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법원 2014년 2월 인터넷행정심의에 대해 위헌결정!

by | Jul 30, 2014 | 오픈블로그, 표현의 자유 | 0 comments

필리핀 대법원은 2014년 2월 18일에 법무부장관에게 “일견(prima facie) 불법으로 판정되는 정보”의 유통을 제한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준 2012년 사이버범죄예방법 제19조에 대해 위헌판정을 내렸다. 행정기관이 법원의 판단이 없이 정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영장주의를 위반한다고 판시하였다.

필리핀대법원은 행정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표현이 차단되도록 하는 것은 그 공무원을 ‘판사, 배심원, 집행관의 결합체’로 만드는 것이며, 해당 조문이 ‘일견 사이버범죄예방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보’을 차단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의 원리 등의 표현의 자유 보호원리를 위반한다고 하였다. 또 필리핀 대법원은 공무원이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것은 압수수색과 비슷한 결과이며 영장 없이 이렇게 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위반한다고도 판시하였다.

이와 같은 판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심의를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제21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건전한 통신윤리함양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정보유통을 차단삭제하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행정기관이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어떤 정보의 삭제 차단이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국민들은 많은 의구심을 가져왔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2월에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에 필요한 사항’은  ‘정보통신망법이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보’라는 더욱 구체적인 범주로 축소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내렸지만(2001헌가13),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그렇게 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기준이 되는 심의규정을 보면 아직도 ‘(1) ‘잔혹 혐오’ 정보, (2) ‘사회질서를 해하는 정보’, (3) ‘교육기풍을 해하는 정보’, (4)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는 정보’, (5)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보’ 등과 같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정보통신망법은 커녕 어느 법도 불법이라고 규정한 바가 없는 것들에 대해서  삭제 차단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2014년 5월에는 세월호시신의 손발을 보여주며 이 손발이 깨끗하여 구조직전까지 생존해 있었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를 다룬 프랑스TV 방송 동영상을 ‘잔혹 혐오’를 이유로 삭제차단하려고 하기도 하였었다.

나아가 이 판결은 규제의 기준만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권한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2009년 6월에 프랑스헌법위원회가 저작권위원회가 3진아웃제에 따른 정보차단 명령을 내리는 것에 대해 ‘행정기관이 단독으로 기본권제한을 할 수 없다’ 며 위헌판정을 내린 것에 견줄 만하다.

판결문 전문 (관련 부분은 44쪽과 45쪽)

관련 부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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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이버 범죄법’ 제 19조에 대한 판결

Section 19 empowers the Department of Justice to restrict or block access to computer data:

‘사이버범죄법’ 제19조는 법무부 (Department of Justice) 에 컴퓨터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차단할 권능을 부여한다:

Sec. 19. Restricting or Blocking Access to Computer Data – When a computer data is prima facie found to be in violation of the provisions of this Act, the DOJ shall issue an order to restrict or block access to such computer data.

[제19조 컴퓨터 데이터로의 접근 제한 및 차단 – 컴퓨터 데이터가 본 법률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추정되면 법무부령으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Petitioners contest Section 19 in that it stifles freedom of expression and violates the right against unreasonable search and seizures. The Solicitor General concedes that this provision may be unconstitutional. But since laws enjoy a presumption of constitutionality, the Court must satisfy itself that Section 19 indeed violates the freedom and right mentioned.

청구인들은 제19조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부당한 수색, 압수를 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고, 법무차관 (Solicitor General)도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presumption of constitutionality) 법원은 제19조가 언급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검토하여야한다.

Computer data may refer to entire programs or line of code, including malware, as well as files that contain texts, images, audio, or video recordings. Without having to go into a lengthy discussion of property rights in the digital space, it is indisputable that computer data, produced or created by their writers or authors may constitute personal property. Consequently, they are protected from unreasonable searches and seizures, whether while stored in their personal computers or in the service provider’s systems.

컴퓨터 데이터라 함은 프로그램 전체가 될 수도 있고, 일부분인 코드가 될 수도 있으며, malware와 함께 텍스트, 이미지, 음성, 비디오 파일도 포함한다. 디지털 공간 상에서의 재산권에 대한 장황한 논의 없이도, 컴퓨터 데이터가 이를 작성한 자 소유의 재산권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컴퓨터 데이터가 작성자 개인 소유의 컴퓨터에 저장이 되어있던 서비스 제공자의 시스템 (서버라고 보는 것이 좋을듯)에 저장이 되어있건, 부당한 수색, 압수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Section 2, Article III of the 1987 Constitution provides that the right to be secure in one’s papers and effects against unreasonable searches and seizures of whatever nature and for any purpose shall be inviolable. Further, it states that no search warrant shall issue except upon probable cause to be determined personally by the judge. Here the Government, in effect, seizes and places the computer data under its control and disposition without a warrant. The Department of justice order cannot substitute for judicial search warrant.

1987년 헌법 제3조 제2항은 어떠한 경우와 이유에서건 부당한 압수와 수색에 대하여 서류, 물건의 안전을 확보할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관에 의해 상당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고는 영장은 발부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항에서 정부는 영장 없이 컴퓨터 데이터를 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법무부령은 사법 영장을 대신하지 못한다.

The content of the computer data can also constitute speech. In such a case, Section 19 operates as a restriction on the freedom of expression over cyberspace. Certainly not all forms of speech are protected. Legislature may, within constitutional bounds, declare certain kinds of expression as illegal. But for an executive officer to seize content alleged to be unprotected without any judicial warrant, it is not enough for him to be of the opinion that such content violates some law, for to do so would make him judge, jury, and executioner all rolled into one.

컴퓨터 데이터의 내용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의사표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제19조는 사이버공간 상에서의 의사표현을 제한하게 된다. 물론 모든 종류의 의사표현이 보호를 받지는 않으며,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행정관 (executive officer)이 어떠한 인터넷 컨텐츠를 사법 영장 없이 그 컨텐츠가 특정 법률을 위반한다는 개인적인 판단으로 압수할 수 있다면, 그에게 판사, 배심원, 형집행인의 역할을 모두 맡기는 것이 되어버린다. (judge, jury, and executioner.. 관용어구)

Not only does Section 19 preclude any judicial intervention, but it also disregards jurisprudential guidelines established to determine the validity of restrictions on speech. Restraints on free speech are generally evaluated on one of or a combination of three tests: the dangerous tendency doctrine, the balancing or interest test, and the clear and present danger rule. Section 19, however, merely requires that the data to be blocked be found prima facie in violation of any provision of the cybercrime law. Taking Section 6 into consideration, this can actually be made to apply in relation to any penal provision. It does not take into consideration any of the three tests mentioned above.

제19조는 사법적 개입의 여지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제한행위 심사를 위한 법리적 기준을 무시한다. 표현의 자유의 제한행위는 세가지 검사법을 통해 심사된다. 위험 경향 원칙, 이익 형량 원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이 그것이다. 그러나 제19조는 일견하여 동법 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면 해당 컴퓨터 데이터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동법 제6조가 적용되었을 때를 고려했을 때, 어떠한 형벌 조항과도 연계(?)되며, 앞에서 언급된 세가지 검사법 중 아무것도 적용될 여지가 없다.

The Court is therefore compelled to strike down Section 19 for being violative of the constitutional guarantees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against unreasonable searches and seizures.

따라서 법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부당한 수색, 압수로부터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이버범죄법 제19조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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