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개 국제인권단체들, 문 대통령 ‘망이용대가 부과’ 발언에 대해 우려 공개서한 전달

by | Nov 11, 2021 | 공지사항, 논평/보도자료, 망중립성 | 1 comment

오늘 11월 11일 휴먼라이트와치, 씨비쿠스(세계시민사회단체연합, Civicus), 위키미디어재단, 아티클19, 전자프런티어재단, 액세스나우, 에피센터,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37개의 세계 인권 단체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망이용대가 부과 방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서한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다. 

특히 서한은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힘입어 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망에 대한 이용 대가’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법문화하고 이를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과하려는 김영식 의원의 법안 등이 통과될 위험에 대해 지적하였다. 해당 법안은 입법의도에서 밝혔듯이 인터넷접속서비스를 망사업자들로부터 제공받지 않고 있는 콘텐츠제공자들에게도 망사업자의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내도록 강제하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제는 망사업자에게 발신자가 돈을 냈는가 또는 얼마나 냈는가에 대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전달하지 않는 차별을 가능하게 하며 망중립성이 금지하는 급행료(paid priotization) 부과를 의무화한 세계 최초의 법이 될 것이다. 서한은 망중립성은 약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로서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및  UN 인권이사회 문헌을 통해 국제인권기준의 하나가 되었으며, 미국과 유럽의 망중립성 규제는 이미 ‘망이용료’ 부과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망중립성을 위협하는 2016년 발신자종량제 및 2020년 CP서비스안정화의무법도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전혜숙 의원안도 겉으로는 차별을 금지하지만 입법의도에 있어서는 ‘역차별론’을 이용해 역시 인터넷접속서비스를 망사업자로부터 제공받지 않고 있는 콘텐츠제공자들이 망사업자들에게 별도의 돈 – 즉 망사업자 고객들과 통신하는 것에 대한 대가 – 을 내도록 의무화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master@opennet.or.kr

2021년 11월 11일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에의 공동공개서한 

‘망중립성을 존중하고, ‘급행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반대해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아래 서명한 37개* 인권 및 표현의 자유 단체들은 최근에 귀하가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짐작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자 합니다. 이 법은 인터넷접속제공자들이 콘텐츠제공자들의 망 접근에 대해 금전적 장벽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인터넷접근권에 대한 국제기준에 반하여 망중립성을 희석시킵니다. 우리는 귀하가 이 법안을 반대하고 한국의 망중립성을 보호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법안은 통과된다면 세계 최초로 급행료(paid prioritization)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이 될 것입니다. 즉, 네이버, 카카오,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자들은 콘텐츠를 한국의 인터넷접속제공자들의 고객들에게 전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인터넷접속제공자들에게 망이용량에 비례하여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비용(termination fee)’을 내야 하게 됩니다. 이 개정안은 이미 2020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이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인터넷서비스를 안정화할 애매모호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예고되었습니다. 또 2016년부터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인터넷접속제공자들 사이에서의 발신자종량제를 의무화해왔고 이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접속료는 매우 높아졌습니다.

새로운 개정안은 데이터의 발신자가 돈을 얼마나 냈는지에 따라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자가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게 합니다. 소위 ‘망이용료’를 내지 못하는 콘텐츠제공자의 콘텐츠를 대중으로부터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데이터들이 차별없이 대우받아,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들이 선택에 따라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망중립성 원리에 어긋납니다. 인터넷접속제공자들이 망인프라를 통제하여 누가 돈을 냈는가에 따라 콘텐츠를 지연, 차단 또는 급행처리할 수 있다면 인터넷 상의 표현과 정보의 다원성과 다양성은 압박받을 것입니다.

망중립성 원칙은 국제인권기준의 하나로 확립되어 있습니다.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017년 UN 인권이사회 보고서에서 “당사국들이 표현의 자유를 진흥할 적극적 의무로서 망중립성이 강력히 요구된다. 정보에 대한 최대한 차별없는 접근권을 위해서이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에서 제안된 것과 같은 ‘급행료’에 대해서 UN 특보는 ‘급행료는 대가를 이유로 특정 트래픽을 다른 트래픽에 비해 우대하는 것으로서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훼손하고 이들이 모르는 사이에 우대받는 콘텐츠를 이용하게 만든다’고 설명하였습니다. UN 인권이사회는 2021년 인터넷상의 인권의 진흥, 보장 및 향유에 관한 결의문에서 “망중립성을 보장하여” “인터넷접속제공자들이 금전이나 다른 상업적 특혜를 이유로 특정 콘텐츠나 어플리케이션을 우대하려는 시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비교법적으로도,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식은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의 2015년 망중립성 명령에서 금지되었습니다. 이 명령은 2017년 트럼프행정부에 의해 취소되었지만 바이든행정부는 2021년에 이를 복원하고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하였습니다. 유럽의회와 유럽이사회는 2015년에 ‘열린인터넷법(Open Internet Regulation)’을 통과시켰고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ody of European Regulators on Electronic Communications)는 유럽통신망운영자협회가 고객들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비용(termination fee)를 부과하겠다는 제안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였습니다.

개정안 지지자들은 콘텐츠제공자들이 한국인터넷접속제공자들에게 ‘무임승차’하고 있으며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의 모든 이용자들은 개인이든 회사든 이미 대역폭과 콘텐츠전달시스템에의 접근에 대해서 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제공자들은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자들에게 높은 돈을 지불하고 있고,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자들은 다시 상위계위접속제공자들에게 돈을 지불함으로써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소형 콘텐츠제공자들은 자국의 인터넷접속제공자들에게 돈을 내고 접속하고 이들 접속제공자들은 다시 상위계위접속제공자들에게 돈을 내고 접속하고 이들 상위계위접속제공자들은 데이터를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자들에게 전달합니다. 대신 구글과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콘텐츠제공자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투여하여 해저케이블이나 캐시서버등을 통해 데이터를 한국이나 근접지점까지 국내 인터넷접속제공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이렇게 일단 서로 접속이 되면 모든 네트워크의 라우터들은 데이터 패킷을 차별없이 – 즉 발신자, 유형, 내용, 또는 발신자가 돈을 냈거나 얼마나 냈는지에 무관하게 – 이웃 라우터들에게 전달한다는 상호약속으로 묶이게 됩니다. 이 망중립성의 약속과 서로 접속하려는 호혜적인 노력을 통해 세계는 통신의 황금시대, 즉 보통의 사람도 자신의 컴퓨터에서 세계적 규모의 운동을 일으키거나 사업을 창업할 수 있는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귀하는 인권변호사였으며 이제는 인터넷에의 접근은 경제적 희망 외에도 세계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음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망중립성이 없어져 데이터전송에 과금이 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사상을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은 심대하게 제한됩니다. 이것은 스트리밍 미디어의 확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에 있어 전 지구적 사상의 확산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귀하께서는 현재 논의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에 즉각 반대를 표명하고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대한민국의 의무에 부합하도록 망중립성을 보호하는 적극적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제공자들에게 인터넷을 안정화할 부담을 지우는 법이나 2016년 발신자종량제를 폐지해야 할 것입니다.

서명단체:

Human Rights Watch
Article 19
Wikimedia Foundation 
CIVICUS: World Alliance for Citizen Participation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European Digital Rights (EDRi)
Access Now
PEN America
Public Knowledge
epicenter.works – for digital rights
Open Net Association 
Korean Progressive Network Jinbonet 
Software Freedom Law Center of India
Internet Freedom Foundation 
Southeast Asian Freedom of Expression Net
Citizen D / Državljan D
Wikimedia France
Ubunteam
Last Mile4D
i freedom – Uganda Network
Campaign for Human Rights and Development International
Sassoufit Collective
Youths and Environmental Advocacy Centre (YEAC) Nigeria 
Elektronisk Forpost Norge
Chaos Computer Club (Germany) 
IT-Pol Denmark
Point of View
Derechos Digitales
MediaJustice
Fight for the Future

* 아래 7개 단체들은 서한이 제출된 직후에 서명하여 총 37개 단체입니다:

Fantsuam Foundation
Associació Pangea
Open Culture Foundation
Kijiji Yeetu
Advocacy Initiative for Development
Ranking Digital Rights
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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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김기종

    이것은 망중립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중 요금”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세계에서 인터넷 망제공 사업자는 가입자로부터 망사용료를 이미 받고 있습니다. 망제공 사업자는 소규모로 이용하는 개인과 가정 가입자로부터 대규모로 이용하는 기업과 정부까지 가입자가 사용하는 트래픽의 범위에 따라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트래픽은 당연히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에 있는 넷플릭스 분산 서버도 각각 그곳에서 망서비스 가입자로서 요금을 내고 있으며 가입자 서비스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100%를 사용하든 1%를 사용하든 요금을 더 낼 이유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망사업자가 트래픽이 많다는 이유로 이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하나의 영상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에 업로드 요금을 따로 물리고 시청자에 다운로드 요금을 따로 물리는 꼴인 것입니다. 카카오와 네이버가 이미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통신사의 지위를 이용한 횡포이고 한국에만 있는 잘못된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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