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유포죄’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주호영, 2114166)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by | Jan 12, 2022 | 논평/보도자료, 입법정책의견, 표현의 자유 | 1 comment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2. 1. 7. ‘가짜뉴스’를 규정하고 이의 유통을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주호영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4166)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91-1643, master@opennet.or.kr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견서

1. 본 개정안의 요지

본 개정안은 ① ‘가짜뉴스’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허위의 내용이 포함된 기사의 형식으로 포장해 다중에게 뉴스로 오인시킬 목적으로 작성해 유통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② 가짜뉴스로 인하여 피해를 받는 자가 각급선거관리위원회에 가짜뉴스임을 표시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 각급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확인한 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에게 통보하고, 통보를 받은 자는 가짜뉴스임을 알리는 표시를 할 의무를 규정하며 (안 제82조의8) ③ 가짜뉴스 최초 유포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단순 유포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규정을 신설(안 제250조제4항 및 제261조제6항제5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음.

2. 규제 대상 ‘가짜뉴스’ 정의 규정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 위반

불명확한 규범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게 되면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망라하여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규제하게 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명확성의 요구가 보다 강화되어,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됨(헌재 1998. 4. 30 결정 95헌가16, 헌재 2002. 06. 27. 결정 99헌마480 등 참조). 또한 형벌규정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더 엄격히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할 것이 요구됨.

그런데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라는 요건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불명확한 개념임. 인간의 모든 표현행위는 수신자를 전제하고 수신자의 의견을 자신의 의견과 일치시키기 위한 목적성을 가지고 행해지는 것이며, ‘정치’ 개념의 추상성, 광범성으로 인해 거의 모든 표현이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석될 수 있음. 또한 ‘기사의 형식으로 포장’, ‘뉴스로 오인’이라는 개념 역시, ‘기사’, ‘뉴스’의 형식이 특정되지 않고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규제의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없으며, 기존 보도 이미지에 합성을 한 유머나 패러디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 표현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큼. 또한 이러한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기준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에 의하여 남용될 위험도 높음.

즉, 본 개정안의 규제 대상인 ‘가짜뉴스’ 정의규정은 표현의 자유 제한 규정 및 형벌 규정이 갖추어야 할 명확성을 갖추지 못하여 헌법상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

3. 내용의 ‘허위성’을 기준으로 한 표현물 규제의 위헌성

어떠한 사실이 ‘허위’인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또한 사실의 존재는 증명하기 어렵거나 증거를 가진 측에 의하여 조작·은폐되어 끝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음. 일정한 사실의 주장자가 당시까지 해당 사실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면 ‘허위’로 분류될 수 있고, 이에 진실일 가능성이 있는 내용조차 함부로 규제될 위험이 큼. 따라서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행위를 함부로 규제해서는 안 됨.

또한 국가기관이 ‘허위’와 ‘진실’을 종국적으로 결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허위 표현자를 색출하여 처벌하겠다는 것은 곧 헌법이 가장 경계하고자 한 국가의 표현물 ‘검열’과 다름없음. 국가의 표현물 검열은 반정부적 여론을 차단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아 민주국가에서는 금기시되는데, 선거관리위원회에 가짜뉴스를 판단하고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본 개정안은 위헌의 소지가 높다고 할 것임.

헌법재판소 역시 이와 관련하여 일명 ‘허위사실유포죄’의 위헌결정에서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다.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허위사실의 표현’임을 판단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난제가 뒤따른다…(중략)…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있다.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허위사실의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헌법재판소 2010. 12. 28. 결정 2008헌바157, 2009헌바88)는 보충의견을 낸바 있음.

4. 결론 및 보론

본 개정안은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와 같은 불명확한 개념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려는 것으로, 헌법상의 명확성 원칙 위반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조항으로 평가됨.

나아가 위 개정안은 구체적인 선거와 무관하게 단순히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가짜뉴스 유포를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선거에서의 공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목적 범위를 유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또한 구체적인 선거에서 후보자와 관련한 허위사실유포는 이미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와 동법 제82조의4 선관위의 인터넷 선거법 위반 정보 삭제 명령 제도를 통해 이미 규율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함.

지난 회기 동일한 내용으로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2006807)에 대한 행정안전위원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도 이상과 같은 우려가 지적된 바 있음.

[관련 글] 
[입법정책의견] ‘가짜뉴스’ 규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서영교, 2107093)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1.01.18.)
[입법정책의견] ‘허위조작정보방지법’(정필모, 2100815)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07.06.)
[토론문] “가짜뉴스 규제론의 위험성” – 뉴미디어와 인터넷 윤리 (2019.12.06.)
[발제문] “가짜뉴스 규제” – 한국언론, 길을 묻다 토론회 (2019.11.14.)
가짜뉴스 규제법의 헌법적 분석 및 해외 동향 (언론중재, 2018년 겨울호(Vol.149))

1 Comment

  1. difference

    이런 제안은 찬성일세. 허위임을 알면서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건 언론의 원칙을 깨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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