사람도 관리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특히 2002년 대선 이후 특정정당에서는 “인터넷과 방송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칼을 갈아오고 그 이후 인터넷을 옥죄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고 방송은 실제로 장악했는데 그 연결선상에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4대중독 중의 하나인 미디어콘텐츠 중독 예방을 위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인터넷에 접속할수 있도록 하는 법” 같은 것이 나오지나 않을지.

1 Comment

  1. park.kyungsin

    감사합니다. 게임중독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틀림없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응은 현행법 상으로도 이미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해에 대한 책임성이나 폐해의 심각성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 알코올 도박 등과 같이 분류하는 것은 게임의 향유를 낙인찍고 위축시켜 올바른 치유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3-4만명이라는 추산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만 추정치만으로 보자면 알코올 중독자는 600만명, 도박 중독자는 240만명이라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저는 게임을 건전하게 하는 사람들 수천만명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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